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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완 Dec 01. 2020

첫눈

함께 걷고 싶은 사람


  요즘 하늘을 보고 있자면 머지않아 눈이 올 것 같지 않나요? 제가 있는 곳은 지금 비가 엄청 조금 내리고 있는데 이 추위 앞에서ᄂᆫ 어쩔 도리 없이 금방이라도 얼어버리고 말 것 같아요. 내일은 눈이 올까요. 아니면 그다음 날이나 되어야 얼굴을 내밀어 줄까요.  첫눈이 오면 당장이라도 만나러 가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매년 꼭 한 번씩은 있는 첫눈 내리는 날이ᅵ만, 매번 꼭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옷과 머리가 조금 젖는대도 그 사람과 첫눈을 맞으며 함께 걷고 싶습니다. 날이 좋으니만큼 사ᄅᆼ하는 사람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걷는 것도 무척 낭만일 거예요. 흰 햇볕이 보드랍게 내리쬐고 하늘이 정말 하늘색으로 뒤덮인 날보다는 겨울이 겨울답고 첫눈이 온 세상에 포옹처럼 내ᄅ는 날이 내게는 더 좋은 날이에요.  오늘부터는 겨울의 초입이면 언제나 그랬듯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어젖히고 바깥을 내다볼 것 같습니다. 눈이 천천히 내리고 있지 않는대도 괜찮고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차 한잔 우려 마시는 것도 좋겠어요. 언제가 됐든 첫눈은 내게 오기 마련이니까 그 정도쯤은 의젓하게 기다릴 수 있습니다.  당신도 이번 겨울 이곳에 들릴 최초의 눈을 기다리고 있나요? 혹 맞다면 그 좋은 날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틈틈이 그려보기도 하나요? 이 또한 우연처럼 내가 맞춘 거라면 그 사람이 나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런 초조한 마음이 당신에겐 부담일까요. 만약 아니라면 우리 첫눈 오는 날에 만나 어디든 걸어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을 맞고만 있어도 아무렴 좋을 테지만요.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이 많이 차갑네요. 아프지 말고 끼니 거르지 말고 있어요. 우리는 곧 만나게 될 테니 그때 못다 한 이야기 많이 해요. 첫눈이 오면 함께 어디든 걷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2020.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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