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항녀 Aug 28. 2024

광안리다

그래, 나는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잊고 있었다.


오래 잊고 있던건 아니지만 오늘 광안리를 걸으니 ‘나 광안리를 이렇게 좋아했었지!’하고 생각이 든 걸로 봐서 있고 있었던 거다.


바람이 축축하기도 한데 그 습기에 바다 냄새가 담겨온다고 생각하니 윗동네서 맞은 습한 바람이랑은 확실히 기분이 다르다.

그리웠던 냄새지, 좋은 냄새지 싶다.


파도소리. 무언가가 막무가내로, 반복적으로 내는 소리를 듣고도 소음이라고 생각 들지 않고, 기분 나쁘지 않고 오히려 위안이 된다는 것. 놀랍다.

파도소리 말고 뭐가 또 있을까?


파도소리 날 때 파도에 계속 맞고 있는 모래는 좀 안 됐다.


돗자리도 없이 온 광안리라 모래사장에 그냥 가방을 베고 누웠다. 이렇게 자유로울 수가.


신발도 벗어 발도 시원하고 발을 꼬물락 거려서 느껴지는 모래느낌도 좋다.


부산 살 때나 오늘이나 힘들 때마다 와서 바다에 안 좋은 감정만 냅다 던지고 가는 건 아닌지 싶기도 하고.


나 말고도 그런 사람 많을 텐데 그 감정들 다 싣고 저 멀리 갔다가 헹구고 왔으면 좋겠다 싶고.


누워서 파도소리랑 바닷바람이랑 바다내음까지 맡을 수 있다니.


이게 천국이지 뭐. 별게 있나~

주절주절

이전 09화 괜히 미안해지는 순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