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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3시간전

괜히 미안해지는 순간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괜히 미안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버스에서 재채기를 참지 못하고 시원하게 (물론 입은 가리고) 했을 때 앞사람이 두더지 잡기처럼 놀랄 때.

사실 내 일행이 재채기를 하고 다른 사람이 놀라는 모습을 보면 정말 웃기다. (내 웃음 포인트가 사악한 걸 수도)


이거랑 자매품으로 어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하거나 걸려 넘어졌을 때 마주 보고 오는 사람이 나 때문에 놀라서 폴짝 뛸 때가 있다.

이것 역시 제삼자라면 정말 웃긴 상황인데 당사자면 놀라서 눈에도 안 들어오겠지.


저기 멀리 가는 아빠를 불렀을 때 돌아보는 다른 아빠들에게 괜히 미안해지기도 한다. 다들 아빠 역할에 충실하신 분들인데 서른이나 먹은 내 아빠 뻘은 아니고.. 그럼에도 돌아보시는.. 머쓱하다.

(자매품 : 엄마)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 코를 먹었는데 상대방이 내가 본인의 이야기로 웃은 줄 알고 ‘그렇게 웃기냐’라고 할 때 괜히 미안해진다. 만성비염인이라 의도치 않게 먹은 코로 상대방을 착각하게 만들다니. 그럼 그냥 코를 한번 더 먹으면서 웃어준다. 서로에게 나쁠 것이 없으니.. 진실되지 못한 관계는 아니다.


카페에서 생각 없이 자리에 앉았는데 아래와 같은 상황일 때 조금 미안해진다. 내가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보면 건너 테이블에 있는 사람이 의식하는 느낌이 든다.

그럼 나는 최대한 눈의 초점을 그쪽에 맞추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내 눈은 거의 사시가 되는 기분이다.

어쩔 수 없이 고개가 상대방이 의식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때, 지하철에서나 버스에서나 민망할 때가 있다.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미안할 상황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가끔 미안하다..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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