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항녀 Oct 24. 2024

단순히 긍정적으로, 열심히 난처해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에 나온 문장이다.


이 한 문장이 나에게 어찌나 재밌던지 책을 읽어나가다 다시 이 문장을 읽으려고 읽었던 앞 부분을 펼치는 걸 세네번은 반복했다.


단순히 긍정적으로, 열심히 난처해한다.


난처해하는 걸 단순히 긍정적으로 열심히 하다니.


너무 재밌지 않나?

책 리뷰를 하며 이 문장을 올렸더니 한 인친님께서 이 문장을 그릴 수 있게 도움을 주셨다.


“허허 참 이걸 어떡한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무래도 귀여운 무언가를 보고 난처해하는 것밖에 생각이 안난다.


우리 집 막내 밍구(10세)가 요즘 간식을 끊었다.

지난 주에 했던 건강검진에서 매우건강이라는 결과를 받았지만 아토피와 알러지에서 영영 벗어나기 위해.


산책을 갔다오면 당연하다는 듯 간식을 기다리는 밍군데..


같이 산책간 누군가가 밍구에게 간식 주는 걸 까먹으면 계속 쫓아다니며 불쌍한 표정으로 간식어필을 하는 밍군데..


이런 밍구를 보며 단순히(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못 줌), 긍정적으로(주고는 싶은 마음과 밍구가 너무 귀여움) 열심히(밍구의 애닳은 표정을 열심히 외면하며) 난처해 해보았다.


이런 느낌이 맞을까?


안타깝게도 하루키의 잡문집에는 어떤 걸로 그렇게 난처해하는지는 안나와있다.


이렇게 생각하다 저런 재밌는 문장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신나고 즐겁게 불편하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소중한 지갑을 정말 불편한 관계의 사람이 찾아줘서 보답으로 밥을 사주는 자리.


가슴 아프고 너무 슬프도록 행복했다.

길에서 만난 집 잃은 강아지를 한달 동안 돌봐주다 정이 들었는데 7년을 살았던 주인을 찾아주고 강아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혼자될 때.


문장 만들고 생각하기도 나름 재밌다.


며칠 동안 더 생각해봐야겠다!


이전 19화 나 혼자만의 실험(아메리카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