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항녀 Oct 25. 2024

할머니를 보낸 아빠와의 대화

예전에 큰엄마 댁에 갔을 때 큰엄마의 어머니를 뵌 적이 있었다.

큰엄마의 어머니는 90세 정도 되셨었고 나는 그분께 죽음에 대해 물었다.

큰엄마의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죽으면 죽는 거지~’라는 쿨한 답변을 내려 주셨다.


죽음, 삶 너무나 당연하지만 우리가 마주하기 두려운 것들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이번에는 얼마 전 있었던 우리 할머니 장례식 이후 약 3~4주가 지난 지금 아빠와 대화를 한 것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우리 아빠는 동생과 내가 보기에 여리다. 그래서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각자가 겪을 슬픔에 대한 걱정보다도 할머니를 보낸 아빠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할지가 걱정이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고 아빠도 어쩌면 아빠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지 않을까 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해보았다.


정확한 질문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저 아빠가 나의 대화로 마음을 한 번 씻어낼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에서 한 질문들이었다.


Q. 사람들은 살면서 수차례의 죽음, 이별을 맞이하는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요?


A. 사람들 다 죽지. 죽고 슬퍼하고. 너희 할머니 돌아가시고 아빠는 아직 슬픈데 당구장에 강 모 씨는 어머니가 치매로 오래 고생하셔서 오히려 돌아가시고 마음이 홀가분했다더라. 사람마다 다르지.


Q. 할머니와 있었던 일 중에 가장 생각나는 일은?


A. 초등학교 1학년 때였나. 학교 마치고 집 가는 길에 언덕이 있는데 할머니가 항상 한복을 차려입고 내를 기다렸는데 내가 멀리서 보이면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면서 두 팔 벌리고 기다렸거든. 그럼 나는 뛰어서 할머니한테 안겼고. 매번 어떻게 하굣길에 나를 기다렸나몰라.

그거랑 1년 전인가. 할머니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을 때. 엄마(아빠의 엄마)를 보는데 눈물이 나서 울었더니만 엄마가 ‘왜 울어~’라고 말을 하더라. 의식이 거의 없는데 그 말을 한 순간에 엄마의 그 말투, 목소리가 안 잊히네.


Q. 그런 행복한 추억이 지금 아빠에겐 독인가요?


A. 한편으로는 할머니를 보내는 데 있어서 더 힘들기도 했지. 그런 좋은 기억들이 할머니를 생각하게 만드니까. 눈물도 나고.


Q. 그럼 그런 추억이 없는 게 나을까요?


A. 며칠 전에 멍하니 앉아서 할머니랑 있었던 일을 생각하는데 행복하더라고. 없는 게 낫다고 할 수는 없겠다. 더 슬플 수는 있겠지만.


Q. 죽음이 납득이 되나요?


A. 납득.. 받아들이고 있는 거지. 그리고 너희한테는 더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고.


중간중간 이야기가 다른 길로 세서 포인트를 못 잡은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도 아빠랑 아빠 마음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치유가 되는 시간이었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