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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Dec 11. 2024

시집을 들고 저수지 공원에 나와

요즘 우울과 무기력이 가셨는지 내 두 다리로 움직일 힘이 생겼다.


아니면 여름이 너무 더워 못 움직이다 겨울이 나한테 맞는 계절이라 그럴 수도.


4일 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보먹돼’ 항정살을 구워 먹고 배가 불러 저수지 한 바퀴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활자중독자인 나는 어쩔 수 없이 책 한 권도 들고 가야겠다 마음을 먹는데 지금 딱 시간이 해 질 녘, 우수에 젖을 수 있는 시간이라 몇 권 없는 시집을 골라잡아 나섰다.


부산상여자 베스트드라이버지만 방향치라 10분 거리임에도 지도를 켜고.


저수지 둘레 벤치에 앉아 인스타용 감성사진을 찍어본다.


사진이 마음에 들어 휴대폰 케이스만 벗겨서 이어폰을 걸쳐두고 마치 카메라가 있는 양 사진을 찍었다.


이것은 허세샷은 아닌 거 같고 거짓낭만샷일까?


생각보다 사진이 잘 나왔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정말로 휴대폰에 이어폰을 연결해 요즘 계속 듣고 있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Aqua‘를 듣는다.


시집을 펼쳤다.


흠.. 무슨 감성인지 모르겠다.


아직 갈 길이 먼가.


이 틈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를 자랑해야겠다.


한용운 - 꿈과 근심.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신데 여전히 이 이상의 시를 만나지 못했다.


아무튼 시 몇 편을 읽고 책을 내려다 두고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저수지를 바라본다.


정면에 지는 해가 떠있어서 글을 쓰려고 폰을 잡았는데 해의 잔상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새 해는 더 떨어졌다.


내가 앉은자리 앞에 오리들이 잔뜩 있다.

이 추운 날씨에 어떻게 물 위에 떠있는지, 마음이 아프다..

이 참에 오리 체온도 검색해 봐야겠다.


오리체온이 딱 나올 줄 알았는데 안 나오고 마음이 편해지는 글은 나온다.

하 여유로워라.


안 하던 짓을 해보니 또 다른 행복감이 느껴진다.


오늘도 행복했다!


이 글을 읽고 여유로움을 조금이나마 느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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