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먹은돼지‘를 아시나?
정-말 내가 여태 집에서 구워 먹은 고기 중에 제일 맛있는 돼지고기다.
줄여서 ‘보-먹-돼’
‘홈플러스 대란’ 광고를 보고 오랜만에 ‘보먹돼’가 먹고 싶어 주문을 했다.
(광고 아님, 절대 아님)
바로 다음 날 도착했고, 고기를 구우며 ‘보먹돼’를 처음 알게 해 준 분에게 연락을 드렸다.
낯선 곳에서 낯섦을 잊고 많은 것을 의지할 수 있던 분.
얼마 전부터 그분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너무 고맙고 또 미안하면 되려 그 감정들이 발목을 잡고,
멀리서 생각만 하고 또 그렇게 미뤄진 시간들에 더 미안해져 연락이 더 어려워지는 그런 사람.
그분한테 ‘보먹돼’ 사진을 보내며 생각이 나서 연락드린다라고 연락을 드렸고 기쁘게 맞아주셨다.
보리먹은 돼지의 비계만큼이나 달콤했다.
(사실 고소함이 크지만 고소라는 단어는 이제 내 인생에서 빼고 싶다.)
아무튼 한동안의 공백이 무색하게 불러주셨고 또 나는 신이 나 달려갔다.
내가 머물던 자리.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그곳.
간식거리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보이는 모습에 웃음을 짓고 반갑게 들어갔다.
가는 길, 그래도 온전히 설렐 수만은 없었기에 긴장을 했지만 인사하자마자 그렇게 오랜만에 본 것 같지는 않다는 말씀에 또 한 번 신이 나고.
내가 머물던 자리도 그대로 있어 나 역시도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도 않고.
신나게 근황토크를 하고 신나게 점심을 얻어먹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고, 또 내가 그렇게 별로인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고.
마음 따시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득 ‘보먹돼’에게 고마움이 느껴졌다.
사실 보먹돼가 아니어도 볼 사이 었겠지만 내 소심함을 이겨내게 해 준 그분에게 연락을 닿게 해 준(?) 매개체가 되어줬으니.
보먹돼야 고마워!
아니, 보먹돼 광고 같아졌는데.
보먹돼가 아니더라도 한동안 만나지 못하거나 잊고 지낸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보는 게 어떨까요?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보먹돼같은 좋은 매개체가 있다면 좋겠지?
@@ 노래를 듣다가 예전에 추천해 주셨던 게 생각이나 연락을 드려요~
떡볶이 먹는데 떡볶이 때문에 위장에 탈 나셨던 게 생각이나 연락드려요~
연말을 그리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생각은 없는 나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다시 이어가며 조금 더 따뜻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글을 써본다.
아무튼 보먹돼는 맛있다.
아니, 행복한 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