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까지 쫓아온 너

by 반항녀

친구 집에 도착해 수다를 떨다가 친구 남자친구가 모기를 조심하라는 말을 해줬다.

그 말에 허접한 개그를 놓칠 수 없는 나는 네덜란드 모기는 다르게 생겼냐 물었다. 키가 더 크다던가. 하하


그랬더니 지우와 지우 남자친구는 하얗고 피도 하얗다고 했다. 우하하


그리고 꿀잠.


아침에 일어나 아무런 계획 없이 친구가 알려준 브런치 카페를 가기 위해 나섰다.


구글맵으로 찍어보니 도보 20분.


아침이라 그런지 꽤나 쌀쌀했다.

느긋하게 풍경을 감상하며 걸었다. 길가에 보이는 나무도 찍고 새들도 보고 어찌 된 일인지 한국보다 작고 귀여운 까마귀들도 보고.

그렇게 자연만 카메라에 담으니 여기가 우리 동넨지 남의 동넨지 모르겠더라.

친구들이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는데 내가 평소 찍는 사진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그나마 티가 확 나는 도로표지판을 좀 더 담았다.

예전에 어떤 연예인이 사진을 올렸는데 그게 알고 보니 똥과 관련돼 있었다던가. 그래서 못 알아보는 글자를 찍을 때 걱정을 하게 된다.

카페에 도착해 팬케이크와 라벤더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스타벅스에서 마시던 베르가못과 착각해 주문을 했더니만 시원찮은 쑥떡맛이 났다. 쑥라떼 맛도 아닌 딱 쑥떡 맛. 나는 쑥떡을 좋아하지만 라떼에서 쑥떡맛이 나는 건 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책을 폈다. 앨리 스미스의 ’가을’.


유럽 풍경이 묘사된 책을 들고 와 유럽에서 읽으면 3D느낌으로 아니, 4D 느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영국작가의 브렉시트 관련 책이었다. 까비.

sticker sticker

이래서 책장을 통째로 들고 오고 싶었다.


아무튼 책을 좀 읽다가 나와서 마트로 갔다.

신세를 지고 있는 우리 집주인 지우가 치즈닭갈비가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내 요리실력도 인정받고 싶기도 했고.

몹쓸 Chatgpt에게 ‘네덜란드에서 치즈닭갈비’ 만드는 법을 물어봤다. 이건 아무리 잘 못 만들어도 범법행위는 아니니 안심을 하고 말이다.

이런저런 재료들로 구색을 갖추도록 사서 집으로 향했다.


아직 친구가 퇴근할 시간이 되지 않아 Chatgpt가 시키는 대로 양념장을 만들어 닭고기를 재워놨다.

자장자장.


그리고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휴대폰에 알림이 하나 떴다.


예상치 못한 카드값의 지출.


그래, 내가 네덜란드로 도피 왔는데도 네가 나를 따라왔다 이거지?


하지만 내가 쓴 돈인데 어쩌겠냐.

여유가 있다 생각하고 2~3인분 되어 보이는 팬케이크와 여유를 즐겼건만..


여행동안 나를 못 찾았으면 좋았을 걸..


새삼 인터넷의 발달에 감탄을 했다.

애석하다. 애석해. 애석한 감탄. 애탄?


이런 슬픔 속에서도 (내가 쓴 돈 내는 건데도 왜 이리 슬프던지) 나는 꿋꿋이 닭갈비를 준비했다.

치즈까지 얹어서.

감사하게도 지우와 지우 남자친구(프랭크)는 맛있게 먹어줬다.


사실 요리를 하면서 차가운 네덜란드 공기에 비염이 씨게 와서 냄새를 하나도 못 맡아서 걱정이 컸는데..


장금이가 된 기분(?)으로 요리를 했고 성공을 했다.


오예..


지우 남자친구는 밥을 두 공기를 먹었고 남은 닭갈비를 내일 먹겠다고까지 해줬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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