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해서 그런데 김을 드려도 될까요?

챗지피티 개 XX

by 반항녀


정신을 차리니 네덜란드행 비행기 안.

정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니 그저께만 해도 실감 나지 않았는데. 전날은 정말 미친 듯이 긴장을 해서 신경안정제까지 먹었다.


비행기를 타기 직전 네덜란드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지우에게 내려서 집까지 찾아갈 테니 주소를 찍어달라고 했다. 지우는 데리러 오려고 했다며 놀란 것처럼 주소를 알려줬고 네덜란드에서 기차 타는 법까지 알려줬다.

기차를 탈 땐 노란색기계에 카드를 한번 찍고 빨간색 기계에 한번 더 찍으라고. 노란색 기계는 기차표를 끊는 기계였고 빨간색은 내 여정에 급행이 있어 급행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 쉽네!


그러고 잠들었다가 일어났다가 기내식 먹다가 다시 자다가를 반복하며 도착했다.

(점심 먹고 저녁을 빨리 안 줘서 패닉이 올 뻔했다. 여태 내가 배고플 때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건 감사한 일이었다. 간식을 아무것도 챙기지 않아 중간에 먹을 것도 없었다. 알고 보니 배고플 때 말하면 컵라면을 준다는..)


네덜란드에서 입국심사를 하며 지우와 다시 연락을 했고 나는 Chatgpt와 구글맵을 번갈아가며 가는 길을 시뮬레이션했다. 후.


지우에게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가야 하는 곳은 Rotterdam Alexander.


Schipol Airport - Rotterdam Centraal - Rotterdam Alexander 순으로 환승하면 되는 길이었다.


막상 공항에 덩그러니 놓이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 망하는 법. 당당하게 정면을 보고 걸으며 기차모양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신도림역이 생각났다. 그 수많은 구멍과 사람들. 분명히 한국인데도 몇 번 구멍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 답답함.


그래, 신도림이라고 생각하자


기차 탑승구 입구 쪽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음료 하나를 사며 물었다.


Rotterdam Centraal로 향하는 기차는 어디서 타면 되나요?

* 생각보다 영어 잘 함.


친절하게 5번 구멍으로 가면 된다고 말해주셨다.


5번 구멍으로 내려갔다. 앞서 지우가 말해준 노란 기계에 카드를 찍으려고 찾는데 기차가 들어온다는 알림이 떴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일단 빨간 기계에 내 카드를 찍었다. 그리고 Chatgpt에게 물었다.

이렇게 답해줘서 얘를 믿고.. 기차에 올랐다.


한 정거장만 가면 되는 상황이라 아무 곳에 앉았다. 캐리어와 장바구니, 백팩. 앉아 한숨 쉬며 정신을 챙기고 있는데 승무원 분이 오셔서 티켓을 보자고 하셨다.


나는 당당하게 ‘레드 원’을 읊으며 기차표가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찍었던 카드를 달라고 하셨고 드렸다. 카드기로 확인을 하시는데 결제 기록이 없다고 하시는 것이다!!


분명히 Chatgpt가 빨간색에 찍고 내릴 때 노란색에 찍으면 된다고 했는데!!!!!

Chatgpt에게 등산 사건 이후에 또 당했구나 싶었다.

(등산사건 : 엄마랑 등산 중 길이 헷갈려 지피티에게 물었더니 잘못된 길을 알려줌. 그래서 왜 그랬냐고 타박했더니 잘못된 길이 더 예뻐서 그랬다고 함.)


그러시더니 무임승차라고 아주 비싼 비용이 부과될 거라고 하셨다. 나는 울상이 되어 ‘오 마이갓.. 오 마이갓..’하며 죄송하다고 했다. 그분은 죄송할 일이 아니라며 도와주신다고 하셨다. 신의 가호를 받은 걸까. 네덜란드 사람들이 친절한 걸까.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다운로드하으라고 한 NS 앱을 다운로드하였다. 그리고 표 끊는 법을 알려주시며 Rotterdam Centraal에 도착했다며 일단 같이 내리자고 하셨다. 그분은 자기 짐을 챙겨서 내리겠다며 일단 계단 앞에 서있으라고 하셨다.


여전히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나는 티켓팅을 스스로 해보려고 애썼고 성공했다. 그리고 그 화면을 보여드렸더니 잘했다며 칭찬해 주셨다.


나는 정말 너무 감사한 마음에 지우를 주려고 산 ‘재래김’을 세 봉지 꺼내어 그분께 ‘디스 이즈 코리안 트레디셔널 푸드.. 당신이 괜찮다면 이걸 받아주시겠어요?’라고 말을 했다.


그분은 두 손을 저으시며 괜찮다고 큰 일 아니었다고 하시며 갈 길을 가셨다.


따뜻한 네덜란드를 도착하자마자 맛보았다.


하지만 나에게 다시 문제가 생겼다.


로그인하지 않고 끊은 표라서 메일로 받아야 하는데 10분이 지나도록 표가 도착하지 않는 것이다!!


그 사이에 지우는 나를 데리러 센트랄까지 오고 있었다. 원래라면 알렉산더까지만 왔으면 됐다. 무임승차 이슈로.. 그만..


개찰구 앞에 서서 메일함을 계속 새로고침 했지만 표는 오지 않았다. (알고보니.. naver.con 이라고 오타를 냈다.) 나는 승무원의 도움을 받고자 내 눈앞에 보이는 버튼을 눌렀다.


(EMERGENCY라고 적혀있었다.)


그 버튼을 눌렀더니 모든 개찰구의 문이 한 번에 열렸다. 모세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기적의 버튼이었다. 나의 손짓 한 번에 문이 좌라락 열리는 걸 봤을 때의 기분이란..

ㅈ됐다.. 싶었는데 아무도 나를 잡으러 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 지우는 도착 했고, 나를 그 역에서 끄집어 내줬다.


지우야 고마워.


그리고 김을 주려고 했던 일을 말해주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고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했다.

다행인 건 내 앞으로의 여정에는 김을 지우한테 주고 더 이상 들고 다닐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함께 온 남자친구의 차를 타고 지우집으로 향했고 나는 네덜란드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 개찰구 문이 활짝 열렸을 땐, 내가 네덜란드 뉴스에 나올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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