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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컨리 Jun 19. 2020

30년간 한결같은 어묵 사랑 이야기

어묵아 안녕

오뎅은 일본말이다.


"어묵"을 어릴 적부터 윽수러(경상도 사투리임) 좋아한다. 할아버지, 아버지도 잘 드셨다. 아마 유전적인 면도 있는 듯하다. 오늘까지 난 '오뎅'이 우리말인 줄 알았다. 부산에서만 쓰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오뎅'은 일본어다. 착각을 해도 크게 착각했다. 이때까지 '덴뿌라'가 일본어 인 줄만 알았다.

무식해도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알아야 살아남는 시대이다. 요즘 버릇이 하나 생겼다. "무엇을 보던지 모르는 단어와 단어는 아는데 뜻을 모르면" 인터넷을 이용해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습관이 생기기 이전에는 조금이라도 알면 아는 척을 했고, 그것 때문에 친구들과 많이 싸웠다. 안 좋은 버릇은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부산은 '어묵'으로 유명한 도시다. 어묵은 일본에서 유래한 가공 식품이다. 으깬 생선살과 밀가루를 뭉쳐 열을 가해 묵처럼 굳혀 만든다. 대표적으로 '부산어묵, 삼진어묵, 고래사 어묵'이 있다. 부산은 일본과 가까이 위치해 있고, 항구 도시의 이 점을 살려 '어묵'을 발전시켰다. 그래서 맛이 더 좋다.


어묵 요리는 맛있다.


어릴 적 어머니는 어묵 요리를 자주 해주셨다. 어묵볶음(간장, 고추장 기초로 만듦.), 어묵탕(오뎅탕), 어묵을 물에 넣고 그냥 끓인 음식을(어머니가 음식 하시는 것을 귀찮아하면 이런 방식으로 만드심.) 해주셨다.

3가지 요리 중 제일 많이 해주 것은 "어묵을 물에 넣고 그냥 끓인 음식"이다. 정말 간단하다. 아무나 손쉽게 할 수 있다. 어묵을 좋아하면 맛도 있다. 방법을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끓는 물에 그냥 어묵을 집어넣으면 끝난다.(단, 국물은 맛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근데 소스가 꼭 있어야 된다. 싱겁기 때문에 간장은 꼭 필요하다. 간장 소스는 기호대로 만들면 된다.

< 어묵탕(오뎅탕) 만드는 나만의 레시피 >
육수를 기초로 만들면 어묵탕(오뎅탕)이 된다.

육수 내는 방법: 끓는 물에 육수용 멸치, 다시마, 마른 새우, 무, 대파, 양파 등을 넣고 15~20분 정도 끓이고 난 다음 뜰채로 건진다.(끓이면 끓일수록 진국이 됨.)
어묵과 갖가지 채소를 넣고 간을 맞춰 완성하면 맛있는 어묵탕(오뎅탕)이 완성된다.


< 구글 검색 >


어머니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는다. 만드시면 맛있게 잘하시지만 귀찮아한다. 농사일이 바빠 힘들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반찬투정'을 좀 했다. 요리를 잘 안 해주셨기 때문에 다른 어머니들과 속으로 비교도 많이 했다. 학교 갈 때 메인 반찬이 '어묵'이면 기분이 좋았다. 맛있는 반찬을 사주시면 더 좋았지만 '어묵'이 있으면 밥 맛이 좋았다.

군입대 후  일병이 되고 파견 근무를 나갔다. 밖에서 따로 점심을 해결했다. 취사병도 아닌데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집에서 라면 끓이는 것 말고는 음식을 만들어 보지 않았다. 이때 처음으로 음식을 만들어 봤다. 군대 선임이 가르쳐준 조리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욕을 들어가면서 만들었다.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스트레스를 받았다.

요리도 자꾸 하다 보니 실력과 맛이 늘었다. 질 좋은 재료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흉내는 냈다. 요리사들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았다. "내가 만든 요리를 먹고 맛있어하는 것을 보면 기뻤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전역 후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요리를 해줬다. '어묵탕(오뎅탕)'을 만들었다. 다들 맛있게 먹었다.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요리를 자주 할 줄 알았지만 귀찮아서 안 했다.




어묵, 술, 건강.


술을 마시기 시작할 때부터 지인들과 술을 마시면 2차는 꼭 어묵탕(오뎅탕)을 먹으러 갔다. 만약 어묵을 먹지 못하면 포장마차에 들려 "꼬치 어묵"을 먹었다. 술이 좀 취해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그 자리에서 "꼬치 어묵을 15개 정도" 먹은 적도 있다. 자주 그런 편이다. '음식 욕심'이 강한 것도 있지만 어묵은 마약과도 같은 거라...


< 포장마차에서 많이 먹었다 / 구글 검색 >


어묵을 7살부터 먹기 시작했으니 거진 30년을 함께 했다.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취직을 어묵 공장에 들어갈까도 생각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작년부터 절제하고 있다. 건강과 관련해 크게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어묵은 밀가루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장수의 역설" 두 권의 책을 읽고, 밀가루가 몸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되어 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거진 30년 동안 먹고 있는 것을 끊어야 된다고 하면 그 고통이 상상이 되는가? 먹을 수 있지만 먹지 못하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조금씩 먹지 않고 있다. 한 번에 끊을 순 없지만 주기를 줄여가면서 끊을 것이다.

다른 방법이 있긴 하지만 시간과 돈이 들어서 문제다. 밀가루가 들어가 있지 않은 어묵을 사서 먹든지 아님 직접 좋은 재료를 구입해 어묵을 만들어서 먹는 것이다.

나는 일단 어묵을 끊는 방법을 선택했다. 나중에 돈과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내 삶에서 어묵 요리는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음식이었다."  어묵 그동안 고마웠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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