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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노 Apr 03. 2021

지하지 말고질문하라.

질문하는 문화


최근 기업과 우리 사회에 주 52시간 근로시간문제가 화제를 넘어 시끄럽기까지 하다. 기업들은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힘들고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각종 수당이 줄어 못살겠다며, 모든 것이 준비 없이 시행한 정부 탓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2163시간(2014년)에서 1967시간(2018 기준)으로 많이 줄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 일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에 속해 있다. 그러니 어찌 정부 탓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물론 정부가 전통적인 산업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전 산업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러나 기업이 생산성의 문제를 근로시간으로만 생각한다면 그동안 근로자들에게 요구한 열정과 경쟁 또한 진실하지 못하다. 진실은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 언젠가 밖으로 튀어나오는 법이다. 그러니 누구를 탓하기 전에 자기 안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 어떤 문제든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밖이 아니라 안에 있기 때문이다. 자기 안에서 찾지 못하는 문제를 밖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은 외부 힘에 의해 변화를 시도하려고 하는 식민 근성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무엇이 문제인지 자기 질문이 우선 되어야 한다.     

산업화 사회는 생산성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관리와 통제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시스템이었다. 노동과 자본이라는 생산요소가 중심이 된 관리체계에서는 개인의 지식보다 시간을 더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했다. 우리가 근로시간에 목을 매는 것은 여전히 산업화적 사고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 기업들의 경영분석이 매출액 대비 인당 노동생산을 우선하며 구성원의 역량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 반증이다. 반면에 선진 기업들은 시간 보다 구성원들의 지식을 통해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진 기업들은 더 이상 관리와 통제가 미래를 살아가는 방법이 아니란 것을 안다. 그들이 끊임없이 찾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자율과 책임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꼭 선진 기업이 아니어도 자율과 책임 문화를 정착시키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기업도 많다. 미다스 아이티도 그런 기업 중 하나다. 건설 및 기계분야 등 종합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생소하지만 글로벌 매출 1000억이 넘는 국내 중견기업이다. 이 기업의 비전은 ‘ 대한민국 공학 기술 자립화의 꿈을 넘어 미다스 아이티의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되는 그날까지.’다. 비전대로 건설구조분야 공학 소프트웨어 세계 1위 기업이기도 하다. 이 기업의 이형우 대표는 절대 직원들을 생산 요소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주면서 스스로 책임감 있게 일하는 기업가적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을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한다고 한다. 채용 단계부터 스펙을 보지 않는 무스펙, 무 징벌, 무상대 평가, 무정년은 물론 호텔식 식사와 식사 후 낮잠의 자유도 있다.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서 누가 강요하지도 않고 추가 야근 수당이 없음에도 직원들은 새벽까지 불을 켜 놓고 일을 하고 있으며 한번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지는 집요함을 갖고 있다고 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법이란 어디에도 없다. 일을 한정된 공간에서만 해야 된다는 법도 없다. 기술은 이미 공간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러므로 주 52시간의 문제도 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자율과 책임 문제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우리는 자율과 책임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모든 기업이 미다스 아이티처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것은 대표이사의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미다스 아이티처럼은 할 수 없지만 모든 기업과 조직이 가능한 방법이 있다. 바로 질문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질문하지 않고 지시하고 통제하는데 만 능했다. 나는 리더들이 입버릇처럼 흔히 하는 말을 기억한다. “시키는 일이나 잘하라”, “남 하는 대로만 하면 중간은 간다.” “괜히 일 좀 벌이지 마라.” 생각해 보면 이런 조직은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구성원은 기계처럼 자기 일에만 매달린다. 그렇다 보니 호기심도 없고 궁금한 것도 없다. 궁금한 것이 없으니 질문할 일도 없고, 생각할 필요도 못 느끼는 것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자기 생각이 없으니 일은 언제나 수동적이다. 조직은 경직되고, 안이하고, 방어적이고 기계적인 사고와 습관을 장려하는 문화가 되어 일은 반복되고 노동이 된다. 구성원들은 노동의 중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무기력해진다.

반면에 질문하는 리더는 억측과 고정관념이 도전받는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있다. 호기심이 질문이 되고, 질문이 생각하고 학습하는 조직을 만들고, 존중과 배려, 자율과 책임 문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질문을 받아 본 사람은 안다. 질문을 받는 순간 자기 존재에 대한 인식과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 일하고 싶은 의욕도 생기고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주도적인 일을 하게 하고, 이때 책임감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질문하는 문화가 자율과 책임지는 문화를 만든다는 것은 확실하다.

질문하는 문화는 구성원에게 질문하고 함께 답을 찾을 때는 단순히 정보만 공유되는 것이 아니라, 책임도 공유된다. 책임이 공유되면 문제와 결과는 물론 아이디어까지 공유되어 창의적인 조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렇게 리더의 질문은 구성원을 자극하고 그들이 원하는 조직의 가치와 행동을 실현시킬 수 있고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가 개인과 조직이 학습 기반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질문은 학습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질문을 통해 더 깊이 생각하고, 전혀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 10명이 같은 경험을 해도 모두 느낌이 같을 수 없듯이 우리는 다른 삶을 통해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질문은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관점에 나의 눈과 마음을 열어두면 학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특히 리더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한 학습은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직원에게 질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들보다 현장의 변화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나와 다른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다. 질문은 질문자의 활동이 아니라 답변자의 활동이기 때문에 리더가 질문을 하고 시간만 주면 된다. 그래야 답변자의 생각은 물론 좋은 답변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문제를 직접 다루는 실무자와 질문을 주고받아야 정확하게 정보를 얻고, 문제를 다각도로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다. 또 혼자 힘으로 문제를 풀 때 보다 더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으며, 질문을 통해 명확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전략적으로 전개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리더 자신은 물론 구성원 모두에게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뚜렷한 이해와 방법을 찾아주기도 한다.

세 번째는 창의적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질문하지 않고 답을 기준으로 일하는 조직이 과거에 매여 앞으로 나 아가지 못하는 반면에 질문하는 조직은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답을 찾고 만들어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가진다. 문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르다. 이미 알고 있는 문제가 답은 아는데 해결방법과 원인을 찾는 과정이라면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질문을 하여 문제를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머무는 것이다. 오직 질문을 통해 새로운 문제를 발견할 때 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렇게 질문은 새로운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조직을 창의적으로 일하게 한다.

네 번째는 조직원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활력이 넘치게 된다는 것이다. 동기부여와 역량강화는 지시보다 질문에서 나온다. 지시가 수동성을 요구한다면 질문은 능동적이고 스스로 답을 모색하는 활동을 통해 역량 또한 강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답을 찾으면 결과에도 책임을 지려한다. 뿐만 아니라 질문은 자기 생각을 유발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주도성을 가지면서 활기차게 바뀐다. 질문을 통해 구성원 간 보다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어 신뢰도 높일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질문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은 쉬우면서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교육과정이 그랬고, 지시를 수용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성장한 리더가 질문을 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 먼저 내가 가지고 있는 답을 버리면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과 경험으로 만들어진 확고함을 버리면 된다. 그동안 경험에서 얻은 답과 확고한 틀은 버리고 정신만 남겨라. 세상에 길들려 지기 전 어린아이처럼, 조직에 길들여지기 전 신입사원처럼 모르는 상태로 돌아가라. 질문은 모를 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모르는 상태가 되면 된다. 

세대 간 갈등도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격차에서 온다. 전통적 산업의 리더와 디지털 세대 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격차가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다. 세대 간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은 학습하고 질문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은 디지털 시대란 것이다. 얼마 전 한 후배가 요즘 얘들은 도대체 품의서 하나도 제대로 못써 일일이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푸념을 했다. 그래서 품의서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느냐고 하니 그건 아니란다. 다만 규칙도 규격도 맞지 않고 사용하는 단어도 정형화되어있지 않은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품의서는 상사를 설득하고 이해시켜 결재를 득하기 위해 쓰는 것이다. 품의서를 가지고 대면 결재를 받는 문화에서는 보고자가 일일이 설명하기 좋게 작성했어야 하기 때문에 스펙처럼 정형화된 것이 맞다. 그러나 지금은 비대면 온라인 결재가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결재자가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 중심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그러니 그동안 내가 맞다 고 하는 것은 다 틀리 수 있다. 

다음은 조직이 가지고 있는 관성적인 답을 버리는 것이다. 조직의 관성이란 습관처럼 되어버린 구성원들의 의식과 행동양식은 물론 조직체계 및 의사결정 방식을 유지하면서 반복하는 성향을 말한다. 이러한 것들이 불변의 답으로 정리되어 기준이 되고 매뉴얼 화 되어 구성원을 통제하며 사고의 유연성을 방해하는 것이다. 2011년 3월에 발생한 일본 대지진 때 발생한 후쿠시마 쓰나미에서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많이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유는 어른들이 매뉴얼대로 행동한 반면 아이들은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질문 문화는 이런 관성의 힘에서 벗어날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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