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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ki Aug 28. 2020

때로 진짜 찐~ 여행은 혼행이다!

검색을 사색으로 바꿔주는 혼행..

“가장 위대한 여행은 지구를 열 바퀴 도는 여행이 아니라 단 한 차례라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다.” -간디-


아이가 커가면서 성장한다는 것은 스스로 혼자 생각하고 사고하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부모가 공부는 가르칠 수 있지만 스스로 혼자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기는 쉽지 않다. 여행은 매 순간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혼자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여행이 아이를 성장시킨다. 혼자 하는 여행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검색만 하던 아이가 사람과 자연을 돌아보며 사색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성장하려면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자생력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가는 능력’, 즉 생존력을 의미한다. 전 세계에서 생존력이 가장 뛰어난 민족으로, 많은 이들이 유대인을 뽑는다. 나라를 빼앗기고도 유대인들은 그들의 정통성을 지켜왔다. 유대인 인구는 전 세계 인구수의 0.2%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가장 많은 22%를 차지한다. 유대인의 힘은 유대인 교육법에 있다. 세상 어디에 던져놓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그 핵심이다. 그리고 그 힘의 저변에는 스스로 혼자 생각하는 힘이 있다.


혼자만의 시선, 혼자만의 생각, 혼자만의 시간 in 우도

스스로 혼자 생각하기 위해서는 혼자 있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다음의 네 가지를 의미한다. 첫 번째, ‘육체적’으로 혼자되기이다. 인간관계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가끔 아는 사람, 익숙한 사람들로부터 잠시 떨어져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몸의 상태가 마음을 좌우하듯 육체적으로 홀로 되었을 때 마음도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정신적’으로 혼자되기이다.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정신적 지주, 부모)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오롯이 홀로 서보는 것이다.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한 정신적 독립은 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다.


세 번째는 ‘감정적’으로 혼자되기이다. 나쁜 감정(미움, 질투)이나 어려운 감정들(슬픔, 화남)이 밀물처럼 밀려올 때가 있다. 대부분 우리는 친구나 마음 통하는 지인을 만나 해소한다. 하지만 때로는 감정적으로도 홀로서기를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솔직한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네 번째는 디지털 세상에서 ‘사회적’으로 혼자되기이다. 태어날 때부터 연결 세대(Connected Generation)라 불리는 우리 아이들은 더더욱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가 힘들다. 24시간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이나 SNS 등으로부터 잠시 떨어지는 것(언택트, Untact, 접촉을 차단한다는 신조어)이 필요하다. 수시로 울리는 메신저와 메시지 알림이 있는 한, 지구 반대편을 가더라도 혼자만의 시간은 가질 수가 없다.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은 ‘충분한 시간’과 ‘올바른 방법’이 함께 어우러져야만 가능하다. 안데리스 에릭슨 박사도 이 두 가지의 중요성을 저서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1만 시간을 투자해도 안 되는 이유는 1만 시간이라는 노력의 올바른 방향과 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방법으로는 10만 시간을 투자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올바른 방법의 핵심은 세 가지다. 집중과 몰입이 필요하고, 집중의 결과를 피드백받아 객관화시킨다. 피드백을 통해 재평가하고 수정한다. 이러한 집중, 피드백, 수정의 순환을 반복하면서 1만 시간을 올바로 투자했을 때에만 큰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밀포드 트레킹 코스에서 때로는 혼자서 걷는 시간도 필요하다. 저멀리 혼자 걸어가는 아들의 모습


혼행은 혼자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고 숙성, 힐링, 감사의 시간이 된다

혼자 생각하는 힘을 키우려면 4가지 측면에서 ‘혼자됨’이 필요하고, ‘충분한 시간’과 ‘올바른 방법’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가장 좋은 환경이 혼자 하는 여행, 바로 ‘혼행’이다. 아이가 어릴 때에는 혼자 여행을 보낼 수가 없다. 당연히 부모가 함께하고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의 나이에 맞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과 재미를 줄 수는 있다. 부모에게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지만 아이에게는 큰 역할, 큰 책임이 되어 재미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혼자 있는 시간과 혼자 생각할 여유를 줄 수도 있다. 아이 혼자의 힘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혼행은 아이에게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숙성의 시간이 된다.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는 좋고 나쁨이 없다. 그 경험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해석과 태도에 따라 결정된다. 경험을 중요시하지만 핵심은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느냐에 있다. 그걸 느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만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김치도 담그고 나면 숙성이 될 시간이 필요하듯, 경험도 숙성되어 자신만의 해석이 될 시간이 필요하다. 나만의 생각과 해석이 행동으로 실천되기까지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밀포드 트레킹 코스로 가는 버스 안에서 혼자만의 사색에 빠져 있는 아이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질문하고 놀고 끝말잇기를 했다. 하지만 고학년부터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풍경을 감상하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는 억지로 대화하려 하지 않고, 혼자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에서는 말없이 혼자서 묵묵히 걷는 시간이 많았다. 나도 아이도 혼자만의 시간과 사색을 즐겼다. 그러고 나면 나도 생각이 정리되고, 아이도 다시 즐겁게 대화를 시작했다. 아무리 멋진 자연과 풍경도 계속 보기만 해서는 감탄만 하고 금세 잊혀진다. 자신만의 시간을 조용히 가질 때 비로소 마음의 사진첩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혼행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는 낯선 여행지에서 새롭게 자신을 바라보며 얻게 되는 힐링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우리 모두는 주인공이다. 때로는 도와주는 조연 없이 혼자서 모든 걸 다해내는 슈퍼맨, 슈퍼우먼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가 낯선 여행지에서 나처럼 열심히 살아가는 다른 주인공들을 관객의 시선으로 만나게 된다. ‘내 인생만 힘든 게 아니구나.’, ‘인생이란 게 원래 다 이렇게 굴곡지고 출렁이고 하는 거구나.’라는 걸 깨닫게 된다. 나와 비슷한 그들을 통해 위로와 힐링을 받고, 새롭게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조망효과는 직접 눈으로 보아야만 체득할 수 있는 이론이다.

높은 곳이나 먼 곳에서 전체를 바라볼 때 느껴지는 가치관의 변화를 ‘조망 효과(Overview Effect)’라고 한다. 나무 바로 앞에서는 나무밖에 보이지 않지만 산봉우리에서 바라보면 비로소 숲이 보인다. 이럴 때 느껴지는 가치관의 변화인 것이다. 혼자만의 여행은 여행 중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관조하듯 바라보는 조망 효과를 닮았다. 나무가 아닌, 멀리서 숲을 볼 때처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처음으로 우주에서 지구를 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서로 다투기에는 지구가 너무 작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년 전 어느 여름에 제주도로 혼자만의 힐링여행을 간 적이 있다. 나름 혼자서 ‘놀멍 쉬멍’이라고 이름까지 붙였던 여행이었다. 처음 ‘비자림’이라는 숲을 찾아갔는데 비가 와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홀로 자유롭게 맨발로 비 내리는 비자림을 걸으며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온몸으로 자연을 느껴보았다. 그때 발바닥에 닿던 이끼와 나뭇가지, 붉은 송이 흙의 서걱거림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털털털 느린 속도로 가는 제주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 날의 경험은 아무 말 없이 나 자신을 위로해주고 치유해 주었다.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은 침묵의 날이었지만, 나 자신과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대화를 이어갔던 날이었다.

장대비가 내리다가 갑자기 반짝 해가 비친 비자림


혼자 생각할 시간이 있는 여행이 아이를 성장시킨다

     

여행은 매 순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들로 가득하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는 그 모든 것이 온전히 혼자의 몫이 된다. 생각할 필요 없이 따라만 다니면 되는 패키지여행에서는 나의 생각의 공장은 문을 닫는다. 인터넷 검색으로 시작해 블로그 검색으로 끝나는 카피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판단으로 선택한 것에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하는 혼행을 할 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 나만의 고유한 생각과 경험이 만들어지는 진짜 나의 찐~ 여행이 시작된다.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 코스의 마일 마커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 코스 중간중간에는 거리를 알려주는 마일 마커(Mile-marker)가 있다. 아이와 하나하나 세어가면서 걸었는데 중간 오르막길에서 길을 잃었다. 마일 마커도 보이지 않았고, 앞뒤로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아이에게 결정권의 바통을 넘겨줬다.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뒤로 돌아가자고 했다. 만약 가던 길이 맞으면 괜히 되돌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의 결정대로 30분 정도를 내려가다가 다행히(?) 가이드를 만났고, 그 길이 맞는 길인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는 상관없다며 다시 오르막길을 씩씩하게 걷기 시작했다. 고민을 통해 최선의 판단을 하고 나서, 결과에 책임을 지는 모습이 멋있었다.


혼자 여행을 잘하는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다. 혼자만의 시간은 자기 자신과 마주 보는 시간이며 강한 몰입력을 키워준다. 몰입력은 독서할 때 작가와 대화할 수 있게 해 주고, 수업할 때는 선생님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배움의 힘은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은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다. 아이가 입력받는 정보만 넘치고 혼자 생각할 시간이 없다면 그 정보들은 곧 모두 휘발되고 사라진다. 아이에게 혼자서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줄 때 아이는 비로소 멋지게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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