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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ki Aug 23. 2020

나만의 여행, 나만의 인생

Only One (온니원)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여행을 간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부터 읽는다. 어디가 가성비 최고인지, 맛집은 어디로 가야 실패하지 않는지 알기 위해서다. 가는 곳, 먹는 것, 자는 곳, 하는 것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이 경험한 것들이다. 여행이 마치 ‘남 따라 하기’를 경험하기 위해 가는 것만 같다. 여행은 나만의 경험을 얻기 위해 간다. 나의 생각과 나의 스타일이 나만의 여행을 만든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도 남의 것이 아닌 나만의 것이 있어야 나의 여행이 된다. 나만의 여행이 쌓여 나만의 인생이 된다.


Best 가 돼라 하는 세상에서 Only One(온니원) 이 중요한 이유

     

우리는 어떤 분야든 베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들으면서 커왔다. 경쟁이 치열해져서 이제는 상위권이나 2등, 3등도 아닌 오직 1등만이 독식하는 시대가 되었다. 올림픽 경기에서도 은메달, 동메달도 좋다고 말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금메달만이 받는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베스트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베스트가 되겠다고 하는 순간, 그 목표는 곧 사람들과의 관계를 경쟁관계로 바꾼다. 내가 베스트가 되면 나머지 사람들은 실패자로 불행하게 된다. 남이 베스트가 되면 내가 불행하게 된다. 베스트는 시간이 지나면 바뀌게 된다. 한 번 1등이 영원한 1등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베스트만을 추구하는 것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온니원은 다르다. 인간은 모두가 다르게 태어난다. 모든 사람들의 목표는 다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목표가 다르고 결승점도 다르기 때문에 경쟁도 없고 비교도 없다. 오히려 함께 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아이디어를 주고 도와주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가르침이자 배움이 된다. 모두가 행복해진다. 실수와 실패는 경쟁 낙오자가 아니라 자기만의 온니원을 찾아가는 ‘과정’이 된다. 베스트는 언제든 더 뛰어난 사람이 나타나기 때문에 언제나 아웃소싱이 가능하다. 온니원은 자신만의 독특함이 있기에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시간이 지나도 결코 대체할 수 없다. 아웃소싱이 불가능한 사람인 것이다.


아버님과 아이를 함께 데리고 미국 LA에 계신 고모님을 뵈러 간 적이 있다. 고모님은 LA에 오면 모두가 꼭 가는 핫플레이스가 있다며 우리를 데려가셨다. 한국에서도 익히 들었던 인 앤 아웃 버거(www.in-n-out.com)였다. 그런데 이 버거집은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한 것 투성이었다. 도심 외곽에만 위치하고 있고 고속도로 주변이라 먼 길을 돌아가야 했다. 도착해도 1시간 이상씩 줄을 서야만 살 수 있었다. 모든 메뉴는 오더 후 요리 시작이었다. 계산대 뒤로 생감자를 깎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 오픈 키친은 신선한 재료만을 쓴다는 회사의 자부심이라고 했다.

통일된 화이트 앤 레드 유니폼, 수 십개의 생감자를 깎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앤아웃버거점 in LA

재미있는 것은 마니아들끼리는 더 먼 곳에서 올수록 엄지를 치켜세운다는 거였다. 뉴스에는 800km나 떨어진 곳에서 온 대단한 마니아도 있었다. 패리스 힐튼은 너무 먹고 싶은 나머지 음주한 상태로 햄버거를 먹으러 갔다가 매장 앞에서 음주운전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인 앤 아웃 버거는 모든 것이 불편하지만 소비자들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러한 현상을 하버드 경영대학원 문영미 교수는 저서 <디퍼런트>에서 온니원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남을 이겨야만 될 수 있는 베스트가 아닌, 남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창성의 힘이라는 것이다.


온니원은 아주 작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만의 해석을 통해 시작된다

     

태국 방콕 짜뚜짝 시장, 치앙마이 선데이 마켓, 루앙프라방 야시장, 제주 세화 벨롱장(벼룩시장), 강원도 화천 오일장, 제주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부산 깡통시장. 우리 가족은 낯선 여행지에 가면 제일 먼저 ‘로컬마켓(현지 시장)’을 찾는다. 그것이 가끔씩 열리는 벼룩시장(중고물품 시장)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최우선 방문지로 삼는다. 로컬마켓에는 새로움이 가득하고,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열기와 현지인들의 사람 냄새가 있다. 그 나라, 그 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수공예품과 문화의 양식들이 지천에 깔려 있다. 여행에서 로컬마켓은 단순한 쇼핑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 가족만의 여행문화를 대변하는 곳이다.


나름 에너지와 흥이 많은 편인 우리 가족이 라오스 방비엥에 갔을 때의 일이다. 블루라군으로 유명한 방비엥은 라오스에서도 시골 도시에 속하는 곳이었다. 피곤해서 다들 일찍 잠이 들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닭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소리가 한국의 닭소리와는 다르게 조금 길고도 묘했다. 처음엔 이게 닭울음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처음엔 한 마리가 우는 듯싶더니 곧 수 십 마리의 닭들이 경연대회 하듯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 울음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나도 모르게 따라 해 보기 시작했다. “닭 대가~의리!” 나도 모르게 내뱉은 울음소리 모창에 아이와 와이프가 박장대소를 했다. 그날 밤부터 우리는 라오스 건 태국이건 동남아의 닭들을 볼 때마다 모창 하며 따라 했다. “닭 대가~의리!”

라오스 방비엥의 닭울음소리는 평생 잊지못할 것 같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 온니원을 거창한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닭 대가~의리!”처럼 아주 단순하고 재미있는 것들부터 나만의 해석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쉽게 공감하고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유적지에서 어려운 말들로 거창한 의미를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기억도 못한다. 재미없기 때문이다. 수년이 지났지만 우리 가족은 어디서든 닭소리를 들을 때마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으며 따라 한다. “닭 대가~의리!” 별것 아닌 동물 울음소리지만 우리 가족만의 해석이 담겨 여행의 즐거운 추억을 소환해내는 마법의 주문이 되었다. 우리 가족에게만 있는 온니원의 무기가 하나 더 생긴 것이었다.


자신만의 형용사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온니원을 완성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이의 꿈은 해커였다. 나름 좋은 일을 하는 해커를 원한다는 의미에서 ‘화이트 해커’였다. 나는 아이에게 하나를 더 물었다. “찬희야! 해커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해커가 돼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인데, 앞에 어떤 형용사를 붙이면 좋을까?” 아이는 홍길동처럼 나쁜 사람들 사이트는 공격해서 무너뜨리고, 좋은 사람들 사이트는 보호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속박되지 않고 자유로운 게 좋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가 앞에 붙인 형용사는 ‘자유로운’이었다. ‘자유로운 화이트 해커’ 이 세상에 그냥 화이트 해커는 많지만, 착한 일을 하는 자유로운 화이트 해커는 조금 특별해진다. 자신만의 독창성이 담긴 형용사는 평범한 명사를 나만의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의 아침

패션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정체성, Identity)라는 말이 있다. 브랜드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그 브랜드만의 고유한 본질과 차별적 정체성을 의미한다. 특히 패션 명품 브랜드들은 각자 저마다의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자신만의 독특하고 뚜렷한 아이덴티티가 있기 때문에 비싼 고가의 물건들을 팔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표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장인이 제품 하나에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한 땀 한 땀’ 수작업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에르메스의 아이덴티티는 장인의 한 땀 한 땀 정신이고, 제품이 아닌 이 장인정신을 판매하는 것이다. 에르메스 버킨백 하나가 2천만 원이 넘게 팔리는 이유다.


브랜드가 아닌 사람 역시 저마다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어릴 때는 축구 잘하는 아이, 호기심이 많은 아이 정도지만,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조금 복잡해진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학생들, 졸업생들 중에서 자신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가진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는 연관성 없는 스펙들의 나열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펙과 경험을 통해 자신이 느끼고 깨달은 성공과 실패의 교훈이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낸다.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를 토대로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는 사람이 아이덴티티가 강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나만의 스토리, 차별화된 나만의 능력이 온니원을 만든다.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강하고 명확할수록 그 사람은 명품이 되는 것이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여행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는 사람이다. 여행을 통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자신만의 추억을 만들어 간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길을 무작정 따라다니지 않는다. 자신만의 가치대로 루트를 만들고 새로운 여행지를 개척해 낸다. 어릴 때부터 아이 손을 잡고 하는 여행은 아이에게 자신만의 시각과 해석 능력을 키워준다. 지구 상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베스트만을 추구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만의 여행 스타일은 나만의 시각과 해석력을 키워준다. 그것이 쌓여 나만의 여행문화를 만들고, 유일한 나만의 생각과 철학을 완성시켜 준다. 나만의 형용사와 나만의 온니원은 그렇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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