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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딩_3.  왜? 이름이 푸딩인지 100% 공감이다

거실에 놓았던 푸딩의 침대를 내가 자는 방 침대 옆자리로  옮기고 집안의 모든 불을 하나씩 하나씩 껐다

깜깜해진 낯 선 방 안에서 잊고 있던 적응이 생각났나 보다

어두워진 새로운 장소의 동선은 푸딩을 불안하게 했다


열린 방문과 내가 있는 침대를 오고 가기도 하고, 창밖을 보며 서성거리기도 했다

내게 가까이 오면 이름을 불러 주었고, 푸딩을 번쩍 안아서 나의 곁에서 잘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것도 잠시 푸딩은 침대의 곳곳을 냄새를 맡다가도 다시 껑충 내려가 깜깜한 거실을 다녀 오곤 했다


그렇게 한 30분을 오고 가고 나서야 포기를 받아들였다


엷은 신음 소리를 내며 나의 곁으로 올라오고 싶다고 했다

하얀 아기 곰 같은 푸딩은 모든 외모가 동글동글했다

통통하고 탱글탱글한 몸매는 하얀 털로 덥혀 있어도 그대로 느껴졌다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눈동자

동그란 발등

동그란 몸통

동그란 궁뎅이


아~~~

몸 어느 부위 한 군데도 나무랄 데 없이 귀여움 대 폭발이다

ㅎㅎㅎㅎ


왜~~ 푸딩의 이름이 푸딩인지 100% 공감이다 ㅋㅋ


통통한 푸딩을 안고 있으면 통통하고 이쁘게 살이 오른 6개월 남짓 아가를 안고 있는 기분이 든다

왠지 옹알이를 할 것 같아 푸딩을 안고 얼굴과 눈을 마주치며 "그랬어... 우리 푸딩... 놀고 싶었구나.. 아구구구 이뻐라~~ 어느 별에서 온 거야 우리 푸딩은...ㅎㅎ" 말도 안 되는 말을 마구마구 해댄다 ㅋㅋ


동그랗고 선 한 눈빛을 가진 푸딩은 나의 말을 평온하게 들어 준다

푸딩이 침대에 오르면 나는 자주 푸딩이 나의 배 위에 올라오도록 유도했다


은근하고 묵직하고 꿀렁꿀렁한 무게를 지닌 푸딩의 눌림을 받고 싶었다

푸딩과 정면으로 얼굴을 보며 푸딩의 이목구비를 꼼꼼하게 보며 얼굴을 매만져 주었다


보통 우리 집에 온 고객님들?(강아지)은 침대에 오르면 자기의 잘 자리를 찾느라 약간의 신경전이 있곤 한다

특히, 나의 주변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푸딩은 다른 행동이 나왔다

초코의 옆자리를 원했다


초코는 나이가 점점 들면서 혼자 자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 겨울이 되면 나의 오른쪽 머리맡에 조용히 다가와 혼자 웅크리고 잔다


초코의 잠자리 스타일을 모르는 푸딩은 초코가 자리를 자꾸 옮길 때마다 함께 따라다녔다


신기하게도 초코의 자는 방향까지 따라 했다

이 장면은 단골 고객이 된 뽀미와 다솜이한테서 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뭐지?!!

서열 정리인가?

초코가 좋아졌나?


초코가 귀찮아서 침대를 벗어나 방 한쪽 구석으로 이동하면 '끙.. 끙.. '거리며 초코의 근거리에서 잠을 잤다


와~~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어릴 적 나의 큰아들과 작은 아들을 보는 기분이다

유난히도 작은 아이는 형을 잘 따라다녔다

조금 먼저 태어난 형이 무엇이든 우월해 보였나 보다

노는 것도,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모든 형이 하면 그대로 따라 하거나 같이 하고 싶어 했다

안타깝게도 졸졸졸 따라다니는 동생을 형은 그리 좋아하질 않았다

친구들과 놀고 싶어 했고, 혼자 있고 싶어 했다


오늘 초코와 푸딩을 통해서 어슴푸레 생각나는 나의 아들들의 지난 과거가 소환되었다


지난날 정신없이 먹이고 씻기고 입히며 키우며 지냈던 독박 육아 시절이 자주 생각날 듯하겠다


첫날밤을 잘 자고 일어난 푸딩은 나에게 모닝 뽀뽀를 해 주며 반겨 주었다


장년에 비해 춥지 않은 1월이다

주섬주섬 눈곱 세수를 하고 초코와 푸딩의 새벽 산책을 다녀왔다


입마개를 해야 하는 아파트 규정상 푸딩한테는 엘리베이터와 로비에서만 신경 써 착용을 해 주었다


처음 해 보는 입마개를 앞 발로 톡톡 빼는 푸딩을 막을 길이 없어 ㅋㅋ 그 구간에선 안아야만 했다

(안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가만히 있어 준다)


4킬로가 조금 넘는 푸딩을 안고 있으면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정말이지 풍성하고 탱글탱글한 푸딩을 만지는 느낌이다


몸 구석구석 모두 통통해서 안는 맛이 있다고 해야 할까나?ㅋㅋㅋ


안은 느낌이 너무 좋아서 솔직히 좀 더 오래 안고 산책하고 싶어질 정도이다


나의 마음과는 달리 어서 빨리 땅을 밝고 달리고 싶은 푸딩은 발버둥 친다


공중 달리기를 하던 발은 땅에 닫는 순간부터 바쁜 마음의 신호를 받고 산책줄까지 땡땡 해진다


또 다른 자아가 탄생하나 보다

조금 전까지 작고 앙증맞았던 푸딩에게서 괴력에 가까운 힘이 올라온다


나는 질질 끌려가다... '이건 아닌 것 같다네' 정신을 차린다


아직 산책의 속도에 익숙하지 않은 마음만 급한 푸딩에게 여유로움과 신선한 산책의 공기의 흐름을 느끼게 해 주는 연습을 연구했다


오늘은 첫날이기도 하고 푸딩의 산책 스타일을 파악했으니 집으로 들어가 내일부터 새로운 산책 스타일을 조금씩 조금씩 넣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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