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육아일기 (2) #선택, 후회
나이가 들면서 쉬워지는 일이 있는 반면, 아무래도 쉬워지지 않는 일이 있다. 바로, "선택"이다.
어쩜, 나이가 들수록 어려운 선택이 늘어나는지도 모르겠다.
고려할 사람과 요소가 많아지면서 '숙제를 지금 할까? 나중에 할까?'와 같은 쉬운 질문보다는 '집을 지금 살까? 조금만 더 기다릴까'와 같은 불확실한 것부터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셔도 될까?’와 같이 어떤 선택을 해도 어렵고 후회가 남는 것들이 늘어난다.
며칠 전의 일이다.
큰 아이가 학교에서 전화를 했다. "엄마, 저 오늘 학교 끝나고 친구네 놀러 가도 될까요?"
여간해서는 정해진 계획을 바꾸거나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없는 아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적잖이 당황한 나는 "오늘 영어수업 있는데.. 갑자기 취소하긴 어려울 것 같아." 그리고는 "안돼"라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교하는 아이는 무척 속이 상한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났다. 4학년이면 다 알만한 나이고, 스스로 판단이 가능한 일이었을 텐데 왜 전화를 했을까 하고.. (지금 돌아보면 아이에게 '나쁜 엄마' 역할을 한 것이 화가 났던 것 같다.)
참을 인자를 가슴에 새기며 집에 돌아와 아이와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 말로는 학원 일정이 바빠서 자주 놀지 못하는 친구가 그날 수업이 취소되어 놀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워낙 일정이 바쁜 친구라 흔한 기회가 아니라 놀고 싶어서 전화한 건데, 엄마가 단 번에 안된다고 거절해 속상하다고 했다. 이때 나는 또 한 번 화가 났다. '아니, 친구는 학원이 취소돼서 논다는데.. 너는 수업을 취소하고 그 친구랑 놀겠다고? 코로나로 살얼음판인 지금?' 왠지 대책 없는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품 안에 아이라 내게 결정을 바라고 상의하지만 이제 몇 년만 지나면 내 손을 떠날 것이다. 그때는 아이를 대신해 무언가를 선택해 줄 수는 없다. 늘 아이가 좋은 선택을 해나가길 바라지만, '좋은'의 기준이 서로가 다른 게 문제다. 앞의 상황에서 내 생각에 '좋은' 선택은 "내가 오늘 영어 수업이 있어서 그건 어려울 것 같아. 아쉽지만 다음에 놀자"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그래! 우리 엄마가 된다고 할 거야! 가자! 너희 집에!"일 것이다. 이번에는 갑작스러웠던 데다 코로나 예방 차원에서 여럿이 모이는 것은 곤란하다고 이야기하고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이 일은 마무리되었다.
늘 계획한 대로 살 수는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렇다고 계획 없이 살아도 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게 부모 입장이다. 열심히 노력해 계획대로만 살면 삶이 안정적일 수 있지만 계획이 어그러졌을 때 아이가 대처할 수 있는 힘은 길러주기도 어려울 것이다. 또한 우연한 곳에서 생각지 않은 누군가나 감동을 마주할 기회도 갖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때는 계획을 꼭 지켜야 하고, 어떤 때는 수정하거나 즉흥적으로 행동해도 좋을까?
나는 알고 있을까, 그 기준을? 답이 없는 이 문제를.. 나도 모르는 것을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