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노트

음악소설집

'음악 앤솔로지'라는 컨셉으로 묶인 다섯 작가의 단편소설집

by 행복맘


'음악 앤솔로지'라는 컨셉으로 묶인 다섯 작가의 단편소설집.

구성도 신선했고, 각각의 단편들도 작가들 개성이 뭍어나서 좋았다.

소설 속에 나온 음악들을 찾아보는 재미까지.

단순히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설 속 공기를 체험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1.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삶은 대체로 진부하지만 그 진부함의 어쩔 수 없음, 그 빤함, 그 통속, 그 속수무책까지 부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인생의 어두운 시기에 생각나는 건 결국 그 어떤 세련도 첨단도 아닌 그런 말들인 듯하다.

쉽고 오래된 말, 다 안다 여긴 말, 그래서 자주 무시하고 싫증 냈던 말들이 몸에 붙는 것 같다.

2.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헌수는 내게 두서없는 말을 늘어놓다 엉뚱하게도 우리가 러브 허츠를 들은 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만약 지금 너를 다시 만난다면 네가 틀렸다고, 이건 '안녕'이 아니라 '암 영'이라고 고쳐주는 대신 그래, 가만 들어보니 그렇게도 들리는 것 같다고,

콘크리트 보도에 핀 민들레마냥 팝송 안에 작게 박힌 한국어, 단순하고 오래된 '안녕'이란 말이 참 예쁘고 서글프다 해줄 텐데"라며 작게 훌쩍였다.

그러곤 그런 스스로가 창피했는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3.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한 시절 누군가와 정기적인 대화를 나눴다 해서, 긴장과 웃음, 안부를 나눴다 해서 헤어짐이 이렇게 서운할 줄은 몰랐다.

이상하지. 직장에서는 그 모든 게 지겨웠는데. 사회적 감각의 스위치를 꺼두고만 싶었는데.

고향에서 엄마와 나 오직 두 사람만의 관계로 세계가 쪼그라들자 그 많은 언어가 그리워졌다.

실수하고, 변명하고, 거짓말하고, 반문하고, 더러 표 안 나게 유혹하고, 티 나게 매혹당하고, 긍정하고, 의심하고, 호응하는 사회적 몸짓들이.

그래서 그 일부를 한동안 내준 로버트가 필요 이상으로 소중하고 친밀하게 다가왔는지 몰랐다. ​


4. <웨더링> 은희경

명왕성은 1930년에 발견됐어. 이 곡을 작곡할 때는 아직 없었지. 발견을 못했으면, 있는 것도 없는 거야.

알겠어? 과학은 불변의 진리가 아니야. 그 당시 살았던 과학자들이 알아낸 데까지를 뜻하는 거라고.

5. <초록스웨터> 편혜영

그가 순전히 내가 싫어서 떠난 거라고 생각하면,

그럴싸한 이유를 댈 수도 없을 만큼 사소한 것들로 내가 싫어져 무례한 방식을 택했다고 생각하면 더 견디기 힘들었다.

가장 친밀했던 존재가 한순간 낯을 바꿔 경멸 섞인 무관심을 드러내자 나는 금세 위축되었다.

무엇을 하든 나를 탓하고 의심했다. 한때 사랑했던 것들과 어떻게 헤어져야 하는지 몰라서였다.

6. 은희경 작가인터뷰 중

삶이 내게 할 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이 내게 일어났다.

7. 편혜영 작가인터뷰 중

엄마가 남겨놓은 스웨터가 여러 사람의 흔적과 손길로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다보면 어떤 관계든,

지금 곁에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삶의 부피감을 늘려주었다는 걸 경주가 알게 되리라 생각했어요.

물론 스웨터를 볼 때마다 지금은 멀어진 사람들이 떠올라 아프고 쓸쓸해지겠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관계의 흔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질 테니 서로 만나지 못한 시간을 짐작하고 이해하는 품이 넓어지기도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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