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삶의 철학이 되다!
며칠 전 작은 아이와 심리상담센터를 찾았습니다. 저의 일상이 너무도 바빴던 상황에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것들을 잘 챙긴다 생각이 되어 그 자체만으로 기특하다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맘을 제대로 들여봐 주지 않고, 혼자서! 스스로! 잘하는 아이들...이란 생각에 너무 안심을 했던 부분이 문제상황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서적인 허기였을까요? 무엇을 채워도 채워질 수 없는 그런 마음이 행동으로 표현되어 마음을 쓸어내려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일주일 학원도 보내지 않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는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했지만, 딱히 아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건 아이의 지금 현재의 마음상황을 제대로 아는 것이였습니다.
센터를 찾은 그날, 담당 선생님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는 끝에 아이의 문제의 중심엔 "엄마"가 될 수도 있음을 느꼈습니다. 검사결과에 따른 상담이 남아 있지만, 상담 안에서 대화를 하면서 제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네요.
그래서 부모는 자녀와 함께 성장한다라는 말이 있나봅니다.
아이가 전화해 엄마에게 말합니다. " 엄마 언제 와?"
바쁜 회사엄마에 시달리는 엄마는 아이에게 차분히 이야기를 해 줍니다.
"자꾸 토하는 코리끼를 만났구나, 코끼리 속이 편해질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줄래?"<복사기>
"길잃은 동물 친구들 길만 찾아주고 갈께"<회의>
"잠안자고 울어대는 새들 잠들면 곧 갈께"<업무 전화>
"화가 잔뜩 난 꽥꽥 오리, 잘 해결하고 갈께"<직장 상사와의 대면>
달리기 잘하는 엄마!
씩씩한 엄마!
그 와중 엄마에게 힘이 되어 주는 함께 하는 친구들!
어두운 밤길을 달려 너에게 갈께!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지?
언제나 나를 기다려 준 너에게로 무사히 돌아올꺼야!
아이는 항상 바쁜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바쁘게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아이를 바라보며, 하루 잘 살아내었던 안도감에 편안한 모습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나는 과연 저와같은 편안한 표정을 지어본적이 있었던가를 생각해봅니다.
인문학 강사로서 새롭게 활동하기 전 직장이라는 틀 안에서 치열하게 20년 가까이 회사생활을 했습니다.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아이들 어린이집 보낼 준비로 정신없이 하루 일과를 열어 7시30분 출근하면서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바쁜 하루 회사 일정을 마감하면 다시금 집안에서의 치열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잠든 후 혼자 남겨지는 12시가 넘은 새벽시간이 제게 유일한 쉼의 시간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영향이 작용한 것일까요? 자꾸 아이들에게 곁을 내어주기보다는 저만의 독립공간, 저만의 시간을 좀 더 챙기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느순간 왜 내가 아이들에게 희생하면서 엄마의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거지?라는 억울한 생각이 불쑥 올라올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괭이부리말 아이들<김중미 지음>"이란 도서를 우연한 기회에 읽으면서 알게되었습니다.
아이들한테 내가 필요한게 아니라 나한테 아이들이 필요해
<괭이부리말 아이들 p179>
그동안 아이들에게 희생하는 엄마인 저의 모습만을 떠올렸습니다. 매번 아이들로 인해 시간이 부족하고, 나의 생활이 없다는 생각으로 불평을 늘어놓았었지만 만약 나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없고, 나에게 주어지는 자유로운 시간이 많다면 아이들과의 함께 하는 시간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함께하는 가족이 있고, 지금의 나의 자녀들이 있기에 에너지를 얻게 되고, 울고 웃으며,싸우고 화해하면서 다시금 도전하고 변화하는 제대로 된 삶을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좀 미안했습니다. 그동안 나의 아이들이 제게 커다란 선물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만 불평불만을 쏟아냈었던 그 모습 말입니다.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잘 채워 잘 자라 주는 것도 저에게 살아가는 큰 힘이 됨을 이젠 알것 같습니다.
상담결과에 문제의 요소중 하나가 저를 가리키고 있을꺼란 걸 미루어 짐작 해볼 수 있지만, 지금이라도 깨달을 수 있고 바라볼 수 있음에 한없이 감사합니다.
그림책에서 보여주는 그 편안한 엄마의 모습... 아이가 날 기다려 주고 있지만, 엄마는 알았을 것입니다. 자신에게 이 아이가 나에게 얼마나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인 것인지를...! 치열함 속에 버티게 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음을!
올해는 여유로운 미소로 아이들을 좀 더 사랑가득 품어줄 수 있는 따뜻한 부모가 되어야 겠습니다! 정서적으로 충만하도록~
아이들이 항상 말을 안 듣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아이들이 항상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걱정 하라. –로버트 폴검(미국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