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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aollet 리아올렛 Jan 18. 2023

수영1. 해녀학교 졸업 후 수영장 초급

언제나 처음을 처음처럼  

해녀학교 졸업 후 2023년


작년 해녀학교를 졸업 후, 2023년부터 많은 게 바뀌었다. 첫째로 이사를 했고, 둘째로 취직을 했다. 셋째로 브런치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해녀학교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 게 올해의 목표라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많은 것이 바뀌고 적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며 내 몸은 뻣뻣해져 갔다. 겨울이 추워서인 이유도 있을 테다.


해녀학교 글을 쓰고 있으니 물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물에 들어가면 검은 잉크가 물에 번지듯 뻣뻣함들이 녹아 사라질 것 같았다. 어느 날 이 상상이 강렬할 때,일어나자마자 근처에 봐두었던 체육관으로 향했다. 요새는 생각을 하면 행동으로 바로 연결되게 한다. 이렇게 하지않으면 언제나 미룰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수영장 앞까지 어떻게 달려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빨리 들어가고 싶었을 뿐이다.


강습 선생님을 찾아 다급하게 이야기했다. 머릿속은 이미 물에 들어가고 싶다는 소리로 가득했다.

"접영 빼고, 수영은 할 줄 압니다. 그리고 해녀학교를 나왔어요" 선생님은 뜬금없는 소리를 들은 표정으로 답했다.

“네? 해녀학교요?”


왜 해녀학교를 나온 걸 굳이 이야기했어야 했을까? 이상하게도 이 경험을 했다는 건 마음속 깊이 자부심이 느껴진다.특히 물에서라면 말이다. 그러나 자세히 설명을 듣고 난  강사님은 슬며시 웃더니 말했다.

"저기 맨 끝 초급으로 가세요"



언제나 시작은 처음처럼


무얼 경험했던 새로 시작하는 건 언제나 처음이다. 그러나 알고 있거나 해봤다는 착각에 준비운동을 놓친다. 생각해 보니 이사 후 새 집에, 이직 후엔 새로운 회사에서도 처음의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수영장 초급반에서도 말이다.


하루도 눈을 뜨면 이 날이 처음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낮에 활동하는 것처럼 바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몸도 준비가 필요한데 자꾸 그것을 잊는다. 머릿속은 몇 단계를 건너뛰고, 벌써 앞에 가있다. 아니나 다를까 한두 번 레일을 왔다 갔다 했는데 벌써 몸이 버거웠다. 마음 간다고 몸이 바로 따라오질 않았다. 몸은 항상 생각보다 천천히 따라온다. 이를 기다려야 했다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선택한 것에 후회하지 말 것
At least now we now

초급반으로 가라고 하니 정신이 들었다. 내가 지금 모든 것에 처음인 단계에 다시 놓여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사 온 첫날을 되돌아봤다. 울적했다. 원래 살고 싶던 집도 아니었고, 햇빛을 좋아하는 나는 북향인 이곳이 춥게만 느껴졌다. 제일 마음에 들던 집은 늑장을 부리다 놓쳤다. 차선의 선택이었다. 확신이 들지 않았지만 괜스레 그날의 하늘에 떠있는 달이 너무도 밝고, 둥글어 계약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너희 가운데 누가 양 백 마리를 가졌는데
그중 한 마리를 잃어버렸다면 어찌하겠느냐?
아흔아홉 마리는 들판에 버려두고,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헤매지 않겠느냐?

- 오자히르 / 파울로 코엘료


선택에 만족하지 못해 울적한 며칠을 보냈지만 이제는 안다. 모든 일은 일어나고 한참 후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다.언제나 스스로를 위한 최고의 방법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말이다. 원래는 복싱을 하려고 했는데, 새로 일하는 곳은 서있는 시간이 많아 무리가 덜 가는 수영이 좋았다. 그리고체육관이 가까워 출근하기 전에 다니기도 좋았다. 지금은 쉴 수 있는 이곳이 좋다. 원하는 것을 놓친 것보다는 얻은 것을 그리고 가진 것을 이제는 감사히 생각해 본다.


Right here at this moment _ Liaollet


자기 인생의 길을 볼 수 없다면
지금 여기, 이 순간, 삶의 현재 위치에 오기까지
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영혼이 절벽으로 올라왔음도 알아야 한다.
...
그러므로 기억하라.
그 외의 다른 길은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을.
자기가 지나온 그 길이
자신에게는 유일한 길이었음을.
...
들리지 않는가.
지금도 그 진리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삶은 끝이 없으며 우리는 영원 불멸한
존재들이라고.

- 다른 길은 없다 / 마르타 스목


나에게 유일한 길

잊고 있던 것들을 되살리기 위해서 언제나 처음처럼 숨을 느낄 곳이 필요했던 것 같다. 새로운 것들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말이다. 빗나간 선택들에서 우울해하던 지난날보다는 이제는 자신의 선택이 적절한 때에 필요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 중요했다. 스스로 내린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유일한 길이다.


초급반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었는데, 강사님이 다가와 물었다. "해녀 했으면, 숨은 얼마나 참을 수 있어요? 나는 "숨은 참으면 큰일 나요~."라고 답했다. 나중에 해녀학교 책이 나오면 말해 줘야겠다. 이제는 숨 참는 거 같은 건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이다. 그리고 물에 다시 들어가서부터는 처음을 처음처럼 잘 보내고 있다.


swimming beg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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