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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aollet 리아올렛 Apr 23. 2023

모든 건 변한다

빈자리

알 수 없게 익숙한 길목에 들어서면

발길이 그저 그곳으로 향하는 때가 있다.

무의식이 무서운 건

행동이 생각을 앞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다시 마주하는 것

언제고 피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상처가 굳건하게도 자리하고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아리송해하면서도

정확히 그곳을 향해갔고,

그 문 앞에는

사라진 명패와

뽑힌 초인종 선들과

아무도 없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들이

모든게 이젠 다 사라졌다는 걸 똑똑히 보여줬다.


없어져 버릴 더러운 것들에 시간을 지불하고,

새로운 선물을 받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거길 빨리 벗어나라

세상은 소리쳤던 것 같다.


말귀를 못 알아듣고,

치열하게 칼들을 온몸으로 맞았다.

그 끝으로는 보상이랄 것도 없는 걸 받았으나

딱 그만큼 쓰고 다시 되갚았다.

그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시간축약이었다.


빈자리

과거의 감정들이 사그라든 지금

다시 돌아온 나는

거울을 보니

그때와 많이 다르다.

아주 많이


과거는 이미 가고 없다.

다시 돌아가 보고 싶은 건

언제나 미물스런 의지였을 뿐


닫힌 문 너머로도

훤히 보이는 텅 빈 공간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이 있었다.

이제 다시는 돌아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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