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왜 거기 있어?"
이모네 도서관 처음 놀러 온 날, 7살 조카는 대출대에 앉아있는 이모가 의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말에 어딜 놀러 가든 우린 늘 안내데스크나 카운터 밖에 서 있는 소비자였다. 처음 온 도서관도 생소한데 직장인으로 데스크 안쪽에 앉은 이모 모습은 더욱더 신기했을 것이다. “이모 여기 도서관 선생님이야.” 대답하며 웃었다.
조카와 함께 다니면 어린이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고, 뭐든 쉽게 놀이가 된다. 놀러 온 첫날도 우린 마치 도서관 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집에서 장난감으로 하는 치과놀이, 편의점놀이, 아이스크림가게놀이가 아닌 찐(!) 놀이였다. 가짜 카드가 아닌 진짜 대출증을 만들어, 플라스틱 장난감이 아닌 진짜 책을 주고받았다. 소리만 흉내 낸 바코드리더기가 아닌 실제 리더기로 바코드를 찍고, 핑크색 장난감 장바구니가 아닌 천 가방에 책을 담았다.
너덜너덜한 삼국지를 꺼내 보는 11살 조카에겐 “그것보단, 요즘 네 또래 친구들은 이걸 더 많이 보더라”며 인기 있는 삼국지 시리즈를 건넸다. 앉은자리에서 1, 2권을 뚝딱하고 3권을 찾는 조카를 보고 도서관 선생님으로서 ‘오늘 할 역할은 다했군.’이라며 속으로 뿌듯했다.
공공기관에 종사하면 하는 일이 밖으로 많이 드러난다. 각종 게시물과 홍보물, 진행 프로그램, 자료실 모두 외부로 공개된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하는 일을 보여줄 기회가 많아 재밌다.
어제도 평소 지하철 탈 기회가 없었던 조카는 타보고 싶었던 지하철을 탄다는 핑계로 이모 도서관에 놀러 왔다. 오빠 대출증만 쓰다가 직접 자기 이름의 대출증도 만들고, 이모가 만든 독서퀴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갔다. 조카에게 어쩌면 평생 친구가 될 도서관을 직접 소개해주고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은 이모로서도, 사서로서도 가질 수 있는 큰 행복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