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우체통에 도착한 29번째 편지
우리는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 살아갑니다.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다양한 감동을 받기도 하죠. 그러나 내게 맞는 인간관계 방식을 찾기 전까지는 인간관계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게 됩니다. 이번 사연은 바로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약간 변경·축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햐'라고 합니다.
저는 인간관계에 지치고 있는 것이 고민입니다. 워낙 정이 많아서 낯도 잘 안 가리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누구와도 금세 친해집니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도 한몫하고 있죠. 겉으로는 보이는 이런 모습들 때문에 제가 쿨한 여자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쉽게 상처를 받는 편입니다. 한번 상처를 받으면 마음에 담아두는 편이죠. 남들은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래?'라고 하는 일도 마음에 담아둘 정도로 소심한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도 쿨해지고 싶은데 별거 아닌 일에도 질투하고 상처받는 제 모습이 너무 싫습니다.
전 사람을 사귈 때 비밀이 없는 편입니다. 조금만 친해지면 제 개인적인 이야기도 서슴없이 꺼내곤 하죠. 그러면 상대방도 금세 마음을 열고 다가오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사람을 사귈 때 제 고민을 털어놓으며 친해지는 식으로 사람을 사귀어 왔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사귀고 만나다 보면 어느 순간 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더라구요. 물론 모든 사람이 저와 딱 맞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친해지면서부터 저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분명 상대방도 완벽할 수는 없는데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망하고 서운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가 되면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 후회가 되기도 하고, 괜히 더 멀어지게 돼요.
처음에는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해서 마음을 주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랑 안 맞는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더라구요. 사람을 그렇게 판단하면 안 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 그래서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금세 불타올랐다가 다시 사그라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날 지인이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넌 너무 다른 사람들한테 비밀이 없다'라고 말이죠. 금방 친해지면 금방 멀어지기 마련이라면서 제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니냐고 말이죠.
전 누구와도 금방 친해지는 제 성격이 참 좋았는데요. 이렇게 쉽게 실망하고, 서운함을 느끼고, 마음이 금세 사그라드는 제 성격을 좀 바꿨으면 좋겠어요. 방법이 있을까요?
인간관계, 참 어렵습니다. 내가 나의 문제를 열심히 고민해서 문제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함께 바뀌지 않으면 별다른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비슷한 고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햐 님께서는 제 방법이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찾은 답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브 앤 테이크
'기브 앤 테이크'이라는 말이 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give and take'다. 주는 만큼 받아야 하고, 받은 만큼 줘야 한다는 의미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주는 만큼 받기를 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친구의 생일에 근사한 생일선물을 해줬다면 내 생일에도 그와 버금가는 근사한 선물을 받기를 원한다. 이번 만남에서 내가 맛있는 밥을 샀다면 다음 만남에서는 상대가 맛있는 밥을 사주기를 기대한다.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주면 내가 마음을 준만큼 상대방의 마음을 받기를 원한다. 관심을 가져준 만큼, 가까이 다가간 만큼, 내 속마음을 털어놓은 만큼 상대도 나와 같은 마음이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그에 상응하는 마음을 받지 못했을 때는 실망하고 서운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 예전부터 지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고민의 답을 함께 찾는 노력을 했다.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던 사람들이 답을 찾아내기 시작했고, 고맙다는 말을 내게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진심을 다해 상대방의 고민을 들어주고, 많은 시간과 관심을 들여 상대방을 위했지만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떠나간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내가 필요할 때는 그렇게 수시로 연락을 하고 찾아오던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쯤이면 홀연 사라지곤 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어차피 고민만 해결되면 떠날 사람들인데 굳이 내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겪으며 깨달은 바가 있다.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주는 만큼 무조건 내게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안 주면 된다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들 때는 두 가지 해결책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주지 않는 것'이다. 내 마음을 주지 않으면 누군가의 마음을 받기를 원하지도 않게 된다.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기대도 하지 않게 되고, 상처를 받을 일도 없어진다.
다른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털어놓는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은 상대방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아야만 대화가 온전히 성립하게 된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털어놓지는 않는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받아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꺼내지 못하게 된다.
애초에 마음을 주지 않으면 상처받을 위험도 없다. 그러나 이 방법은 고독을 동반한다. 내가 마음을 주지 않음에도 상대방이 먼저 마음을 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드물다. 새로운 관계는 더 이상 맺어지기 힘들게 되고, 지금까지 이어온 관계 역시 하나둘 끊기게 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이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 있기를 원하고, 혼자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인생에서 혼자 이겨낼 수 없는 어려움에 부딪히는 날이 오면 그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주고 또 주자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두 번째 방법이다. '그래도 주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에게든 내 마음을 주고, 시간을 주고, 생각을 건네주기로 했다.
다만 이전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주고 잊어버리기'였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람은 무언가를 주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애초에 보답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리고 '그냥 줘버리자'라는 마음을 가지면 '준 만큼 받아야 한다'라는 마음도 많이 내려놓을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나눠주고 있다.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정성껏 고민을 들어주고, 내 의견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어김없이 의견을 나눠준다. 필요하다면 내 이야기도 하면서 마음을 나눠주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떠나가는 사람은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잇다. 떠나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내가 전한 마음으로 인해 삶에서 용기를 얻고, 행복을 찾아 나서고, 자기 자신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떠나지 않고 내 곁에서 나와 함께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보람찬 일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고 또 주다 보면 그 마음에 감동해 평생 내 곁에 남게 되는 사람이 있다. 상대방에게 마음을 쉽게 여는 내 마음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말자. 물론 마음을 닫고 사는 것보다 상처는 더 많이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진실하고 좋은 사람을 얻을 수도 있다.
오늘도 나는 이렇게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전한다. 내게 직접 이야기하지는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분명히 누군가는 이 글을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혹시 아는가. 그 사람이 나중에 나와 인연이 돼 좋은 친구가 될지.
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껏 주자. 물론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겠지만 노력하다 보면 결국 바라지 않고 주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느낄 날이 올 것이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