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우체통에 도착한 30번째 편지
누구나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합니다.
아픔은 이별에만 있을 것 같지만, 실은 사랑에도 아픔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사랑은 위대한 것이죠. 그러나 사랑을 잘못 이해하면 아픔만 크게 보입니다. 사랑에도 아픔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올바르게 볼 줄 알아야 위대한 사랑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약간 변경·축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30대 후반의 미혼 여성입니다. 털피라고 불러주세요.
모르는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일이 처음이라 낯설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민망도 하지만 답답한 마음에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고민을 보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 인생은 그럭저럭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제대로 된 연애나 직업적인 성공이나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것은 없지만 제 주변에는 어떤 일이든 함께할 가족과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30대 후반이 되면서 결혼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았습니다. 가족들도 그렇고, 주변의 친구들도 다 결혼해서 가족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니 외로움이 더욱 커지더라구요. 그렇게 외로움이 커져나가는 찰나에 오랫동안 친구였던 이성친구에게 고백을 받고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그 친구는 단지 자신이 필요할 때만 곁에 있어줄 여자가 필요했던 거였어요. 친구로서는 이해해줄 수 있었지만 여자친구로서는 이해해줄 수 없는 모습이었죠.
얼마 후 또 다른 오랜 친구에게 고백을 받고 만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못했던 제가 왜 이렇게 쉽게 마음을 열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이전 친구를 만날 때와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 신중함을 기했고, 최선을 다했으며 망설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비슷한 이유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친구였을 때는 괜찮았지만 연인이 되니 용납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전 친구도 잃고, 연인도 잃었습니다. 자괴감도 들고 자존감도 바닥에 떨어졌죠.
그 후 지인이 소개팅 자리를 주선해줬습니다. 별다른 정보 없이 나간 소개팅 자리였는데 몇 년 전 소개팅에서 만났던 사람이더라구요. 과거 소개팅을 했을 때 몇 번 정도 만나고 연락하다 연락이 뜸해지면서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정작 그 사람은 저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더라구요. 그래도 상관없었습니다. 그렇게 만남이 시작됐죠. 한동안은 정말 행복했어요. 그러나 그런 시간은 한 달 만에 깨지고 말았습니다. 처음 이 남자를 만났을 때 연인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이유들이 하나둘 드러나더라고요.
평소 워낙 바쁜 사람이라 연락도 뜸하고, 주중에 아예 못 보는 것은 당연하고 주말에도 못 보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선 두 번의 실패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노력했죠.
그러다 그 남자가 출장을 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점점 지쳐가면서 끈을 놓으려는 순간 출장을 갔던 그는 오히려 연락을 더 자주 하더라구요. 정말 기뻤습니다. 왠지 생명이 연장된 기분도 들었어요. 하지만 출장 후 다시 전과 같은 모습이 반복됐죠.
얼마 전 언제 볼 수 있냐는 제 연락에 며칠 동안 그는 답이 없었습니다. 답이 없는 그에게 제가 다시 연락할 수는 없겠더라구요. 무언의 이별통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사람을 만나고 무너졌던 자존감과 좌절은 되살아났지만, 이 사람으로 인해 전보다 더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난 최선을 다한 걸까?'라는 의구심에 쉽게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솔직한 충고가 듣고 싶습니다.
털피님처럼 연애를 여러 번 실패하다 보면 자존감도 낮아지고 연애가 두려워지게 되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쉽게 상처받고, 상처를 치유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죠. 결국은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나야겠지만, 제 답변이 필요하시다니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성장의 고통
성장에는 고통이 따른다. 인생이 별 탈 없이 계획한 대로 흘러간다면 좋겠지만 인생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누구나 벽에 부딪힐 때가 있고, 넘어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사춘기에는 키가 훌쩍 큰다. 자고 일어나면 키가 큰 것을 느낄 수도 있을 만큼 성장이 빠르다. 그러나 키가 클 때도 고통은 따른다. 키가 빨리 크는 만큼 성장판에도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통증의 정도는 다르지만 우리는 이미 몸으로 배웠다. 성장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처음부터 연애를 잘하는 사람은 없다. 주위에 연애를 잘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면 첫 번째 연애인 경우는 드물다. 연애란 맞지 않는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삐걱거리며 돌기를 반복하다가 톱니바퀴의 이가 마모되면서 적당히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처음부터 모든 면이 잘 맞는 연인도 없고, 사랑을 오래 한다고 궁합이 백 퍼센트에 가까워가는 것도 아니다. 평생 끊임없이 맞춰가야 하는 것이 사랑이다.
우리는 상대방과 맞춰나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여러 번의 연애를 경험한다. 분명 그 안에 사랑도 있을 테고 아픔도 있을 거다. 아픔만 생각하면 피하고 싶겠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를 더 깊이 알게 되고, 내게 더 잘 어울리는 짝을 찾을 수 있게 되고, 내게 어울리는 짝과 맞춰나가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인간관계는 소모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어렸을 때 소꿉친구가 무조건 평생 단짝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가 수십 년 사귀어온 친구보다 더 깊은 관계가 되는 경우도 있다.
고민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단짝이라고 생각했던 이성친구가 고백을 한 것이 고민이라고 상담을 요청해오시는 경우가 있다. 본인은 평생 친한 친구로 지내고 싶었는데 상대방이 고백을 하면서 관계가 난감해졌다는 것이다. 고백을 받아줄 마음도 없을뿐더러 거절을 하게 되면 친구까지 잃게 될 것 같아서 고민이라고 한다.
친구든 선후배든 연인이든 '내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인간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만큼 '내 사람'을 잃게 되면 또 다른 '내 사람'을 만들면 된다.
사람을 새로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친구든 연인이든 계속 관계를 맺어나가야 결국 내 곁에 평생 남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노인이 될 때까지 주변 사람들을 잃기만 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픈가.
어차피 떠나갈 사람은 일찍 보내주자. 나중에 상처만 많이 안고 보낼 것이 뻔히 보인다면 더 붙잡아둘 이유도 없다.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새로 오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물론 자신의 노력에 달렸지만.
아쉬울 것 없는 사람이 되자
한쪽이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연애는 항상 안 좋게 깨지기 마련이다. 상대가 떠나가려고 하는데도 놓아주지 못하고 끈질기게 잡으면 연애를 하는 동안 좋았던 기억들까지도 다 안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될 수 있다. '내가 최선을 다한 것인지'를 생각하는 게 맞을지, 아니면 '놓아야 할 끈을 잡고 있는 건 아닐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낄 때나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누군가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이러한 연애는 상대방에게 집착하게 될 위험이 있다. 본인은 느끼지 못할지라도 이런 마음은 간접적으로라도 반드시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연애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연애를 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나 홀로 바로 설 수 있을 때'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함도 아니고, 결혼에 등 떠밀려 연애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 때가 아니라,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아나가고 있을 때가 연애를 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나 혼자서도 삶을 풍족하게 잘 살아나가고 있다면, 그 풍족한 삶에 걸맞은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친구도 끼리끼리 모이듯이 연인도 끼리끼리 모이기 때문이다.
아쉬울 것 없는 사람이 돼야 한다. 내게 연락도 없고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곁에 둘 필요가 없다. 나 홀로 보내는 시간으로도 충분한데 내게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신경 쓸 시간은 아깝지 않은가.
아쉬울 것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 삶이 먼저 풍족해져야 한다. 내 일을 사랑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연인뿐만 아니라 많은 좋은 사람들을 내 곁으로 모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면 내게 관심도 없는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아까워진다.
스스로 빛이 나는 사람이 되고, 또 그 빛을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나자. 인생은 생각보다 사랑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니 말이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