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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Dec 08. 2016

친구의 여자친구를 마음에 품다

고민우체통에 도착한 26번째 편지

살다 보면 옳지 않은 사랑에 끌릴 때도 있습니다. 옳지 않음을 잘 알면서도 마음이 흘러가는 것은 막을 수 없죠. 


 때로는 잘못된 길에 멈춰서 고민하기보다는 잘못된 길은 그대로 두고 다른 길로 돌아가는 방법이 현명한 선택이 되기도 합니다.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약간 변경·축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곰돌이입니다.

 전 지금 해서는 안 되는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전 남성이고, 가장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 역시 남자입니다. 그 친구에게 좋아하는 여성이 생겼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라고 하니 궁금하기도 했고, 마침 만날 기회도 있어 셋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여성분은 성격이며 외모며 모든 면에서 제 이상형이었어요.

 전 당연히 그 여자에게 제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 가장 친한 제 친구와 사이가 틀어질 걸 알고 있었죠. 제 양심상 그런 일을 할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저 마음을 숨기고 그 여자분과 친구로만 지내게 되었습니다.

 친구와 그 여자분께서 종종 제게 연애상담을 할 때마다 전 아무렇지 않은 듯 조언을 해줬어요. 겉으로는 둘의 행복을 바랐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죠.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제가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친구와 여성분은 결국 사귀게 되었고, 전 친구와 여성분 모두 아직까지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여성분과 가장 친한 친구가 연애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일이 너무 힘드네요. 제가 참 좋아하는 친구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여성분과 만나는 모습을 보면 질투도 나고, 그런 제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한심합니다.

 그렇다고 여성분에게 제 마음을 표현할 수도 없는 일이겠죠.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옳은 행동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마음은 그렇게 쉽게 놓아주질 않습니다.
 
 지금 심정으로는 친구와 여자분 모두 연락을 끊고 싶지만, 이미 제게는 너무나 소중한 친구들이라 그럴만한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 속마음을 숨긴 채 친구들 곁에 있는 것도 너무 힘듭니다.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마 누구든 곰돌이님과 같은 감정을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겁니다. 정말 친한 친구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을 내 마음에도 담는 일. 아주 위험한 감정인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죠. 그래서 이런 고민은 저 역시 답장을 드리기 참 어렵습니다.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글이 아니라면 큰 도움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죠.



가질 수 없는 것이 더 아름답다


 인간은 자신이 가지지 못하는 것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흥미를 자극하지 못하고 금세 질리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속담도 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 같은 것을 가지고 있더라도 남의 것은 내가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더 크고 탐스러워 보인다는 말이다.


 반지는 다양한 성분으로 만들어진다. 금, 은, 다이아몬드, 메탈 등 재료도 다양하고 만드는 방식도 다양하다. 그러나 똑같은 양의 재료가 들어감에도 반지의 가치는 다르게 매겨진다. 메탈로 만든 반지와 은으로 만든 반지, 금으로 만든 반지와 다이아몬드를 넣어 만든 반지. 가지기 어려운 만큼 아름답고 가치도 높아진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도 나온다. '클로이를 소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만나고 나서 며칠 동안 그녀의 생각이 끊임없이 나를 따라다녔다.' 가질 수 없기에 더 사랑하게 되는 건 아닐까?


 가질 수 없는 것이 더욱 아름답다. 친구의 여자가 내 이상형에도 부합한다면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명백히 잘못된 일인 걸 알면서도 그 길을 가면 안 된다. 



안 보는 것이 최선이다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흔히 장거리 연애를 하는 연인들이나, 만남이 뜸해지는 연인들에게 주로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연인뿐만 아니라 곰돌이님과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곁에서 보면 볼수록 더 보고 싶어 지고, 연락을 하면 할수록 더 연락하고 싶어 진다. 누군가를 잊기 위해서는 몸에서도 멀어지고 연락조차 끊어야 한다.


 우리의 뇌는 반복적으로 입력되는 신호를 중요한 정보로 분류한다. 한번 마음에 든 사람을 자주 보거나, 연락을 자주 하면서 반복적으로 떠올릴 경우 뇌는 중요한 정보라 판단한다. 머리가 중요한 사람이라 판단하면 쉽게 마음에서 떠나보낼 수 없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욱 간절해진다.


 잊어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안 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물론 친구와 여자 둘 다 안 보는 것이 가장 빨리 잊을 수 있는 방법이겠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 친구를 저버리지는 말자. 여자를 내 마음에서 놓아줄 수 있을 때까지는 친구와도 조금은 덜 보는 것이 좋다.


 이성 때문에 소중한 친구를 잃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자.



누군가를 잊기 위한 사랑


 사실 멀어지기만 한다고 쉽게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잊기 위해서는 '시간'도 필요한 법이다. 홀로 마음을 다잡을 시간 말이다.


 누군가는 사랑을 잊기 위해 바로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확실히 누군가를 잊기 위해서 다른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이전 사랑은 금세 잊힌다. 그러나 나는 이 방법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마음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해 다른 사랑으로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내 마음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하는 사랑은 그 사랑이 이루어지더라도 마음의 빈 공간은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사랑은 내 마음의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채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혼자서도 오롯이 설 수 있을 때가 바로 사랑하기 좋은 때이다. 내 마음을 채우기 위한 사랑은 상대방만 바라보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상대에게 많은 것을 바라게 되고 집착하게 된다. 결국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누군가를 잊기 위해 다른 사랑을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길에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지 말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자. 그때가 바로 '누군가'를 찾을 때가 아니라 '나'를 찾아야하는 순간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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