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우체통에 도착한 24번째 편지
흔히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라고 합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정답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친구임을 알면서도 다른 감정이 생길 때는 쉽게 억누를 수 없죠. 이번 사연은 남자와 여자의 친구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약간 변경·축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고민우체통에 편지를 보내게 된 이유는 자꾸 욕심이 생기는 마음을 접고 싶은데 제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아서입니다.
제게는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이 한 명 있습니다. 그 남사친은 오랫동안 만난 여자친구가 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친구가 욕심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취미생활을 하다가 처음 만났습니다. 동갑내기 친구라 더욱 빠르게 친해졌죠. 더군다나 둘 다 바쁘지 않은 시기라 거의 매일을 만나서 밥도 먹고 했습니다. 연락도 매일 하고 있죠. 종종 새벽까지 술도 같이 마시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동갑내기 친구가 한 명 생겨 좋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친구로만 보이지 않게 된 거죠. 더 문제인 것은 이 친구가 절 헷갈리게 한다는 점이에요.
어느 순간부터는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제 앞에서는 받지 않고 거절해버리더라구요. 여자친구에게도 제 존재를 숨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세컨드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대화를 나누다 제가 무심결에 한 말도 기억해서 챙겨주고, 제가 소개팅을 나갈 때도 그 친구는 이상하리만큼 신경을 쓰고 질투를 하더라구요.
제 주위 친구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해봤지만, 그게 무슨 친구냐며 친구끼리 누가 그렇게 하냐라고 하더라구요. 참 이상하죠 이 관계... 정리를 하는 게 맞는 거겠죠?
아마도 답은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문제는 머리가 하는 말을 가슴이 듣지 않는다는 거겠죠. 누구에게 물어보나 답은 뻔할 겁니다. 그렇지만 본인에게는 속 시원한 답이 되지 않을 거예요. 제 답 역시 뻔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장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는 걸까?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이성 간에도 친구관계를 잘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서 이성 간에 진짜 친구로 남는 경우는 아주 소수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성에게 끌리도록 태어났다. 이성 친구만이 줄 수 있는 느낌과 감정들은 아무리 가까운 동성 친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같은 느낌과 감정을 줄 수 없다. 심장이 불덩이가 되는 느낌은 동성친구보다는 이성친구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렇다면 결코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자신이 스스로 정한 선을 절대 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친구라고 하더라도 남자와 여자가 매일 연락한다거나, 단 둘이 밤새 또는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일이 잦다거나, 만나는 이성친구의 존재를 자신의 연인에게 숨긴다거나, 힘들 때 너무 많이 의지한다거나 하는 일들은 친구가 아닌 연인으로 발전할 확률을 높이게 된다.
고민을 보내주신 분 역시 상대방에게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될 확률이 높은 요소들이 많았다. 위험한 감정들이며 충분히 친구 이상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는 상황이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 물론 애초부터 그 선을 넘었기 때문에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친구 사이라고 할 수 없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냐고 누가 묻는다면 '모른다'라고 대답을 할 것 같다. 남녀 사이에는 너무도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짜 보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스스로 생각해봐도 사실 답은 하나다. 물론 마음이라는 것이 한 번 불이 나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잦아들기는커녕 점점 불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답을 어떻게 따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시나리오를 짜 보자. 상대방은 이미 오래 만난 여자친구가 있다. 그런데 그는 여자친구에게는 내 존재를 숨긴다. 뿐만 아니라 내가 소개팅을 나가면 질투를 하기까지 한다.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고 세심하게 챙겨주기도 한다. 이런 태도는 사실 친구 사이의 선을 넘은 태도다.
이미 마음에 불이 났으니 스스로 잠재울 수는 없다. 그러니 그 남자를 만난다 치자. 그럼 두 가지 큰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상대방의 여자친구에게는 숨기고 만날 것인가, 아니면 남자에게 여자친구와 헤어지라고 할 것인가. 분명 그 남자가 나와 연애를 시작하는 순간 그 남자가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는 거슬리기 시작할 거다.
경우의 수는 또 많다. 만약 그 남자의 여자친구에게 숨기기로 하고 만나더라도 결국 언젠가는 들통나게 돼 있다. 그러면 남자는 선택을 할 것이다. 오랫동안 만나오던 여자친구를 선택하든 아니면 새로 만나는 여자친구를 선택하든. 전자의 경우 결국 배신을 당하게 될 것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나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바람핀 사람은 두 번 바람피우기 마련이다. 결국 내가 그 사람을 만나게 됐다고 했을 때 지금과 똑같은 방식으로 그 남자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때 가서 지금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나는 왜 그에게 끌리는가
세상에는 수많은 남자가 있음에도 왜 나는 이미 임자가 있는 그 남자에게 끌리는 걸까? 이제는 그의 어떤 면에 끌리는지를 살펴볼 차례다.
물론 누군가를 내 마음속으로 데려오는 일은 하나의 이유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나의 상황, 감정, 상대방의 태도 등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무수히 많은 요소가 존재한다. 모두 다 끄집어낼 수는 없겠지만 그에게 끌리는 이유를 최대한 파헤쳐보자.
솔직히, 보내주신 편지만으로는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니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추측해보자. 친구에서 이성의 감정으로 바뀌는 데는 몇 가지 요소가 발견된다. 먼저 그의 태도다. 나를 세심하게 챙겨주고,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다 이해해준다. 내 편이 되어주고 든든한 느낌을 준다.
때로는 다른 남자를 만나려고 할 때 질투를 하기도 한다. 게다가 연락은 매일 하며, 함께 하는 시간도 많다. 취미생활을 하다 만났으니 취미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함께하는 시간도 많고, 대화도 잘 통한다. 이러면 친구가 되기도 쉽지만 연인이 되기도 쉽다. 물론 지금은 선을 넘어서 친구사이의 감정이 아닌 다른 형태의 감정이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그의 태도들 때문에 그에게 끌린 걸까? 만약 그렇다면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좋겠다. '과연 이 남자만이 내게 줄 수 있는 것들일까?' 남자들은 연애 초반은 대게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세심하게 기억하고 챙겨준다. 항상 연락하고 무엇이든 함께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 지금 그 남자에게 끌리는 요인들은 다른 모든 남자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남자들은 연애가 길어지며 변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남자들은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원래 그런 사람이 연애 초기에는 연애에 더 초점을 맞춘 것일 뿐이다.
내 앞에 선 남자의 현재의 모습만 보지 말고, 그 남자의 원래 모습이 어떨지도 함께 봐야 한다. 그에게 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따뜻하고 배려심 있는 행동들 때문인가? 그렇다면 정말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해봐야 한다.
'나는 상대방의 어떤 모습에 끌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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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이 답장이 늦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