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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Nov 17. 2016

결혼에 대하여

고민우체통에 도착한 22번째 편지

결혼, 살다보면 반드시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문제입니다.


 요즘에는 '연애를 하면 무조건 결혼을 해야 한다'라는 인식이 많이 사라졌지만, 쉽게 피해갈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번에 보내주신 고민 역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약간 변경·축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우연히 고민우체통을 접하고 너무 어두워진 제 모습이 안타까워 도움을 청하고자 합니다.

 전 30대 초반 직장인 여성입니다. 얼마 전 이별을 하고 그 과정에서 제 마음이 너무 많이 다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렇게 고민 편지를 보냅니다.

 최근까지 만났던 남자친구, 그는 저와 결혼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결혼이 아니면 헤어지자는 정도로 결혼을 바랐죠. 그런데 전 결혼에 완강히 거부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로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같은 사람과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오랜 기간 만난 여성분과 이별을 한 상태였고, 저 역시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와 이별을 한 상태였어요. 역시 서로 그런 상황에서 만난 연애는 쉽지 않았어요. 결국 첫 번째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1년쯤 지나고 그 남자의 적극적인 구애로 다시 재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두 달 정도는 좋았어요. 그러나 결국 다시 첫 번째 이별과 같은 모습으로 향해가기 시작했죠. 이유 없이 연락이 뜸해지고, 대답이 시큰둥해지는 모습을 보이더니 제게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네가 좋기는 정말 좋은데 자꾸 이전에 이별한 여자와 오버랩이 돼 서로에게 못할 짓인 것 같다.'라고 말이죠. 너무 어이가 없고 이해가 되지 않고 답답했어요. 울고 또 울고 그렇게 몇 달을 힘들게 지냈습니다. 결국 두 번째 이별을 하게 되었죠.

 열심히 제 할 일을 하며 마음을 정리해갔어요. 그런데 1년 반 정도 지났을까. 제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기 전 꼭 보고 싶다며 또다시 연락이 왔어요. 무시했지만 다른 친구에게서도 마지막인데 한 번만 같이 보자며 연락이 왔어요. 마지못해 그 자리에 나갔고, 별일 없이 그날은 지나갔죠.

 그 후 또다시 제게 적극적으로 연락을 했고, 구애를 했습니다. 멀리서 절 보겠다며 주말마다 먼 거리를 달려오곤 했죠. 물론 저도 싫지 않았기에 만나면서 다시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 연애는 절대 안 된다며 거절을 했지만 그 남자는 이번만큼은 절대 놓치기 싫다며 앞으로 더 잘하겠다며 수개월간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다시 3번째 만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행복했죠. 그러나 역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제게 결혼 얘기를 꺼내더군요. 결혼하고 싶다고 말을 꺼낼 때마다 전 회피하며 관심이 없다고 했죠. 또 결혼 이야기로 다투기 시작하면서, 이별의 패턴이었던 연락이 뜸해지고 반응이 시큰둥해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3번째 만남 역시 몇 달이 가지 않았어요. 그 남자는 제게 '결혼할 게 아니면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본인은 할 만큼 했지만 제가 '결혼은 싫다'라고 하는 말이 자기를 힘들게 했다고 하네요. 마지막에는 선을 보겠다는 말까지 하더라구요.

 저희 엄마를 보고 결혼을 허락해달라는 말까지 하던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돌아설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이 제게 준 상처를 극복하고 그 사람에게 확신을 가지기에 마지막 몇 개월은 제게는 너무 부족한 시간이었어요.

 결국 같은 사람과 3번째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 주가 지난 이 시점에 많은 생각이 듭니다. 나를 가지고 논 것인가? 희롱당한 느낌도 들고, 결혼을 쉽게 생각하고 결혼만 생각하며 날 만난 건가. 그 사람이 정말 이상한 사람이었던 건지, 아니면 내가 문제인지.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돌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제가 마음을 돌렸음에도 왜 그렇게 구애를 했었는지. 저만 아니면 안 되는 그 이유를 듣고 싶었는데 그런 이야기는 결코 해주지 않더라구요. 적어도 제가 이별할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는 시간을 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 관계,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앞으로는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만 가득합니다.


 이 사연은 고민우체통에 도착한 편지의 내용을 많이 축약한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고민을 보내주신 분께서는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신다고 생각되는데요. 혹시 '헤어진 사람에게 다시 되돌아가는 일'이라는 이전 글을 안 읽어보셨다면 먼저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헤어진 연인에게 돌아가는 이유


 누구나 한 번쯤은 헤어진 연인에게 돌아간 적이 있거나, 돌아가는 주변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이성적으로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랑 앞에서는 누구나 바보가 된다.


 헤어진 연인에게 다시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연인에게는 한 가지 이유가 있을 테고, 또 다른 연인에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많은 이유들 중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주된 원인은 바로 '익숙함'이 아닐까 싶다. 나와 수개월, 수년을 함께 한 상대방은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데이트를 좋아하는지, 어떤 선물을 좋아하는지, 내가 화났을 때는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지 등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


 손을 잡고 걸을 때는 어느 쪽 손을 잡는지, 목이 마를 때는 무얼 마시는지, 피곤할 때는 어떤 행동을 하는지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 절대 알 수 없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곁에 있던 사람이 떠나면 그 '익숙함'이 그리워지게 된다.


 몇 번을 헤어져도 다시 과거의 연인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말하지 않아도 내 생각과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랑은 힘들어진다. 서로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잘 알고, 또 내가 잘 아는 과거의 연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이유


 한 번 이별한 상대와 다시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행동이나 태도의 변화가 없다면 이전과 같은 이유로 계속 부딪히기 때문이다.


 사연에서 남성분은 끊임없는 구애와 밀어내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별하면 어떠한 이유인지 여성분에게 끊임없이 찾아와 구애를 한다. 결국 여성분은 남성분의 구애를 받아들이게 되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같은 이유로 이별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서로 노력을 안 해서 그런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이전과 다르게 사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별을 했어도 다시 만날 수 있었을 테고, 다시 만나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비슷한 이유로 이별을 하게 되었다면 분명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제3자인 내 생각에는 잘못된 노력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노력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결혼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결혼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그렇게 많이 노력했는데 왜 결혼할 생각이 안 생기냐'라고 묻는 것은 이기적인 노력이다. 이런 노력으로는 두 사이의 관계가 결코 좋아질 수 없다. 노력의 방향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연애를 하면서 서로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나의 노력이 상대방이 원하는 노력과 일치할 때이다. 나만을 위한 노력이 아닌, 서로를 위한 노력이야말로 사랑을 아름답고 단단하게 만드는 열쇠가 아닐까 싶다.

 


결혼에 대하여


 최근 한 뉴스는 결혼에 대해 국민들이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약 50%라는 통계청의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는 5년 전보다 10% 넘게 감소한 비율이라고 한다.


 그만큼 요즘 청년들은 결혼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가족보다는 자신의 삶을 위한 인생을 살고 싶어 결혼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나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점점 더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연애를 하면 꼭 결혼을 해야 할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요즘은 혼자 살기 위한 편의시설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부터 노래방, 카페, 영화관 등 1인 고객을 위한 맞춤 시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요즘 추세로 보건대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이들의 노년을 위한 모임이나 시설들도 함께 생겨날 가능성이 많다.


 이 시대의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본인의 결혼에 대한 생각을 강요하면 안 된다. 이는 연인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결혼에 대한 뜻이 없음에도 본인의 강요에 의해 결혼을 하게 되면 결과가 어떨지는 굳이 보지 않아도 뻔하다.



 결혼은 강요로 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일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손을 잡는 일인 만큼 결혼할 상대방은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또한 지금의 연인과 결혼을 원한다면 상대방에게 무언가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무언가는 바로 '믿음''확신'이다.


 단순히 결혼을 하면 '이것이 좋을 것이고', '내가 이렇게 해줄게'라는 말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말만 들어서는 결혼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모습을 볼 때, 그때 비로소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처음 하는 결혼은 누구나 두려워한다. 그러니 서로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확신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또한 확신을 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혼자 살든 결혼을 하든 결국 본인이 선택할 문제다. 불안 요소는 어디에든 있다. 어떤 불안 요소를 감안할 것인지, 어떤 장점을 더 크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단, 이것만은 기억하자. 사람은 결국 자기 수준에 맞는 사람과 어울리게 된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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