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우체통 이야기
몇 년 전부터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아마 군대를 다녀온 직후가 아닐까 싶다.
20대 초반, 꿈이 없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몰랐고, 왜 사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런 궁금증을 해소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그때의 나에겐 내 고민을 들어줄 사람조차 없었다.
결국 수많은 고민과 내적 방황을 안은 채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전혀 읽지 않던 책을 읽기 시작했고, 홀로 보초를 서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다시 사회로 나왔을 때 세상은 그대로였지만 내 안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 있었다.
외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내 안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변한 건 나뿐이었다. 세상은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다만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고민'이라는 녀석이다. 그것은 나만 가지고 있던 문제가 아니었다. 누구나 적어도 하나쯤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내 주변 사람만이라도, 답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들어주기만이라도 하자 생각했다.
변화
그렇게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기 시작했던 것이 벌써 7년쯤 된 것 같다. 주변 지인들과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과 고민을 함께 나누며 세상을 함께 살아나가고 있었다. 직접 만나서 고민을 나누는 것이 가장 좋았지만, 찾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민도 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고민우체통'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으며 세상에는 참 다양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경험해보지도 못한 아픔과 생각해본 적도 없는 고민을 들으며 지금도 세상을 좀 더 넓게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는 내게 '심리상담사가 되는 것이 어떻겠느냐?'라고 묻는다. 사실 잘하고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을 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라도 돈과 엮이는 순간 순수한 의도가 꽤나 무너진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 후로 쉽게 돈으로 연결시키려 하지 않는다.
나는 왜 고민상담을 할까
얼마 전 한 동생에게 질문을 받았다. '남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왜 하시는 건가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쉬운 일도 아니고 돈도 안 되는데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하실 수 있나요? 고민상담하시는 다른 어떤 분은 '왜 상담을 맨입으로 원하냐'라고 쓴 글을 본 적도 있는데요. 돈도 안 되는 데 꾸준히 하려면 다른 무언가 있는 건가요?'
이런 질문은 참 많이 받는다. 나는 왜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을까? 정말로 돈도 안 되고 힘든 일을 왜 자처해서 하고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매번 다르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내 안의 답을 이야기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그냥 '좋아서'한 것이 아닐까 싶다. 왜 하는지 나 자신에게 묻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물으면 그때 가서 생각을 했었다. 그럴 때 바로 떠오르는 대답을 해주곤 했지만, 어쩌면 고민상담의 장점을 나 자신에게 묻고 있던 건 아닐까 싶다.
고민상담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하는 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민상담이라기보다는 멘토의 역할에 더 가까울 것 같다. 감히 누군가의 멘토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해주는 역할은 멘토라는 단어로 쉽게 정의할 수 있다.
내가 왜 고민상담을 하는지 스스로에게 자꾸 묻는다면 고민상담을 하고 있는 이유를 하나씩 찾아내게 될 거다. 그러면 혹시라도 그 이유들이 사라졌을 때 더 이상 고민상담을 할 이유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제는 이유를 찾기보다는 그냥 하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이니까.
어두컴컴한 좁은 방 안에 홀로 남겨진 누군가가 나의 노크 소리에 문을 열어주고, 그 문을 통해 자신을 온전히 내게 보여주는 일. 나와 오랜 만남을 통해 밝은 빛이 되어 세상에 나가도록 돕는 일.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 이런 것들만으로도 내가 하는 일은 참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내 곁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였으면 좋겠다. 그럼 그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