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우체통에 도착한 34번째 편지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은 항상 가슴이 뛰고 즐겁습니다.
그렇지만 꿈을 찾지 못하거나, 꿈에 대해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 시간이 항상 즐거운 것은 아닙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분들께서도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즐거운 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약간 변경·축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경찰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경찰이라는 꿈을 처음 가지게 된 것은 초등학생 때였습니다. 포돌이, 포순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포순이를 맡게 되었는데요. 어렸을 때였지만 책임감이 느껴지는 일이었고,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도 느껴지는 일이었습니다. 여성적이라기보다는 중성적인 제 성격에도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살면서 가지고 싶은 직업도 경찰 하나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멀리하기 시작했고, 대학교 역시 가고 싶은 학교나 학과보다는 그저 4년제라는 타이틀을 가진 학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전공도 전혀 제 관심분야가 아니었죠. 자퇴를 수없이 생각했지만 주변 분들의 조언을 듣고 졸업만은 하기로 했죠.
자퇴를 생각할 때도 경찰 준비를 하고 싶어 학원에 상담을 하러 갔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서울대생들도 합격하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겁을 먹기도 했죠. 저는 공부도 잘 못하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다 결국 학교를 졸업하고 전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무직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직으로 일을 할 때도 일하면서 자격증을 따서 경찰 공무원을 준비할 때 가산점을 받자라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1년을 일했더니 제 통장에는 천만 원에 가까운 돈이 모여있었습니다. 그 돈으로 경찰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인강을 신청했죠. 문제는 제가 생각하기에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혼자 공부하다 보니 복습도 제대로 하지 않게 되고, 진도도 더디게 나갔어요.
그래서 학원 수업을 다 마치고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남자 둘, 여자 둘, 총 네 명이서 스터디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공부하는 것은 좋았지만 스터디 내에서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 또 문제였습니다.
같이 공부를 하다 보니 마음이 가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공부보다 남자친구에게 더 집중하고 있더라구요. 결국 이런저런 일로 서로 떨어져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부모님께서는 제게 경찰을 포기하라고 하시더라구요.
솔직히 말해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인강을 제외하면 기본서를 스스로 정독해본 적도 한 번도 없습니다. 이제는 돈도 없고, 도서관 가는 시간은 아깝고, 간다면 도시락도 챙겨 다녀야 하는데 그 시간도 아깝고 귀찮아서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중도 제대로 못하고, 하루 목표도 채우지 못하고, 남자친구한테만 집중하는 제가 너무 무섭습니다. 꿈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네요. 여기저기서 공부법도 찾아보고, 집중을 잘 하는 방법도 찾아보고 하는데 시험도 얼마 안 남고 생각처럼 쉽지도 않습니다.
제 수준보다 목표가 높은 것이 문제일까요?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20분 정도밖에 안 되더라구요... 우선순위를 남자친구가 아닌 저 자신으로 두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경찰이 아니면 저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다른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경찰을 결코 포기하지 못할 것 같아요. 지나가는 경찰차만 봐도 정말 경찰이 되고 싶거든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저는 무엇부터 바로 잡아야 할까요?
아마 이 고민을 주변분들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으시다면 누구나 다 비슷한 조언을 해줬을 겁니다. 본인도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어설프게 아는 것과 정확히 아는 것은 꽤나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고민에 대한 제 답변은 조금 단호하게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불합격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분명히 불합격하게 된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시간이 얼마 남지 않는 지금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렵다.
나 역시 고시 공부를 해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공부하는 모습만 봐도 합격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합격할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불합격할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모습으로는 몇 년이 지나도 시험에 합격할 수 없을 것이다. 합격에 대한 간절함도 부족하고, 공부하는 방법도 애매하고, 생활패턴마저 하나도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이 내 인생의 정말 중요한 시기인데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집중하고 있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가 보더라도 뻔하다.
지금이 좋다면 지금까지 살던 대로 살면 될 것이고,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면 분명 무언가 바꿔야 한다.
나는 왜 공부하는가?
공부를 시작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일이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공부의 방향도 제대로 잡을 수 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쉽고, 오랜 시간 공부를 이어나갈 수도 없다. 그래서 수시로 딴생각에 빠지게 된다.
과거에 내가 고시 공부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 난 공부를 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아무나 가지지 못하는 직업인 전문직을 직업으로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돈도 잘 벌고,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을 수 있는 직업이었다. 그래서 합격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공부를 하면서도 다른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리기도 했고,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졌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괜한 걱정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무엇보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있었지만 '그 공부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오롯이 집중할 수 없었다. 공부에 집중을 하고, 내 인생에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왜 공부를 하는지 그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바로 '그 공부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 말이다.
시험의 합격으로 가는 길
시험에 합격하는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시험에 불합격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앞서 '다른 사람들이 공부하는 모습만 봐도 합격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라는 말을 했다. 어떤 시험이든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험에 합격할만한 모습'이 되어야 한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이 아닌 스스로에게 떳떳한 모습이어야 한다.
시험에 합격하는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생활을 한다. 공부만 생각하고, 동선을 최소화하고, 잠을 충분히 자고, 규칙적으로 생활한다. 자신만의 하루 루틴(규칙적인 순서와 방법)을 만들어 공부에 최적화된 하루를 보낸다. 밥을 먹을 때며 잠들기 전이며 항상 공부에 대한 내용만 생각한다.
물론 이런 자신만의 루틴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루틴을 최대한 빨리 찾는 것이 좋다. 아침에는 몇 시에 일어날지, 밥은 언제 먹을지, 몇 시에 나갈지, 공부 계획은 어떻게 짤지, 휴식은 어떻게 취할지, 공부가 안 될 때는 어떻게 할지, 공부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할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루틴으로 만드는 사람이 시험에 합격할 확률이 가장 높아진다.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서 다 쓸 수는 없으니 이쯤에서 정리를 하자면, 왜 공부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고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공부법을 끊임없이 찾아 나서야 한다. 물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내 꿈은 정말 경찰이 되는 걸까?
요즘에 많이들 하는 말이 있다. 직업을 꿈으로 가지지 말라는 말이다. 나 역시도 이런 모토로 살고 있고, 고민 상담을 하면서도 꿈에 대해 고민인 많은 분들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해드리고 있다.
사람은 목표가 있을 때 더 열심히 달린다. 인생의 목표를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한다면, 직업이라는 꿈에 도달했을 때 꿈을 이루게 되지만 인생을 살아갈 목표는 잃게 된다. 물론 꿈꾸는 직업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스스로 실패한 인생이라 여기게 되기도 한다.
많은 날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내가 살아온 날들을 돌아봤을 때 가지고 싶은 직업은 수시로 바뀌었다. 그러나 내가 미래에 꿈꾸는 나의 삶의 모습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난 그걸 꿈이라 생각했다. 직업이 아니라 살아가고 싶은 모습을 꿈으로 그렸다.
정말 가지고 싶은 직업이라고 하더라도 직접 그 직업을 가져보면 내 생각과는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모든 직업에는 좋은 면도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안 좋은 면도 있기 때문이다.
내 꿈이 왜 경찰이 되고 싶은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정말 경찰이 되고 싶은 건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건지 말이다. 그 일을 경찰로서 하고 싶다면 경찰이 돼서 하면 된다. 단, 그만큼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힘든 수험기간도 이겨낼 수 있을 거다.
진심으로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다면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그냥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간절함을 가지고 죽어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결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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