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우체통에 도착한 33번째 편지
사랑 뒤에는 언제나 이별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이별을 하게 되기도 하고, 여전히 사랑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 이별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약간 변경·축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별에 대한 고민을 가진 여자입니다.
반년 정도 만난 남자친구가 얼마 전 문자로 이별을 고했습니다. 연애에 별다른 문제도 없었는데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멘붕 상태라 고민상담을 청합니다.
얼마 전 남자친구와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잘 해결하고 만남도 잘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남자친구가 회사일 때문에 바빠 연락이 잘 되지는 않았지만, 만날 때만큼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남자친구는 저녁에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며 술자리에 나갔습니다. 너무 많이 마셔 인사불성이 될 정도였죠. 더군다나 다음날은 저와 데이트 약속도 있던 상황이었죠. 다음날 만날 약속 시간을 안 정한 상황에서 데이트를 할 수는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그날 만날 약속시간을 정하는 도중 남자친구는 제게 이런 문자를 보냈습니다. '바쁘고 좀 쉬고 싶은데 너를 만나면 더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 뜬금없는 일방적 이별 통보였죠. 그것도 문자 메시지로 말이죠.
너무 갑작스러워서 정말 당황스럽고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전 답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상태로 지금까지 연락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로 끝이라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홧김에 헤어진 것이기에 다시 연락이 올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저를 쉽게 생각했던 남자의 연락을 기다리는 게 자존심은 상하지만, 저로서는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은 터라 마음이 쉽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잘 생각해보니 남자친구보다는 제가 남자친구를 더 좋아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별 통보를 받기 전에도 먼저 연락 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이 사람의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만날 때는 그렇게 상냥하게 잘해주다가 이렇게 뜬금없이 이별 통보를 하는 그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요? 친한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다들 홧김에 헤어진 것이니 다시 연락이 올 거라고 해서 일단은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닫지 못하는 제가 너무 바보 같습니다. 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간관계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연인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그렇죠. 보내주신 사연만 보더라도 얼마나 당황스럽고 화가 나실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남자는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이별을 통보했을 것이며, 고민을 보내주신 분께서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제 생각을 이야기해드릴 테니 참고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
이별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다. 다투다가 이제 그만하자며 헤어지는 경우도 있고,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돼 이별하는 경우도 있고, 이유도 모른 상태로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아 이별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는 무엇을 의미할까? 정확한 이유는 당사자만이 알겠지만 당사자가 아닌 이상 추측해볼 수밖에 없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는 대게 두 가지 이유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연애를 하는 도중이라도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흔히 이를 '바람'이라고 부른다. 사람의 뇌는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져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지금껏 사랑해오던 사람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떠나가는 경우도 있다.
다른 하나는 상대방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애를 하며 서로의 이런저런 모습을 보면서 사랑이 식어가는 경우 차츰 마음을 정리하다 떠나갈 수 있다. 또는 애초부터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상대방에게 이별을 고하기는 더욱 쉽다.
어쨌든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남기고 떠나간다는 것은 더 이상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매달리는 것만큼 구차한 것도 없다.
연인 사이의 배려
연인 사이에는 배려가 필요하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 생각이나 감정만 표현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나와 똑같은 생각과 감정을 상대방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지금까지 날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얼마나 무책임한 사람인지,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얼마나 할 줄 모르는 사람인지, 얼마나 본인만 중요하다 생각하는 사람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더군다나 문자 메시지 하나 딱 보내고 끝내는 사람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바쁘고 본인의 일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연애를 하고 있다면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바빠서 연락을 못하게 된다면 왜 바쁜지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줘야 한다. 술자리에 간다면 걱정하지 않도록 적당히 놀고 마실 줄도 알아야 한다.
상대방에게 이별을 고하더라도 상대방이 이별의 이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속마음을 전달하는 게 좋다. 물론 아름다운 이별은 없겠지만,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최소한 그 정도의 배려는 하는 게 사람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결정이 어려울 때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알아도 그대로 실천하는 일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헤어질만한 별다른 이유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고 떠나는 사람이라면 그냥 보내주는 게 맞다. 그러나 마음은 그렇게 쉽게 결정을 내리고 움직이지 못한다.
고민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분들께서 이미 고민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계신 경우가 많다. 물론 누가 봐도 무엇이 옳은 행동인지 말해줄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듣든 결국 자신의 마음에 확신이 서지 않으면 어떠한 결정도 내리기 어렵다.
상대방이 그렇게 떠나갔음에도 아직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어 보내주기 어렵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그 사람과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1년을 더 연애했을 때의 모습, 10년 후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보내주신 고민만 가지고 보자면,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면 앞으로도 허구한 날 술에 잔뜩 취해 인사불성이 될지도 모른다. 아마 그런 모습을 좋아할 여성분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본인의 일만 중요해서 가정이나 연인보다는 자신의 일이나 약속에만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외식이나 데이트는커녕 쉬는 날이면 매일 집에서 쉬거나, 오히려 친구들을 만난다고 나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믿는 나이지만, 사람이 변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변하려는 마음도 없고, 노력도 안 하는 사람이 나중에는 지금과 다른 모습일 거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내려놓는 것이 좋다.
마음의 결정이 어렵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그 사람과 계속 연애한다면 그 연애의 모습은 어떠할 것인지.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면 그 사람을 잡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모습이 떠오른다면 아프더라도 마음을 내려놓고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살면서 그 모습이 더 진해지지 흐려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