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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Feb 24. 2017

남자친구를 반대하시는 부모님

고민우체통에 도착한 37번째 편지

결혼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단순히 두 사람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두 가족이 만나 한 가족이 되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연애에서 결혼으로 넘어가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약간 변경·축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서른 초반의 여성입니다.

 저는 결혼에 관련된 고민이 있습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던 남자친구가 회사를 그만두고 한동안 쉬면서 다른 일을 해보겠다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남자친구와 만난 지는 몇 년 됐습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결혼도 하고 쭉 함께 일도 하고 싶었는데요. 회사에 다니며 힘들어하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제 욕심만 가지고 남자친구에게 일을 계속하라고 할 수는 없어서 일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 이제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남자친구를 부모님께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남자친구의 직업 때문에 탐탁지 않아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딸을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시집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시겠죠.

 물론 저는 남자친구를 믿지만 부모님께 남자친구를 소개해드리기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미래가 불안정한 건 맞으니까요. 

 부모님은 미래가 불확실한 사람과 결혼하면 딸이 고생할까봐 결혼을 반대하실 것 같은데요. 저는 부모님께서 남자친구를 인정해주는 상황에서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남자친구는 당장 결혼을 하자고 하는데 아직 부모님께 직접 소개해드린 적은 없습니다.

 저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려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계시네요. 아마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려운 사회에서 결혼을 생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제 답변을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고방식의 차이


 사람마다 사고방식이 다르기도 하고, 세대마다 사고방식이 다르기도 하다. 청춘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부모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는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였다. 몇몇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자리 잡고 열심히 노력하고 묵묵히 버티기만 하면 웬만해서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그 세대가 바로 지금의 부모님 세대다.


 그러나 지금 청년들이 살아가는 사회는 과거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나라의 성장은 멈췄고, 대형 스캔들로 나라가 마비된 상태다. 반면에 세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 때문에 많은 청년들 역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기를 원한다. 부모들 또한 대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불안해 보이고,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부모세대와 자식 세대는 서로 살아온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삶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본인의 사고방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진심으로
상대방을 신뢰하는가?


 먼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는 진심으로 상대방을 신뢰하고 있을까?' 


 상대방을 진심으로 신뢰하고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을 보내주신 편지의 내용을 보면, 분명 본인은 상대방을 믿지만 부모님께 소개해드릴 자신이 없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정말로 상대방을 믿고 있는 걸까?


 결혼을 생각하는 연인에게 신뢰를 주는 방법은 다양하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거나, 하고자 하는 일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태도 등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방에게 미래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다.


 보내주신 고민에 대한 부분을 보자면, 남자친구가 하고자 하는 사업을 얼마나 아끼는지, 사업을 위해 하루를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 일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지, 열정만큼 노력을 하는지, 하고자 하는 일이 올바른 일인지 등 정말로 내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모습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일이 어떻게 진행되어가는지도 모르고, 일의 목표는 무엇인지, 어떤 생각으로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경우에는 '신뢰'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다.


 걱정하시는 부모님을 설득하기 전에 내가 상대방을 진심으로 신뢰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그 신뢰를 부모님에게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신을 전하라


 그다음 단계는 나의 신뢰를 부모님께 전달하는 단계다. 상대방을 믿는다는 마음에 확신이 서면 그 마음을 그대로 부모님께 전해야 한다.


 평소에 행실이 어떤 사람인지, 다니던 직장은 왜 그만두었는지, 앞으로 하려는 일은 무엇인지, 얼마나 충실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지, 여자친구인 딸에게는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대하는지 등 남자친구가 내게 신뢰를 줄 수 있었던 모습들을 부모님에게 고스란히 전해야 한다.


 내가 남자친구를 이해할 수 있어서 신뢰할 수 있었던 것처럼 부모님께서 남자친구를 이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신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글의 앞부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사고방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서 나만의 시각으로 부모님에게 신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부모님께서 걱정하시는 바는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나만의 시선이 아닌 부모님의 시선으로도 이해할 수 있게 설득해야 한다.


 다만 이 방법은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가 가능해야만 가능한 방법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일방적으로 설교하는 관계에서는 이런 설득이 이루어질 수 없다. 


 대화가 가능하다면 이렇게 나의 신뢰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할 테고,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든 부모님께서 이해하실 수 있도록 보여드리는 방법밖에 없다. 물론 그럼에도 설득이 안 되는 경우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때로는 부모가 올바르게 보고 자식이 잘못 판단한 경우도 있다.


 무작정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때는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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