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얼마 전 한 다큐멘터리를 다시 다시 봤다.
EBS 다큐프라임의 시험 6부작 중 4부인 '서울대 A+의 조건'이라는 다큐다. 이 다큐에서는 서울대를 다니는 학생 중 성적이 꾸준히 상위권에 있는 학생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나온다. 그렇게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말이다.
이미 유명했던 다큐멘터리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이 다큐를 본 걸로 알고 있다. 나 역시 이미 한 차례 보긴 했지만 다시 보고 싶은 생각에 오랜만에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이미 본 영상이기에 결론은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결론 말고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기억에 남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언어'로 인해 사람의 사고방식에 틀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실험은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에게 펜과 텀블러, 고무로 된 강아지 장난감, 카메라 부품이 주어졌다.
그리고 참가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는 A는 펜'이다'라고 알려줬고, 다른 한 집단에는 A는 펜'일 수도 있다'라고 알려줬다.
참가자들에게 이 물건들을 주고 물건 가격이 높은 것에서 낮은 것으로 순서대로 작성하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주어진 종이에 연필로 물건들을 가격순으로 기입했다.
참가자들이 질문지 작성을 모두 마쳤을 때 제작진은 말을 바꿔 물건의 가격이 낮은 것에서 높은 것으로 순서대로 작성하라고 했다. 그러자 두 집단 모두 당황했지만 두 집단 중 한 집단은 주어진 도구 중 하나의 도구를 활용하여 질문지에 적은 내용을 지우기 시작했다.
이 집단은 바로 A는 펜'일 수도 있다'라는 말을 들은 집단이었다.
'A는 펜이다'라고 들은 집단은 A를 펜의 용도로만 기억하고 활용하게 되었고, 'A가 펜일 수도 있다'라는 말을 들은 집단은 펜을 다른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사고의 유연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언어'의 힘은 강력하다. 언어로 상대방의 사고방식을 틀 안에 가둬둘 수도 있고, 반대로 사고방식을 유연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실험이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바로 글쓰기와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책과도 거리가 멀었고, 글쓰기와는 더욱 거리가 멀었던 나는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글쓰기 관련 책에 나오는 방법을 따라 해 보기도 하고, 작가들의 여러 조언을 깊이 새겨들었다.
그러나 그 조언 중 하나가 요즘 내 글쓰기나 생각과 많이 부딪히고 있다.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보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에 확신을 가지고 글을 쓰라고 한다. 쉽게 말해, '-인 것 같다'라는 말로 문장을 마무리하기보다는 '-이다'라는 말로 문장을 마무리하라는 식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 종종 고민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에 따르면 지금 당장 확신하기 어려운 일들은 참 많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지만 나중에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모든 글을 다 확신을 가지고, 또는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만 가지고 정답이라고 쓸 수 있을까? 그것은 자칫 생각을 틀 안에 가두어 확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지는 않을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지금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자'였다. 물론 다른 사람이 내 글을 볼 때 '왜 이렇게 확신이 없냐'라거나 '왜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쓰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내 생각을 틀 안에 가둬서 생각의 확장을 막는 글쓰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고집'과 '뚝심'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다. 내가 고수하는 방식이 틀리거나 잘못된 방법이라서 실패하면 고집이 되는 것이고, 내가 고수하는 방식으로 목표를 이루거나 나만의 글쓰기를 만들어냈을 때 그것은 뚝심이 된다.
나의 글쓰기가 고집이 아닌 뚝심이 되기를 마라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오늘도 글을 쓴다.
어느덧 구독자 분들의 수도 3,000명이 되어가고 있네요 ㅎㅎ 지난번에 구독자 수가 2,000분이 넘었을 때 작은 이벤트를 했었는데요. 관심이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이번에도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뭐 대단한 건 아니구요. 가지고 계신 고민이나, 저에 대해 궁금한 점 등 저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초대해드릴 생각입니다. 한 분만 신청하셔도 진행을 할 생각이니 조만간 공지글을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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