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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Mar 09. 2018

낭독과 묵독

어떻게 읽을 것인가?

독서란 원래 소리 내 책을 읽는 것이었다.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밀라노의 주교였던 암브로시우스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책을 읽을 때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혀도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는 종종 이런 식으로 침묵 속에서 독서에 빠진 그를 발견하곤 한다. 그는 절대로 큰 소리를 내어 글을 읽지 않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리 내 책을 읽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책을 소리 내 읽지 않는다. 책을 소리 내 읽는 것과 소리 내지 않고 읽는 것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묵독


 책을 소리 내 읽지 않고 속으로 읽는 방법을 묵독이라고 한다. 默讀(묵독)은 입을 다물다라는 의미의 '묵'과 읽다라는 의미의 '독'으로 이루어진 글자다. 한 마디로 입을 다물고 책을 읽는 방법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책을 소리 내 읽지 않는다. 글자를 눈으로 따라가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책을 읽는다. 


 성인이 되며 독서를 시작한 나는 독서를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다. 그저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했고, 남들이 책을 읽는 대로 따라 읽었을 뿐이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 읽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책 읽기를 시작했기에 나 역시 소리 내 읽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자연스레 묵독으로 독서를 시작했지만 묵독에는 장점이 많았다. 눈으로 글을 읽다 보니 글을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더욱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고,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한창 책만 읽던 시절에는 하루에 두세 권은 거뜬히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장소의 제약도 없다. 도서관이든 카페든, 조용한 곳이든 시끄러운 곳이든 소리 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보니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책을 읽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책을 펼치고 눈은 글자를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감각기관을 최소한으로 활용하다 보니 책을 읽는 동시에 다른 생각도 함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집중이 잘 될 때는 책에 깊이 빠져 글을 읽을 수 있었지만, 집중이 잘 안 될 때는 책에 깊이 빠져들 수 없었다. 분명 책을 읽고 있음에도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참을 읽고 난 뒤 정신을 차려보면 방금 읽었던 내용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묵독을 하면 집중하지 않고 책을 읽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게다가 눈이 글자를 따라가며 기계적으로 책을 읽다 보니 딴생각에 빠지기 쉬웠다.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다른 해야 할 일들을 생각했고, 고민이 있을 때면 책을 읽으면서도 고민에 관한 생각만 했다. 때로는 책 한 권을 다 읽었음에도 어떤 내용의 책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무엇을 하든 항상 더 나은 방법을 찾는 나는 더 나은 독서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많은 책을 읽지는 못하더라도 한 권의 책이라도 제대로 읽고 싶었다. 책을 더 잘 읽는 법, 더 기억에 잘 남기는 방법이 없을까 궁금했다.




낭독


 낭독(朗讀), 낭독이란 소리 내 글을 읽는 방법을 말한다.


 낭독이 아닌 음독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같은 의미로 생각하자.


 얼마 전 낭독의 장점을 알게 됐다. 소리 내 책을 읽으면 뇌에 더 많은 자극을 줘 책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더 많은 내용을 기억할 수 있고,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길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과 유사했다. 뇌는 더 많은 감각기관과 자극을 활용할수록 중요한 정보라고 여겨 머릿속에 깊이 새기는 경향이 있다.


 낭독은 입과 혀를 움직이며 소리를 내고, 자신이 낸 소리를 귀로 들으며, 음절 단위로 끊어 읽으려 노력하면서 더 많은 감각기관과 자극을 활용한다. 그럼으로써 집중력은 더 높아지고, 책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더 많은 내용을 기억에 남길 수 있다.


 낭독의 장점을 알고 난 후 직접 독서에 적용해보았다.


 낭독을 하며 책을 읽으니 책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묵독에 비해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리니 천천히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집중도 더 잘 됐다. 소리 내 읽어야 하니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끊어 읽어야 할 부분을 열심히 찾아야 해서 책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해가 가지 않던 문장도 소리 내 읽으니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묵독에 비해 책을 읽는 속도가 떨어졌다. 묵독으로 한 문장을 읽을 때는 1초면 읽을 수 있었지만, 같은 문장을 낭독으로 읽을 때는 2~3초가 걸렸다. 얼마 차이 나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만 한 문장이 아닌 책 한 권이 될 경우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원래 생각했던 대로 낭독을 하며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을 것인가? 아니면 묵독을 할 때처럼 빠르게 읽되 많은 책을 읽을 것인가?' 고민이 됐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


 확실히 낭독을 하며 읽으니 이해도 잘 되고, 머릿속에도 오래 남았다. 좋은 방법인 것 같아 며칠 동안 낭독을 하며 책을 읽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몇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 먼저, 매번 소리 내 책을 읽으니 목이 아파왔다. 발성이 잘못된 건지, 무리해서 그런지, 안 하던 방법을 활용해서 그런지 낭독을 하면 할수록 목이 아파왔다.


 게다가 책을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졌다. 묵독을 할 때는 아무리 느려도 일주일이면 책을 한 권 읽을 수 있었는데 낭독을 하며 읽으니 일주일이 넘도록 책 한 권을 붙잡고 있었다. 물론 전보다 독서 이외에 다른 일들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 책 읽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책 한 권 읽는 데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자고 다시 묵독으로 돌아가자니 집중력과 이해력, 그리고 기억력이 아쉬웠다. 그렇다고 계속 낭독을 하자니 목도 아팠고, 책 한 권 읽는 데 너무 오랜 기간이 걸렸다. 이렇게 오랫동안 책 한 권을 붙잡고 있다가는 책의 뒷부분을 읽을 때쯤 앞부분의 내용을 모두 잊어버리는 건 아닌가 싶었다.


 '어떻게 읽어야 할까?'


 고민 끝에 다시 묵독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한 번을 제대로 읽는 것보다 여러 권의 책을 빠르게 읽으며 좋은 책을 찾고, 그렇게 찾은 좋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기로 했다. 


 묵독이나 낭독 중 무엇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신에게 더 맞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더 선호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난 앞으로도 내 독서법을 끊임없이 개선해나갈 생각이다. 이 방법도 시도해보고, 저 방법도 시도해보며 끊임없이 더 나은 방법, 그리고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다.


 더 나은 방법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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