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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Jun 15. 2018

도서 홍보를 부탁드립니다

책만 읽지 못하는 삶

'[출판사] 신간도서 <...> 이벤트 진행 문의드립니다.'


 출판사에서 메일을 보내왔다. 신간이 출간됐다며 도서 홍보 이벤트를 진행해줄 수 있겠느냐라는 메일이었다.


 책 읽으며 사는 삶을 선택한 이후로 종종 받아온 연락이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연락이 종종 오지만,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는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통해 연락이 왔다. 


 과연 누군가의 책을 홍보해주는 일이 내게 옳은 일일까?



돈이 될까?


 몇 년 전, 출판사에서 책을 홍보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이 있었다.


 '책을 홍보해주면 홍보비를 받을 수 있으려나?'


 출판사에서 처음 이런 메일을 받았을 당시 나는 수입이 없는 상태였다. 전 직장에 다닐 때 모아둔 돈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며 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다니던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버는 돈은 없는데 가진 돈은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홍보 연락을 받자마자 돈부터 생각이 났다. 물론 책을 홍보해주는 대가로 많은 돈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만 원도 소중했다.


 출판사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왔으니 당연히 '돈이 될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돈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내 시간을 투자해 남의 책을 홍보해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더 읽는 게 나았다.


 홍보비를 받으며 책을 홍보해주기 시작하면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 수입이 없던 나로서는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책을 읽는 일이 더 즐거워졌다. 돈이 아닌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좇다 보면 돈은 알아서 따라온다는 말이 사실인가 싶기도 했다. 그렇게 책을 홍보해주고 홍보가 잘 되면 또 더 많은 일이 생길 테고, 그러면 조금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책 읽으며 사는 삶을 선택한 이유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면 책만 읽는 삶을 동경하지는 않았을 거다. 단순히 돈이 없다고 내가 읽어보지도 않은 남의 책을 돈을 받고 홍보해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론 출판사에서 돈을 준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책 읽으며 사는 삶을 선택했다면 책만 읽으면 되지 글은 왜 쓰고 유튜브는 왜 시작한 걸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었고, 다른 하나는 돈을 벌기 위함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책만 읽어서는 절대 먹고살 수 없다. 책을 읽는다고 돈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책을 통해 많은 돈을 벌 수는 있지만, 책에서 직접 돈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 글과 영상을 돈벌이로만 이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남이 정해주는 책이 아닌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좋은 책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내가 책을 읽으며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전해주고, 나는 어떻게 책을 읽는지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이 자연스레 내가 먹고사는 데 보탬이 되는 돈이 되었으면 했다.


 돈이 없다고 돈을 쫓다가는 돈에 휘둘리는 삶을 살게 될 것 같았다.


 내게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가치'였다. 내가 하는 일들이 내게, 그리고 이 세상에 얼마나 가치가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요즘도 종종 이런 도서 홍보 요청 메일을 받는다.


 그렇다면 나는 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런 홍보 메일에 모두 거절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 걸까?


 사실 책을 소개하든 리뷰를 하든 돈이나 책을 받고 하기 시작한다면 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불가능하다. 좋은 부분이야 당연히 좋게 평가하겠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를 할 수 없게 된다. 나도 사람인지라 내가 받은 게 있는 상황에서는 그것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내가 책에 대한 평가를 하는 대신 책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도서를 무료로 증정해주는 이벤트를 하는 건 어떨까? 그러면 내가 책을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도 없고, 리뷰를 위해 읽을 생각도 없던 책을 공들여 읽을 필요도 없었다.


 도서관에 다니며 책을 읽을 때의 나는 책을 살 돈이 없어 항상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다. 사고 싶은 책은 많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만약 그 당시 도서를 증정해주는 이벤트가 많았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이벤트에 응모했을 것 같았다. 그런 방식으로라도 읽고 싶은 책을 소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 싶었다.


 그래서 출판사에서 보내는 도서 홍보 메일을 무조건 거절하지 말고,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수락하기로 했다.


- 첫째, 나도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일 것.

- 둘째, 내가 아니더라도 구독자분들이 읽어볼 만한 책일 것.

- 셋째, 도서 증정 이벤트를 한 달에 한두 번씩만 진행할 것.

- 넷째, 일처리를 잘해주는 출판사와만 이벤트를 진행할 것.


  사실 아직은 그렇게 많은 홍보 요청이 들어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이렇게 나만의 기준을 세워놓지 않는다면 나중에 너무 복잡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이런 기준을 정해 도서 증정 이벤트를 진행해보려 한다.




 지금도 여전히 도서 홍보 메일을 받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돈'이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책을 읽기만 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인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책 읽으며 사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책 읽으며 사는 삶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아무 걱정 없이 책만 읽으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삶은 정말 환상일 뿐이다. 적어도 잠을 잘 수 있는 집과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과 몸을 감싸줄 옷이 필요하다. 책만 읽어서는 이런 최소한의 생활을 꾸려나갈 돈도 벌 수 없다.


 물론 도서 증정 이벤트를 하는 게 책 읽으며 사는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를 통해 누군가는 한 권의 책이라도 받아서 읽을 수 있을 테니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쯤 남의 책이 아닌 내 책 홍보를 할 수 있게 될까...? 






▼ 운영 채널 

유튜브1_ @도서관에 사는 남자

유튜브2_ @조랩

유튜브3_ @조영표 Youngpy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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