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는 건
때론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밝은 날 수련을 하다 보면 주변에
흩어져있는 물건들이 보인다.
움직이면서도 그 물건을 계속 보게 된다.
끝날 때까지 수련도 물건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
오늘은 불을 아예 켜지 않았다.
혼자 남은 거실, 모든 인공적인 빛은
차단하고 매트를 깔았다.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저녁 내음이 가득한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안내자에 목소리에만 집중하게 된다.
제대로 동작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쪼여지는
복부와 날개뼈가 멀어지는 걸
감각할 뿐이다.
확실히 마음이 편했다.
내 몸만을 느끼며 아무것도
보지 않은 채 수련하니 개운하다.
볼 수 없기에 잡생각이 떠다니지
않는다.
예전보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조급증도 늘었다. 보고 듣는 게
많다 보니 비교하게 되고 남들이
하는 걸 해야 뒤처지지 않는다는
조급함이 항상 따라다닌다.
가끔은 내가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무리에 합류하기도 한다.
가려보지 않고 골라 듣지 못하고
해석하지 못하는 것도 무지라는 걸 알게 됐다.
자꾸 무지해지려는 나를 붙잡아 본다.
어둠 속에서 감각에 집중하는
수련처럼 삶에서 불필요한 빛들을
차단하면 나를 감각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