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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냥 Feb 10. 2024

편마비 환자의 여행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마침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공항의 어느 카페에 앉아 디카페인 라떼를 홀짝이고 있다. 사람들은 벌써 서둘러 비행기를 타고 떠났는지, 늦은 오후의 공항은 꽤나 한산한 편이다.


  편마비가 오기 전에도, 후에도 내게 여행은 가장 큰 스트레스 해소 요인이다. 해외든 국내든 상관없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있다는 해방감과, 익숙한 듯 새로운 일상은 새로운 자극이 되기 충분하다.


  편마비 장애 판정을 받은 초기에는, 나는 더 이상 어디에도 갈 수 없고, 묶여 있다고 생각했다. 버킷리스트로 적어둔 수많은 도시와 나라들은 그저 종이 위에 적힌 것으로 끝나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나를 이끌고, 남편은 국내 이곳저곳을 끌고 다녔다. 덕분에 국내에도 이렇게 멋진 장소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국내 대부분의 도시를 여행했고, 발자취를 남겼다. 그리고 내가 거쳐간 수많은 도시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나에게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나도 당당히 이 자연을, 공기를 누릴 자유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여행 준비물로 각종 상비약을 가방에 가득 욱여넣는 나지만, 그럼에도 나는 또 떠날 준비를 한다.


  '베리어 프리'라는 말과 함께 '베리어 프리 여행'도 장애를 가진 이들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 같다. 하지만 경증의 장애를 갖고 있는 나도 남편의 도움 없이 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 간혹 여행지에서, 울퉁불퉁한 돌계단, 난간이 없는 계단, 미끄럼방지가 없는 언덕을 만나면 꽤나 조심스러워진다.


  타인의 도움 없이 장애인이 마음만 먹으면 훌쩍 가볍게 떠날 수는 없는 걸까? 그들에게도 여행을 통해 일상을 리프레쉬할 기회가 필요할 텐데 말이다. 막상 장애인이 무리 없이 오갈 수 있다고 하는 곳에서 의외의 어려움을 겪으면, 베리어 프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조금은 허탈한 마음이 든다.


  국내여행에서 많은 용기가 생긴 나는, 조만간 해외여행으로 나의 가능성을 탐험해 보려고 한다. 불안하고 두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기감과 설렘이 더 크다. 다른 나라들은 베리어 프리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무엇보다 내가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으리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그들의 일상 루틴을 벗어나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으면 좋겠다. 장애가 그들의 세상을 제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디, 진정한 베리어 프리 여행이 가능한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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