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좋아해요 11화

나를 위한 선물

by 리븐제이

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계절에

우연히 콘서트 소식을 들었다.

마침 내가 원했던 시기도 적절하고 공연 제목이 ‘봄 밤 핌’이라니 설렌다.


공연 당일.

일을 조금 일찍 끝내고 LG아트센터로 향했다.

문득 내 플레이리스트에 오늘 콘서트 가서 보게 될 가수의 노래가 얼마나 있나 궁금해졌고

검색한 김에 예습할 겸 몇 곡 들었다.


이 공연은 홀로서기하면서 완전한 독립을 한 지 어느덧 4년,

내 공간을 운영한 지 3년을 맞은 기념으로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그렇기에 제일 앞 좌석은 아니어도 나름 VIP석인 발코니석으로 예약했다.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예매하는 순간에 운이 좋았다.

깜박하고 있다가 티켓이 오픈하고 하루가 지났었는데

우연히 좋은 자리가 비어있었고 이게 바로 행운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맑은 새소리가 들려오고 무대는 새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첫 곡은 모르는 곡이었지만 좋았고 가수가 오프닝 인사를 한 뒤

연달아 나온 곡들은 밝은 음악이 봄밤임을 알렸다.

특히 두 번째 곡은 익히 들었던 곡이었지만 생생하게 라이브로 들으니 감미롭다는 단어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세 곡, 네 곡이 끝나자 함께 연주하시는 분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뒤 이어 시작된 곡은 나를 울렸다.

알 수 없는 기대에서 편안하고 잔잔한 울림이었다 이내 마음이 옹골차지고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

가수의 노래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었고 힘든 시기에 위로받았던 곡이라 그랬나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짧은 시간에 그 시기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시간이 흘러

내 돈 주고 이 노래를 라이브로 듣고 있다는 게 벅찼다.


모든 노래들을 다 기억하고 싶었지만 메모를 할 상황도 아니었고 가사 기억하려다

지금 이 순간 공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았다.

리스트가 뭐가 중요한가 싶은 마음에 빠르게 다시 공연에 집중했다.

내 귀만 호강하면 됐지!

-후에 콘서트 끝나고 검색해 보니 손쉽게 셋 리스트를 알 수 있었다.-


곧이어 '바람이 분다'라는 노래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원래 알 던 곡이었지만 즐겨 듣진 않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가수의 목소리는 빛을 발했다. 그래서인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셨고 곡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무대 조명의 색감과 잔잔한 포인트들이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세세하게 가수를 신경 써 준비된 가습기, 화려하지 않지만 충분히 무대를 가득 채웠던 연출.

오늘 공연은 왠지 나에게 좋은 기운을 줄 것 같았는데 역시나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순간순간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을 그때그때 적어놓지 못해 아쉽지만 이렇게 글로 기록할 수 있어 좋다.


사진 찍고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내가 요즘 SNS를 멀리하려고 노력한다.

많이 소중할수록 아끼고 꽁꽁 숨겨두고 싶어 졌고

누군가와 공유하기보단 나만 알고 싶은 게 많아졌다.

의도치 않게 굳이 몰라도 되는 것들까지 알아버리게 되는 것도 내심 불편했다.


사건 사고 많고 속 시끄러운 일들이 많아 세상에 많은 일들이 버거워질 때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고생한 '나'에게 스스로 토닥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최근에 봤던 '폭싹 속았수다' 속의 금명이가 사랑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장면에서

잊을 수 없는 대사가 있었다.


'나는 니가 너무 좋은데 나도 너무 좋아, 내가 너무 안쓰러워서 더는 못하겠어'


그만큼 '나' 자신을 사랑하기에 관계를 정리하는 장면에서 많이 공감했다.

그 누구보다 가장 아껴주고 돌봐줘야 할 사람은 바로 '나'니까. 나를 챙겨야지. 그래야 사니까.



keyword
이전 10화익숙한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