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예민한 몸 앞에서 나는 또 주저앉고 말았다.
매번 때 되면 찾아오는 계절의 어떠한 것들처럼 정신적 육체적 힘듦과
감정의 소용돌이 앞에서 익숙한 고통이 나를 맞이했다.
붉게 부어오르고 살갗이 벗겨지면서 갈기갈기 찢어지고 터지는 고통.
이 아픔 앞에서 익숙하고 태연한 듯한 자신 앞에서 어이없는 미소가 새어 나왔다.
다른 사람들처럼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의아해하지 않고
마치 나와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듯한 이 상처들이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그래 또 왔구나.
신호를 보내다 결국 안 돼서 직접 제 발로 나를 찾아왔구나.
또 한 번 잘 헤쳐나가 봐야겠다.
당분간 많이 아프고 지치고 울컥하겠지만
처음이 아니니까 어르고 달래며 흔적들이 사라질 때까지
잘 보살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