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구축 아파트지만 아침 햇살 하나는
끝내주게 들어오는 우리 집
추운 겨울이 지나고 벚꽃이 피고 지면서 초록색
이파리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면
차르르 하얀색 커튼 위로 빛이 스며들 듯
방 안으로 들어온다.
아침이 오는 시간이 빨라지고 해가 길어진다.
평소 기상시간보다 일찍 일어난 날이면 간단하게
세수와 양치만 하고
짐을 챙겨 운동하는 헬스장으로 향한다.
일찍 일어났다는 개운함과 운동하러 온 나 자신을 뿌듯해하며 러닝머신 위로 오른다.
유난히 안 좋은 일들이 한꺼번에 겹치며
나를 동굴 속으로 빨아들이는 시기가 있다
지금이 딱 그 찰나의 계절이다
바깥은 초록초록한 봄인데 마음은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듯 쓸쓸하고 외로우며
겨울처럼 차가운 냉기마저 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작아지고 만다.
어떻게든 떨쳐내고 싶은 마음 위로
누군가를 원망하는 미움이 크게 덮어버린다.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왔구나
훌훌 털어버리기엔 너무나도 큰일이
지금 내 앞에 있구나
순간의 울컥함이 나를 짚어 삼킨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산책을 좋아하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햇살이
가장 좋은 시간을 택해 일부러 돌고 돌아
먼 길을 걸었다.
적당히 따갑고 눈이 부시다.
각양각색의 이파들과 꽃이 피는 이 계절의 예쁨을 눈에 담아보지만
내 마음은 슬프게 걷고 있다.
애써 마음을 다독여보지만 쉬이 꺼지지 않는
깊은 막막함이 구석구석 짓누르고 있다.
많이 무겁다.
많이 지친다.
그리고 많이 지겹다.
어째 삶은 살면 살수록 더 퍽퍽해지기만 하는 걸까.
불행과 행복은 공존하지만 요즘의 내 삶 속엔
아주 작은 행복과 너무나도 큰 불행이 닥쳐왔고
무너지고 있다.
지친 퇴근길,
지친 몸을 겨우 이끌고 소파 위에 앉는다.
냉장고를 열었는데 딱히 먹을 게 없다.
사놓고 깜박했던 슈크림 가득한 작은 빵 한 입을
크게 베어 물었다.
입꼬리 한쪽이 올라가며 피식 웃음이 났다.
이게 뭐라고 하루 종일 지쳐있었던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래, 아직 세상은 살 만하네. 음 맛있다.’
달콤함에 빠져 아주 잠시 행복했다.
‘그래, 해보자. 해내야지. 힘내보자고.’
마음속 작은 외침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