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청소년 시절이나 성인이 되어 그의 소설이나 시집 등을 한 두 권쯤은 읽어봤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 헤르만 헤세...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유리알 유희 등 그의 문학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얼마 전에 그의 소설 데미안을 다시 읽어봤는데, 성인이 되어 읽어보니 청소년 시절 때 읽었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대부분 사람들은 헤르만 헤세를 글을 쓰는 작가로 기억을 한다. 그의 작품을 읽으며 사색을 하며, 수많은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고.. 그의 작품들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게 사실이다.
이번에 리뷰할 책은 김청영작가의 '헤르만 헤세처럼 그려라'이다.
"건강하고 아름답고 우아하게 나이 들고 싶다면 그림을 그려 보세요."라고 저자 김청영 작가는 말한다. 저자는 헤르만 헤세라는 익숙한 인물을 통해 독자들이 친숙하게 미술치료의 세계로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헤르만 헤세는 40세쯤 되던 해에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를 겪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조국 독일은 세상의 비난을 받고 있었고, 아내와 아들은 병마와 싸우는 가족 문제까지 겹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다. 그때 그는 의학 심리학의 대가였던 구스타프 융을 찾아가 자신의 신경증 증세에 대한 상담을 받게 된다. 두 대가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정신과 의사인 구스타프 융은 헤세에게 그림을 그려보라는 처방을 내린다. 자신에게 찾아온 40세의 위기를 헤세는 그림을 통해 치유해 나가기 시작한다. 헤르만 헤세는 수채화 작업을 많이 했다고 한다. 자신의 글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기도 하고, 그림엽서를 제작해 판매한 수익금을 전쟁 포로를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그렇게 화가가 된 소설가 헤세는 안정된 마음으로 집필에 몰입할 수 있었고 그의 인생 후반기에 ‘데미안’과 '클링 조어의 마지막 여름’ 등 많은 작품들을 남기게 된다.
헤세는 파스텔, 목탄 등 여러 재료들을 다양하게 사용해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그림 기법을 찾게 되고, 미술 작품을 창조해 나가는 과정에서 세상의 집착이 아닌 오로지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에게 그림은 ‘치유’였던 것이다.
중년 이후의 삶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인생의 위기이자 고독이고, 불안이다. 어느 순간 우리에게 찾아온 심리적 괴로움을 감추고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헤르만 헤세가 그림을 시작한 것처럼 새로운 도전을 할 때이며, 인생의 또 다른 행복 터닝 포인트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헤르만 헤세처럼 그려라'에서는 40대 중년 이후에는 그림을 그려보라고 이야기한다.
보통 그림하면 '나 못 그려요’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온다. 누구나 어릴 때는 그림을 제법 그렸다. 벽에 쭉~~ 긋기도 하고, 알록달록 다양한 채색을 하기도 했다. 그림 그리기는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아주 자연스러운 행위이다. 그런데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던 그림이 어느 순간 재능 여부를 따지고 우열을 가리기 시작한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인식하게 되면서 우리는 점점 그림 앞에만 서면 작아지게 된다.
그리고 낯선 재료 앞에서도 작아진다. 다양한 파스텔이나 물감 등 평소 접해보지 않은 미술 재료들이 앞에 있으면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몰라서 막막하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재료는 저절로 움직이지 않는 수동적 도구로, 내 손으로 쥐어서 칠해야 되는데, 내 손은 어떻게 칠해야 하는지 모르고, 내 마음은 무엇을 그릴지 몰라 작아지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현실에 맞춰 살다 보면 우리는 어느 순간 중년을 맞이하게 된다. 40대 이후에는 서서히 인생에 허무감이 들고, 잊고 살았던 그 무언가를 되찾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 허무감을 달래기 위해 친구들을 만나고 사람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쓰게 된다. 하지만 인생 제2의 사춘기처럼 느닷없이 다가오는 내면의 바람은 결코 타인으로부터 해결할 수가 없다.
중년의 사춘기는 그동안 자신을 돌보지 않고 달려온 사람이라면 갑자기 취향과 호불호가 엉뚱한 곳으로 튀기도 하는데, 중년의 사춘기가 왔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로 힐링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내면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책을 쓰거나, 여행을 하는 것 등으로 자신을 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서 표현하라고 말한다. 저자 김청영 작가는 헤르만 헤세처럼 그림을 그려보라고 권하고 있다.
헤세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나에게 마술 도구와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심리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으며, 삶의 의미를 되찾고, 힐링할 수 있었던 마법의 램프와도 같은 존재였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실제로 똑같이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는데, 사실대로 꼭 그려야 한다는 생각만 버린다면 우리는 어떤 것도 그릴 수 있다.
아트 테라피스트이자 힐링 아티스트인 김청영 작가는 매일 10분씩 7일간 투자하여 실행해보는 셀프 테라피를 통해 놀라운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7일 만에 그림으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 혼자서 하는 셀프 테라피 방법은?
실습 1일차는 가까운 문방구나 화방을 다녀온다. 그곳에서 줄 칸이 없는 자그마한 수첩과 펜, 필통을 구입한다. 그리고 사온 수첩에 오늘 다녀온 문방구에서 느낀 이야기나 '가는 길에 하늘이 너무 맑았다. 바람이 좋다' 등 시시콜콜한 나만의 감정을 적어보면서, 매일 같은 패턴에서 벗어나 메모를 시작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
실습 2일차는 '내가 느끼는 감정의 색은 무엇인지 10가지 감정을 선택하고 그 감정에 연상되는 색을 칠해본다. 감정에 연상되는 색을 칠하는 이유는 자신의 감정을 세분화할 줄 알아야 그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되고 다른 마음으로 전이하기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실습 3일차는 관심사와 집중하는 일을 수첩에 적는다. 그리고 집중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서 색을 골라 선을 따라 그어본다. 실습 2일째 색칠한 감정의 색 중에서 어떤 색과 닮았는지 비교하면 지금 집중하는 마음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실습 4일차는 ‘나는 나다’ 자화상 그리기 프로그램인데, 일단 거울과 사인펜을 준비한다. 펜을 들고 종이 위에 내 얼굴 중 맘에 드는 부분부터 선을 그어 자신의 얼굴을 그린다. 단 펜을 종이에서 떼지 않고 그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마지막 자신의 사인까지 연결해서 그리면 자화상이 완성된다. 자화상 그리기는 자신은 누구와 비교될 수 없는 존재임을 스스로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
실습 5일차는 누군가에게 자화상 그리기 체험을 이야기 하라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화상 그리기를 도와주면서 감정을 드러내며 자연스럽게 대화해 보는 것이다. 나 혼자만의 자존감이 아니라 타인에게 새로운 것을 알려주고 도움이 되는 자신을 느끼는 순간 자존감이 높아지게 된다. 5일째는 나누는 과정이다.
실습 6일차는 성장 카드 만들어 보기이다. 엽서 정도 되는 종이에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성장가치를 나만의 단어로 쓴 후에 그 의미를 정의하면 된다. ‘현명한 돌봄’이라고 쓰고 '아이의 정서에 맞게 안전하게 케어하는 일’이라고 정의를 자유롭게 써 보는 것이다. 성장가치 카드는 5개 정도 만들어 보기를 권하고 있으며, 성장가치 카드는 앞으로 살아가는 가치가 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실습 7일차는 7일간의 경험에 대한 나의 마음을 편하게 적어보는 것이다. 매일 10분씩 ‘나의 정체성’에 대해 꾸준히 생각해 본 실습이라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료가 생긴 것으로, 7일 전의 자신과 달라진 자신을 만나게 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7일 만에 그림으로 완성하는 자존감 회복 프로젝트! 7일 동안 10분간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는 셀프 테라피 방법!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제2의 사춘기 중년~
자신을 되돌아 보고, 그동안 꾹꾹 눌러놓았던 자신의 무언가를 저자는 그림으로 표출하라고 이야기한다. 나의 경우는 글을 쓰고, 책을 쓰는 것으로 표출해 온 것 같다. 억누르고 있으면 언젠가는 탈이 나고, 병이 된다. 나만의 슬기로운 제2의 사춘기 탈출 방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헤르만 헤세에 대해서 다시 알게 되는 계기도 되었고, 그의 작품들을 다시 찾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쉽게 읽히면서 나의 지나온 발자취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