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의 숨결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시를 읽는다는 건

by 이은 Lien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휴일 오후,

가족은 같은 공간에 함께 하지만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본다.


각자의 휴대폰 속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언젠가는 날과 씨로 다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 있을까?


기다림은

언제나 침묵과 외로움이 필요한 일


다시 하나 됨으로 함께하는 그날까지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하는 그날까지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보며

나는 기다린다.


내가 이십 대였을 때 만난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하나의 꿈을 이루며 살아가고 싶은 소망을 담은 시,

긴 기다림도 견딜 수 있는 사랑의 힘이 느껴지는 시였다.


사십 대가 된 지금의 내게 이 시는

외로움, 쓸쓸함,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시를 읽는다는 건

시를 쓰는 순간,

그 순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와

시를 읽는 순간,

그 순간의 감정을 느끼는 여러 개의 나와 만나는 경이로운 일 같다.


*정희성,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창작과 비평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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