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37_김경민
계절이 바뀌면 그리움이 몸살을 알려옵니다
바람 한 점, 햇살 한 줌, 내리는 비와 구름,
이것들은 모순되게도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계절과 계절이 맞물린 그 지점,
부분 일식처럼 겹쳐진 사이의 시간은, 마치
기억 저편의 세계가 경계를 허무는 듯합니다
그와 같은 틈을 비집고 나오는 그리움은.
누구나 가슴 속에 담은,
그리움 하나씩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움의 존재는 ‘무無’일 뿐입니다
그리움은 소환되는 즉시 포말이 됩니다
존재하는 듯 하지만 존재할 수 없는,
보고픔이 현재라면 그리움은 과거입니다
무언가(누군가)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은
어쩌면 가장 찬란했다고 여겼던 과거의,
‘나(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아닐까 합니다
또한 문득 그리움은,
날씨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도 몫을 하지만
불만족이 급히 찾은 도피처이기도 할 것입니다
상상력 속의 감정은 어떤 상황(감정)에도
온갖 관념을 부여하는 재주가 큽니다
내 안에 피를 빨며 기생하는 감정의 드라큘라는
쨍한 ‘볕’이면 충분히 해치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눈부신 어느 봄 날,
정해진 것도 없는 ‘어느 찰나’의 ‘순간’에,
‘그리움’이란 단어는 너무나 절절합니다
감정의 마술은 언어작용이 빚어낸
최상의 절정, ‘정열’이 아닐까 합니다
봄나들이에
새 구두와 원피스가 없으면 또 어떻습니까
있는 그대로 충분히 아름다운 그대에게.
언제 차 한 잔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