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42_김경민
고백하건대 나는 악덕惡德 업자業者였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사람을 조작하는 악질 업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키우고 사람을 곁에 두겠다고 했지만
그들은 나의 ‘유형의 재산’이 되어 있었습니다
때가 되면 안부를 물어오고, 선물을 보내며
만남을 주선해 책임들을 나누어 왔습니다
‘그들 또한’,
여느 장소에서는 어엿한 ‘주인공’임을 알면서도
그들의 명예가 나의 덕분인 듯 좋았습니다
그들은 이제 스스로도 충분히 빛날 수 있는,
나와 동등한 ‘작가’임을 망각한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며 가질 수도 없습니다
형체는 있지만 잡을 수 없는 무형에 가깝습니다
누군가의 그늘에 있다는 것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보다 더 큰 불행입니다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하는 것을 달리 생각하면
인간의 삶에 통속적으로 일괄되는 의미일 것입니다
일상생활의 간소함도 좋지만 사람도 때가 되면,
자립할 수 있도록 날개옷을 주어 내보내야 합니다
물론 영글지 못한 이들은 충분히 보듬어야 합니다
이제 스승(상사)은,
더는 유익하지 않거니와 걸림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쁜 일로 불러준다면 당장 뛸 준비는 되어있습니다
조금 지난 일이지만 사람들을 정리했습니다
따져보니 나는 그들에게 해준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비유하자면 나는 조금 날카로운 ‘집게’였습니다
그들의 재주를 밖으로 끄집어낸 ‘집게’ 말입니다
인생의 큰 과제 하나를 해낸 듯 허전하면서도,
빈자리를 채워줄 일들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강조하지만 시간은 곧 사라지는 재산입니다
진심으로 그들이 그들만의 시간을 그들만을 위해,
자신의 발전을 위해 오롯 쓰길 바랄 뿐입니다(그리 쓰지 않으면 혼이 날 것입니다.)
인생의 행로가 감정으로 너저분해지는 이유는
상대방과 달리 특별 보좌관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사실, 자의적으로 떠난 사람들 덕분에(때문에)
인간은 남은 이들에게 더 집착하는 듯합니다
놓으면 홀가분하게도 새로운 임무가 보일 것입니다
가족이 힘들다는 이유로 외롭다고 착각했었지만,
그건 가족을 제대로 보지 않아 외로웠던 것입니다
잡설이 깁니다만.
‘갑자기’ 생각났다는 전화는 서로 삼가면 좋습니다
갑자기의 본질은 모순되게도 ‘심심’해서란 의미와
그야말로 갑자기 생긴 ‘시간’입니다(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갑자기란 단어로 어장 관리를 당하기에 나는,
상당히 ‘영악’합니다
단 몇 초면 완성되는 문자로도 족합니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으면 더 많은 욕구와 더 많은 욕망, 더 많은 상상력을 갖게 마련이라고 했습니다._몽테스키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