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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시] 그대에게 44_부모

by 김작자


그대에게 44_김경민



아이를 등교 시킨 후 과정을 되새깁니다

잔소리가 심했다면 종일 마음이 무겁습니다

학교나 외부에서 우발적 사고가 발생할까,

잠깐씩 여유가 찾아오면 걱정부터 앞섭니다

집으로 무사 귀환까지 시간을 염탐하고

맛난 것이 들어오면 손이 가다가도 멈춥니다

이와 같은 부모애는 동시간同時間 다른 곳에서도

그리움과 보고픔으로 파장을 일으킵니다

하여,

부모님의 집에는 냉동고가 한 대 더 늘었습니다


냉동고를 사야겠다는 말씀에 화를 냅니다

뭘 그렇게 쟁이냐며 짜증을 부리기도 합니다

이것저것 가져가란 당부에 바쁘다며 성을 냅니다

내 아이 먹이려고 아껴(숨겨)놓은 맛난 것(음식)이

동시간 다른 곳에서도 ‘나’만을 위한 귀한 것으로,

대접받으며 기다리고 있음을 잊고 지냅니다

하여,

부모님의 냉동고에는 보고픔과 그리움이 쌓여갑니다


눈부신 오월입니다

오월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것을 아는 일도

태어났기 때문에 감곽感官으로 되뇌는 것입니다

들녘과 골목을 뛰어다녔던 어릴 적이 떠오릅니다

저녁 먹으라며 소리치던 부모님의 막바지 일과와

아쉬워 투덜대던 아이는 부모가 되었습니다

눈물샘이 막혔다는 이유로,

부는 바람에도 자주 훔치는 눈물‘은’

노모와 노부의 숨겨놓은 사랑(그리움)입니다

부모님이 아껴두었던 냉동(냉장)고의 맛난 것을

부모님 앞에서 달게 먹고 와도 좋을 5월입니다

어머니의 냉동고를 자주 비워드리지 못해서

아버지의 거친 손을 자주 쉬게 하지 못해서

그와 같은 마음을 쉰이 넘은 후에야 생각합니다

고향집 냉동고는 사랑(보고픔)의 화수분입니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보답은 미완일 것을 알기에

‘사람’처럼 살다가 평온하게 떠나는 기원祈願이,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보답임을 좇아갑니다


잠시 쉬어가도 좋을 오월에, 눈부신 오월에,

동심과 고마움의 5월에 그대에게 안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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