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46_김경민
얼마 전 사랑과 행복은 무엇이고,
행복하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실 작년 연말부터 우환이라면 우환이 있어
수시로 불행과의 시합에서 패배의 쓴 맛을 봅니다
그렇지만 생각과 시각의 차이란 것을 알기에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불행도 압니다
주방에는 아일랜드 식탁대신 책상이 있습니다
끓어갈 찌개를 기다리며 짬짬이 책을 읽습니다
아이는 많은 질문으로 그마저도 훼방하지만
이 또한 생각을 달리하면 잠깐의 ‘쉼’입니다
고개를 돌리면 늘 포착되는 세 마리의 고양이(털로 인한 청소기와의 전쟁)와
수족관에서 노니는 물고기는 내 것(배우자의 취미)이 아니지만
여과기는 적막한 거실을 강가로 데려다주며
건조기와 식기세척기, 세탁기의 소음들도
가족의 무사를 뜻하는 풍악처럼 들립니다
행복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답은 하였습니다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네’라고 하겠습니다
단,
이 모든 상황이 거추장스럽고 힘들다 여겨진다면
끝없는 나락만이 기다릴 뿐임을 인지하면 됩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경험하며 절망에 빠지기도 했고
소소한 성취감으로 행복도 느껴왔습니다
행복해지는 것은 본인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는 지치게도 불행을 더 오래 끌고 다닙니다
사랑, ‘그건 사랑이었을까…….’
남녀 간, 청춘의 사랑은 아픔만을 남깁니다
그건 사랑이었고, 사랑을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사랑을 몰랐고, 그래서 죽도록 아파했던 나날들은
진실 된 사랑과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넘어지고 깨지고, 아파서 울고 탓했던 원망들이,
그래서 미안하고 후회했던 인생의 많은 물음들은,
더 단단하고 유연해지려는 향방의 단계들이었습니다
다만 그토록 힘들 게 찾아 추구한 사랑과 행복을,
감정에 휘둘려 우리는 상처를 주고 파괴합니다
정념은 사랑과 행복을 가둬놓는 감옥과도 같습니다
정념은 교도관이며 우리는 수감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역할교체는 언제든 가능합니다
낱말을 가려 놓긴 하였지만,
좋아하는 것도, 감사한 것도 사랑일 것입니다
배려와 존중, 관용도 사랑에서 파생 된 것입니다
여전히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우리는,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떠나보내고 남겨져야하는,
짓궂은 사랑의 운명을 떼어내지 못합니다
사랑과 행복도 연습으로 깨쳐야 하는 배움입니다
불행은 잠시 스치는 나그네에 불과할 뿐입니다
부귀영화를 떠나 진정한 사랑과 행복 앞에서는
이 불행한 나그네도 오래 서성이지 못합니다
사랑(행복)은,
부모의 품을 떠나 다시 부모가 ‘되어’ 돌아오는 것,
연어와도 같은 신비로운 대물림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