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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시] 그대에게 48_절제

by 김작자


그대에게 48_김경민



어제는,

오래간만에 그대가 꿈에 다녀갔습니다

비록 몽중夢中이었지만 생생했던 친절과 체온은,

새벽녘 잠이 깨어서도 현실처럼 애련했습니다


그대는,

나의 생활공간을 살펴가며 안부를 물었습니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부끄럽게 맞닿은 손등이,

스치는 촉감으로도 충분한 설렘을 주었습니다


실상實狀에서,

안부를 묻지 않는다고 잊은 것은 아닙니다

늘 생각지는 못하지만 ‘순간’에 떠올림을 하고

그 어디쯤 그대의 현실을 그리며 웃어봅니다

그대와의 사이에는 어휘의 소리 현상도 없는,

직조된 문장도 아니 못가는 안부의 성질을,

바람결에 노니는 허상의 것이라고 말해 봅니다


그대가,

어떤 모습으로 늙어갈지 궁금하진 않습니다만

간혹 만남의 어색함은 상상해 보기도 합니다


반백半百인 지금,

인생의 의미를 희미하게나마 알아가고 있습니다

궁금함 따위는 자제되어야 하며 ‘절제의 힘’이,

삶의 질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말입니다

그대와 나는 지켜야할 것이 명백합니다

또한 그대에 대한 성숙치 못한 감정 하나로

모든 것을 잃기도 싫은 사람입니다

이것은 과욕을 뜻하는 바가 아님을 알 것입니다

한 번씩 꿈에 다녀가는 그대를 추억하면서도,

반나절이 지나가면 멈출 그리움을 알기에,

그저 미지근하게 남아있는 꿈속의 체온으로만

한나절을 완벽히 느끼며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대에 대한 그리움은 그저 딱 ‘반나절’의 것으로

그 적당한 무게와 적당한 거리로 잊히지 않기를,

벗을 사칭한 무소식(무소유)의 유령 같은 지금이

완벽한 회상과 공상空想으로 그리움을 대신합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이 없는 것도 이제는 다행스런 일입니다

더는 빗줄기의 창살을 즐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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