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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e Y Apr 21. 2023

고통을 천천히 느껴보세요

²⁰²³⁰⁴²¹ 요가일기 ժɑყ.2  

출산 전 요가를 1년 정도 한 적이 있었다. 사람이 해도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수영도 한 두 달 다녔다. 물에 뜨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핫요가를 다닌 적 있었다. 찜질도 건강한 사람이나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출산 후에 필라테스 체험을 갔다. 정말 즐거움을 느끼기까지는 수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 공원을 걸었다. 걷기가 최고의 운동이라는데 어째 입 근육만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요가를 하면 아주 잠깐이나마 온전히 내 안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좋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는 요가의 최대 장점이 아닌가 싶다. 정확히 누구와의 이별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신경질 나는 연애를 그만뒀을 때 1년이나 지속한 요가도 그만뒀었다. 그 편안하고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자꾸 쓸데없는 생각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요가를 하면 더욱 마음이 복잡해지고 힘들었던 것 같다.


나로 살지만 나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 지금, 내가 잠시 내 안으로 들어가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릴 수 있는 시간이 절실하다. 따지고 보면 이십 대 시절 연애와 일이, 바로 내가 삶의 중심이었을 때는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따로 낼 필요가 없었기에 미래에 함께 있지도 않을 인간 때문에 그 잔잔하고 소중한 시간을 허탈하게 떠나보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때보다도 내면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동고동락하는 고운 살들 때문인지 태생이 유연하지 못한 몸뚱이 때문인지 동작 자체가 너무 괴롭고 고통스럽다. 분명 요가를 하고 있는데 헬스장에서 벤치 프레스를 들고 있는 듯 얼굴 근육을 아주 다양하게 쓰고 있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린 선생님이 다가온다.


"고통을 천천히 느껴보세요. 하셔야 해요. 곧 사라질 거예요."


보통 요가 선생님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고 권하는데 왜 이리 고통을 느끼라는 건지. 왜 자꾸 하라는 건지. 내면으로의 여행, 명상은 나의 헛된 소망이었던가. 선생님의 손 무게에 어쩔 수 없이 끔찍이도 당기는 허벅지를 한껏 견디다 보니 어느새 정말 고통이 씻은 듯 사라졌다. 오, 신이시여.


오늘도 살이 빠지는 느낌은 단 요만큼도 없지만, 마치 이제껏 관심 두지 않았던 구석에 있던 무언가를 발견해 입김 후후 불어보니 아주 건강하게 뛰고 있던 심장을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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