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2008년부터 지금까지 수도권 교대에서 학부 강의를 지속하고 있어서, 교대의 심화과정(일반대학의 학과와 유사)을 모두 경험해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나 제 수업 성향과 맞는 심화과정에 대해 어느 정도 경험치에서 비롯된 파악이 가능하더라고요. 물론 완전히 확신할 것은 못됩니다만.
대체적으로 저는 제 성향과 반대인 과학, 수학 등 이과 성향이 강한 학생들과 잘 맞습니다.
의외였습니다.
그다음이 예체능 분야입니다. 그중 음악, 체육이 잘 맞고요.
특수통합, 영어, 사회, 국어, 윤리, 생활과학, 유아, 미술 등의 심화과정은 그때그때 달라요. 너무 잘 맞았다가, 너무 안 맞았다가.
결정적으로, 심화과정이 절대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그 반 학생들 개개인의 성향의 총합과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양상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도 일단, 이번 학기에는 지금까지 비교적 저와 잘 맞다고 느꼈던 심화과정 학생들을 만납니다.
사범대에서는 저 혼자 교육과정 강의를 담당하지만, 교대에서는 저 외에도 훌륭하신 전임교원들이 포진하고 있으니, 오리엔테이션에서 제 수업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수강 정정을 적극 권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교대는 4년 내내 교양선택과목의 수가 매우 적고, 특히 1학년 때 몰려 있습니다. 2학년 때부터 이뤄지는 교육실습과 4학년 때 이뤄지는 임용시험 대비를 고려한 교육과정 때문입니다.
또 대부분 시간표를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교대에서는 교직 교과목 수강 시 선택 사항 자체가 없어, 고등학생 때처럼 같은 심화과정 동료들과 같은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이번 학기 강의하는 교대는 그 선택을 허용하고 있는 곳이어서 학생 입장에서는 그나마 숨통이 트입니다. 그래서 선배의 적극적인 추천, 교수자의 수업과 자신의 성향과의 일치 여부, 공강 긴 것이 싫다든지, 재수강으로 어쩔 수 없다든지 하는 등의 사유로 수강 변경을 선택하는 학생이 소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은 처음 주어진 교과목 시간표를 잘 바꾸지 않습니다. 전체 시간표가 심화과정 중심으로 짜여 있어서, 동일 교과목이라도 자신의 심화과정을 벗어난 수업을 선택하게 되면, 다른 심화과정 학생이 절대 다수인 수업에서 독강 아닌 독강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교대에서는 유난히 조별 과제가 많아서 더욱 선택을 어렵게 만듭니다.
수강 정정 기간에 달라질 수는 있겠으나, 특히 이번 학기는 코로나 19로 인해 입학식이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등 사전에 다양한 교과목 정보를 직접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수강 신청을 했기 때문에, 현재 수강 신청 상황은 수강 변동 없이 각 반이 모두 단일 심화과정 33명입니다.
수강 현황을 보고 가장 먼저 파악하는 것은, 조별 모임을 고려하기 위한 학생 구성 상황입니다.
삼수 이상의 장수생의 비율도 그 한 요소인데요. 이번에는 유난히 장수생이 많네요.
세 반 수업을 맡았는데, 삼수 이상의 장수생이 각 7명, 12명, 2명입니다. 제가 담당한 전체 학생의 5분의 1 정도가 장수생이고,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장수생도 있어요. 처음 강의를 시작할 무렵만 해도 교대에서 장수생은 소수였는데, 점점 장수생 비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장수생은 장수생대로 좋은 점이 많습니다.
인생 경험도 많이 했고, 그만큼의 고민의 깊이도 깊고, 교사의 길로 들어선 중요한 계기도 있고, 다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줄 잘 압니다. 덕분에 수업에서 저와도 잘 맞습니다.
그런데 많은 장수생을 경험하다 보니, 장수생도 장수생 나름이더군요. 그렇더라도 소수 사례를 일반화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많은 장수생을 포함해 20학번으로 봄날의 캠퍼스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늘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한 명 한 명 예비교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자 합니다.
사진 출석부를 보며 손 흔들어 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