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설비 비용 실지출내역 + 반셀프 계획 및 감리 체크리스트
반셀프 인테리어를 2번 해보니, 집의 구조는 철거·설비 때 거의 결정되는 것 같다. 철거를 잘해야 공사를 지속하고 공사비도 아끼고 공간도 살릴 수 있다. 반셀프 인테리어를 할 건데 휴가가 단 하루 남았다면, 철거 날 쓰는 걸 추천한다. 철거로 발견한 것에 대응도 하고, 민원과 자재를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반셀프 철거를 앞둔 분께 전하고 싶은 내용을 정리했다.
긴 글 읽을 시간이 부족한 분은 이 링크의 체크리스트를 인쇄해 현장에 가시면 아마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보일러관 확장 100만 원
욕실 철거 100만 원
수도 설비 50만 원
마루 철거 50만 원
가구·문·장식 철거 10만 원
가격을 몰라 철거·설비를 할지 고민이라면 대략 위와 같이 예상하자. 기억하기 쉬운 숫자로 퉁쳤고, 업체, 면적, 기존 자재에 따른 사용 기계 등 변수가 많지만 '할지 말 지'를 정하기엔 적당한 기준일 것이다.
전체 철거를 한다면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 나는 24평 아파트 올수리를 하며 617.5만 원을 썼다. 철거는 417.5만 원. 설비는 2곳 확장에 수도배관 1곳 추가해서 총 200만 원. 공사 3개월 전에 턴키에 상담했을 땐 1곳만 확장할 생각이었는데도 454만 ~ 754만 원의 견적을 받았다.
시공 항목별 가격은 아래 자료를 참고하자. 컨택한 업체의 견적이 이에 비해 많이 낮다면 ① 사장님이 직접 시공하시는지 ② 최근 시공한 분의 후기를 듣거나 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철거·설비는 잘못 시공하면 누수로 고생할 수 있어 업체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수평·수직이 딱 떨어지는 집을 원해서 벽과 천장을 모두 뜯을 생각이거나, 20년 이상 된 집을 고친다면 예산을 넉넉하게 잡자. 벽과 천장은 목공에서 수습해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고, 오래된 집은 철거할 때 오래된 자재가 함께 상하는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오늘의집 스탠다드 견적서 (2023년 11월)
오늘의집 스탠다드 견적서는 지정가격제다. 상담해 주신 업체가 "스탠다드 견적서는 저희가 가격을 못 바꿔요." 하실 정도다. 이 견적이 내가 받은 것 중 가장 높았다. 나중에 실사용액과 비교해 보니 설비 인건비 1백만 원을 따로 내야 하고, 폐기물 양을 2배로 잡아서 그런 것 같다.
#반셀프 실사용 금액 (2024년 2월)
철거·설비를 병행해서인지 설비 인건비가 없는 대신 설비 시공단가가 오늘의집보다 높았다. 오늘의집 견적서엔 있는 바닥샌딩도 하지 않았다. 뜯어보니 상태가 나쁘지 않았나 보다. 반셀프는 이렇게 시공된 것에만 가격을 지불할 수 있어 좋다. 견적대로 금액을 확정하는 턴키 방식은, 더 공사할 게 생기면 업체 손해, 덜 공사할 게 생기면 업체 이익이다. 개인적으론 비합리적이라 생각한다.
1) 시공 범위 1차 결정
집을 둘러보며 철거할 것, 설치하고 싶은 설비를 정하자. 갈팡질팡 하고 있다면, 행위허가가 필요한 시공 여부만 미리 결정하자. 허가받는데 2주 정도 걸린다. 나머진 철거 당일 결정해도 된다.
반셀프는 목수님 조언을 듣는 게 좋다. 목공팀을 섭외할 때 철거 전에 현장실측 오실 수 있는지 물어보자. 특히 문틀 상태, 벽 마감재 몇 P(Ply: 겹, 장) 뜯는 게 좋을지 조언받는 게 좋다. 철거할 곳을 놓쳐 목공팀이 철거하는 상황은 최대한 막자. 목수 일당이 가장 높다.
참고로 욕실 바닥은 초기 방수층까지 철거해야 물이 잘 빠지고 슬리퍼가 문에 걸리지 않는 욕실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가구는 필름 붙여 재활용하는 것과 새로 짜 넣는 것의 비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듯하다.
2) 철거 전문업체를 불러야 하는가?
철거할 게 많다면 하루 날 잡고 전문업체를 부르는 게 효율적이다. 부분 철거도 괜찮다면 관련 공정에 철거를 맡길 수 있을지 미리 확인하자. 내 경우 신혼집 싱크대만 바꿀 때 철거를 가구업체에서 해주셨다.
- 철거·설비 공사 모두 필요 ▶ 철거·설비 병행 업체
- 철거만 할 게 많음 ▶ 철거 전문 업체
- 도시가스관 철거 ▶ 도시가스 업체
- 싱크대, 붙박이장 등 가구만 철거 ▶ 가구 업체
- 몰딩, 걸레받이만 철거 ▶ 목공 업체
- 욕실만 철거 ▶ 욕실 업체에서 철거 후 방수
- 마루만 철거 ▶ 마루 업체
3) 폐기물 양중에 맞춰 자재를 주문할 것인가?
고층이라면 철거 끝나고 사다리차를 불러 폐기물을 수거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다음 공정용 시멘트, 벽돌 등의 자재를 같이 올리면 인건비나 양중비를 절약할 수 있다.
4) 허가가 필요한가?
소음, 먼지, 주차장 사용, 잦은 자재 이동이 예상된다면 이웃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관리사무소가 있는 공동주택이라면 공사 규정을 미리 확인하자. 비내력벽을 철거하거나 보일러관을 확장한다면 국가에 행위허가 신고를 해야 한다.
난방배관을 욕실이나 베란다에 넣고 싶다면, 확장공사를 할 수 있는 집인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지역난방, 중앙난방 시스템은 확장공사가 어려울 수 있다.
5) 민원을 예방할 것인가?
이웃에게 불편을 주는 데 미안함이 있거나, 소음 스트레스로 항의하는 사람들의 연락을 받는 게 상상만 해도 싫다면 이웃에게 메모나 선물을 남기자. 선물은 쓰레기봉투를 돌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동의서 받을 때 예민했던 세대가 있다면 따로 케어하는 것도 좋다. 나는 신생아가 있는 이웃이 소음일을 피하고 싶다고 하셔서 구체적인 작업 일정표를 캡처해서 보내 드렸다.
1) 철거·설비 시공범위 확정
철거·설비팀에게 집을 보며 희망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벽면과 천장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철거해 달라고 부탁하자. 벽 철거가 언제쯤 끝나는지 물어보고, 그때쯤 한 번 더 현장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철거해야 나타나는 것 중 더 철거할 게 있을지도 모른다. 난 방의 외벽 쪽 15cm 공간을 발견해서, 단열재 넣고도 방을 7cm 정도 더 넓힐 수 있었다.
2) 보관할 자재와 보관장소 전달
인터폰, 가전제품, 자동소화장치 등 다시 사용할 자재가 있다면 철거팀에 알리자. 커다란 비닐봉지를 미리 준비해서 여기에 보관해 달라고 하면 먼지를 막을 수 있어 좋다. 기존 바닥이 장판이면, 철거 후 한쪽에 보관해 달라고 하자. 자재 보양재로 쓴 뒤 고물상에 팔 수 있다. 전구도 공사가 끝날 때까지 남겨서 작업등으로 활용하면 좋다. 노련한 철거팀이라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알아서 남겨주시겠지만, 혹시 모르니 한 번 더 확인하자.
3) 시공팀 문의 대응
공사가 시작되면 먼지가 많이 날린다. 시공팀장님께 부르면 N분 내에 올 수 있다고 말하고, 근처 카페에서 대기하자. 철거하며 집주인 결정이 필요한 게 생기면 전화가 올 것이다.
4) 민원 대응
철거 범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심하면 건물 밖의 땅까지 덜덜덜 울릴 정도로 소음이 생긴다. 관리사무소에서 주의 주러 현장에 오기도 한다. 현장 근처에 상주하며, 시공팀이 방해받지 않게 방어하자. 내 경우 철거날 받은 민원이 전체 민원의 80%였다. 민원이 많으면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민원 받으면 근처 카페 기프티콘을 드려 소음 피할 곳을 제공해 드렸다.
1) 시공 상태 확인
철거가 꼼꼼히 끝났는지, 철거로 인한 부분 파손이 있는지 확인하자. 철거팀에서 욕실 1차 방수를 해주시는데, 방수액이 꼼꼼히 칠해졌고 마른 뒤 금 간 부분이 없는지 봐야 한다. 타일을 철거했다면 울퉁불퉁하진 않은 지, 찌꺼기는 없는지 보자. 그래야 타일팀에서 깔끔하게 작업할 수 있다.
2) 숨어있던 문제 대응
도배, 몰딩이 철거된 곳의 벽면 상태를 확인하자. 뜯으면서 구멍 난 곳이 있다면 갈아낼 건지 다른 재료를 후속 공정에서 채울 것인지 정해야 한다. 철거 전엔 볼 수 없었던 누수, 곰팡이, 하자가 있다면 사진을 꼭 찍어두자. 설비 업체를 부르거나 윗집과 해결해야 할 수도 있다.
3) 후속 공정 조율
철거할 때 발견한 공간을 살리기 위해 후속 공정에 요청할 게 생길 수 있다. 일정이 많이 남았다면 메모해 두고, 빠듯하다면 빨리 전달하자.
4) 자재 보관
철거팀에 보관해 달라고 요청한 자재들이 모두 있는지 확인하자. 후속 공정에서 먼지를 뒤집어쓰지 않게 구석진 곳으로 옮겨두거나, 현장 밖 안전한 곳에 따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나는 현장에 보관하다가 막판에 몇 개 분실해서 눈물의 추가 지출을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