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하며 명상하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완전히 몰두하라.
그러면 평화를 찾을 수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복잡한 마음이 든다. 괜찮을까. 정말로?
평온과 두려움 둘 다 믿을 수 없다. 아, 인생에서 가장 긴 3시간이 지나갔다. 무서운 밤. 이럴 때는 어떻게 히야 하나. 정리되지 않은 일상의 과제들이 생각을 헝크러뜨린다. 무심하게 끌던 혼란과 갈등이 위기 앞에서 선명해진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불안할 때 설거지를 한다. 플레이 리스트를 작게 틀고 눈앞의 과제에 집중한다. 물소리와 음악 소리가 섞여들린다. 산처럼 쌓여있는 그릇을 플라스틱은 개수대에 씻어 올려두고, 식기세척기에 넣을 건 넣으면서 하나씩 차곡차곡 없앤다. 음식물 찌꺼기를 하나하나 닦아낸다. 간혹 찐득한 기름때는 휴지로 미리 없애는 게 요령. 오로지 깨끗한 그릇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귀로는 음악을 손으로는 그릇을 씻어내며 눈앞의 작업에 집중한다. 마무리로 싱크대까지 닦고 물기 없이 반짝거리면 설거지가 끝난다. 하루 세 번 밥을 먹으면 나오는 설거지. 그래서 세 번씩 해야 하는 설거지. 매일의 일과 끝에 하는 안 하면 티 나는 집안일. 그래도 가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는 작은 노동이 설거지다. 20분 정도가 지나면 마무리 작업까지 완료! 노래 5곡쯤 들으면 충분하다.
불확실한 미래는 많은 생각을 낳는다. 타인의 생각이란 알기 어렵다. 때때로 불확실함을 대비하느라 오늘을 잃어버리고, 상대의 생각을 추측하느라 시간을 소비한다. 그릇을 하나하나 씻듯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다 보면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생각은 그의 공간에 놓아두고, 나의 생각을 바라보자. 불확실한 미래보다,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 내자. 그러면 언젠가 확실한 상대의 마음까지 기꺼이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깨끗해진 개수대처럼 평안은 내 마음이 결정할 수 있으리라.
생각의 가지를 한 가지에 집중해 보세요. 때로는 꼬리를 무는 생각의 흐름이 불안을 낳을 때도 있어요. 해결되지 않는 문제 즉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문제는 놓아둡니다. 할 수 있는 나만의 설거지를 먼저 해보세요. 때로는 단순한 움직임이 아이디어를 일깨울 수도 있어요. 불안은 멈추었을 때, 더 가지를 뻗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