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은 본성인가, 습관인가
권력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그 힘을 손에 쥔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표정 하나가 어떤 사람의 자존감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은 그 힘을 오래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가진 위치나 권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위에서 자연스럽게 타인을 내려다보기 시작한다.
그것이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도, 무의식적으로 스며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권력은,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쥔 사람의 내면을 더 정확히 드러낸다.
겉으로는 품격 있어 보이지만,
그 힘을 다루는 태도 속에는 그 사람의 인간성이 고스란히 비친다.
권력을 휘두르는 방식이 곧 그 사람의 인격이 된다.
우리는 흔히 권력을 ‘사회적 지위’나 ‘직책’과 같은 외적인 조건으로 이해하지만,
사실 그것은 훨씬 더 개인적이고 미묘한 곳에서도 나타난다.
부모가 자식에게, 선생이 제자에게, 연인이 연인에게 —
관계 속에서 누군가는 늘 조금 더 강한 위치에 선다.
그 ‘조금의 차이’가 때로는 누군가의 마음을 깊이 다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갑질’이라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까, 아니면 사회가 만들어 낸 습관일까?
힘을 가진 자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사용하고 싶어 하고,
그 힘을 잃을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더 세게, 더 높이, 더 많이 가지려 한다.
그 욕망이 통제되지 못할 때,
권력은 순식간에 폭력이 된다.
하지만 힘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권력은 누군가를 해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킬 수 있는 책임의 형태로 존재해야 한다.
진짜 강한 사람은 자신이 가진 힘을 자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늘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을 돌아본다.
권력은 결국 ‘조심스러움’을 배워야 하는 권리다.
그 힘이 커질수록 더 겸손해야 하고,
더 많은 것을 가졌을수록 더 나누어야 한다.
왜냐하면 권력은 언젠가 반드시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남는 것은,
그 힘을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대한 기억과 평판뿐이다.
권력을 다룬다는 것은,
타인을 다스리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다.
그걸 잊은 순간, 인간은 본성을 가장 추한 형태로 드러낸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진짜 어른이란, 권력을 ‘쓰는 법’보다
‘멈추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힘을 가졌을 때 오히려 침묵할 줄 알고,
누군가의 실수 앞에서 먼저 손 내밀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서만, 권력은 비로소 인간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