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業) Part.02

퐁피두센터와 더현대 서울은 같다

by 유민재


영원히 사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무얼 뜻할까. 업(業)이 가진 힘을 이용하려면 나는 어떤 목적을 지녀야 하는가.


일례를 들어보려 한다.




서울에서 팝업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여의도 더현대 서울이다.


2025년 더현대 서울에는 약 400개가 넘는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1일 1 팝업을 넘는 개수다. 난 이 수치에 의문을 가졌다. '성수는 동네니까 그렇다 치자. 더현대 서울에는 왜 이렇게 팝업이 많이 열릴까? 이 장소가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 그 답을 건축에서 찾았다.


더현대 서울의 외관은 해상교량이 떠오른다. 외부에는 붉은 철제 구조물이 삐죽 튀어나와 있고 같은 색의 와이어가 하단의 구조물까지 이어저 지붕을 지탱하고 있다.


출처: 더현대 서울 블로그


이 방법으로 내부의 기둥을 최소화하여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공간을 그저 매장으로 채우지 않았다. 더현대 서울의 전체 영업 면적 중 매당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나머지 절반 가량의 공간은 모두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꾸며져 있다. 천연 잔디와 나무로 이루어진 '사운즈 포레스트'가 그 공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운즈 포레스트 이미지 / 출처: 더현대 서울 블로그


사운즈 포레스트를 가보면 유럽 광장이 떠오른다. 뻥 뚫린 넓은 공간 가운데 있는 분수, 주위를 빙둘러서 자리 잡은 카페와 식당,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유럽 광장 이미지 / 출처: 제미나이 제작


더현대 서울은 광장의 범위를 사운즈 포레스트가 위치한 5층으로 한정 짓지 않았다. '보이드(Void)' 건축 기법을 통해 1층부터 천장까지 건물 전체를 오픈시킴으로써, 모든 층을 광장으로 확대하였다. 필자는 이를 '수직 광장'이라고 부르려한다.


더현대 서울 내부 이미지 / 출처: 더현대 서울 블로그


더현대 서울은 기존 쇼핑센터의 룰을 깼다. 영업 면적의 절반을 고객들의 휴식공간으로 만들었다. 기존의 문법이라면 그 공간을 일부 할애하여 영화관이라도 만들었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고객의 공간으로 돌려줌으로써, 여의도 한 가운데에 광장이 탄생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왜 더현대 서울에는 팝업이 많이 열리는 걸까? 대부분의 팝업은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그라운드에서 열린다. MZ세대를 타깃으로 기획된 이 공간이 살아남는 이유는 더현대 서울이 기존 쇼핑센터의 형태가 아닌, 광장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광장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세대가 모인다. 그리고 모든 세대가 각자 즐길 수 있는 놀이거리가 있다. 사람들은 더현대 서울을 팝업 성지로 소개하며 지하 2층을 주로 조명하지만, 그곳은 더현대 서울의 일부일 뿐이다. 다른 7개의 층에서는 각 세대들의 놀이거리가 있으며, 뻥 뚫린 절반의 휴식 공간이 고객들의 부담감과 긴장감을 완화해 준다.


이를 가능케 했던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건축가의 철학과 목적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더현대 서울은 건축의 거장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가 설계했다. 그의 대표작 퐁피두센터는 미술관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만큼, 건물 외관에 구조물이 가득하고 에스컬레이터까지 외부로 꺼내져 있다. 그렇게 내부 공간을 확보하여 관람객에게 돌려줬고 결론적으로 쾌적한 관람이 가능해졌다. '대중에게 열린 미술관'이라는 퐁피두센터의 취지와 맞아떨어지는 설계였다.


퐁피두센터 이미지 / 출처: 보그


그가 2007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할 당시 심사위원단은 "도시의 사회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건축"이라는 평을 남겼다.


리처드 로저스의 건축 철학은 '공공의 책임'이다. 민주적인 책임을 가지고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건물을 만드는 것. 이는 단순히 아름다운 건물을 만드는 것을 넘어선다.


퐁피두센터와 더현대 서울은 만들어지기까지 40년의 시간차가 있다. 미술관과 쇼핑센터라는 건물의 역할도 서로 다르다. 그렇지만 두 건물의 철학과 목적은 동일하다. 건축을 통해 공간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자유롭게 사용하게 함으로써, 건축물이 있는 도시의 사회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퐁피두센터와 더현대 서울은 이러한 의미에서 같다. 그리고 이 목적을 실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건축이라는 업(業)이 가진 힘이다.


나는 광고라는 업(業)의 힘이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브랜드가 가진 힘을 활용하여, 힘이 없다면 그 힘을 차근차근 만들어서, 사회적으로 공공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것은(유형이던 무형이던) 내가 죽더라도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퐁피두센터와 더현대 서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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